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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저금리 시대, 신용대출 이자가 주담대보다 낮아졌다

신용대출로 주택 구입이나 전세 자금 부족분을 조달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최근 은행권에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신용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보다 더 낮은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으로 주담대와 전세자금대출 제한이 강화된 가운데 금리까지 낮아지자 신용대출로 주택 구입이나 전세 자금 부족분을 조달하는 수요도 늘고 있다.

자료사진 2020.6.16
자료사진 2020.6.16 ⓒ뉴스1

17일 케이비(KB)국민·신한·하나·우리·엔에이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 따르면, 연휴 직전인 14일 현재 신용대출 금리는 신용등급과 대출금액 등에 따라 연 1.74∼3.76% 수준이다. 주담대는 연 2.03∼4.27%로 신용대출 금리보다 하단과 상단이 모두 높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신용등급 1~3등급의 고신용자와 우대금리를 적용받는 집단신용대출 협약 직장에 다니는 직장인들의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 금리보다 더 낮아졌다”며 “이런 현상은 사실상 처음”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신용대출 금리는 주담대 금리보다 높은 게 일반적이다. 주담대는 아파트 등 담보가 있어 손실 위험도가 낮은 반면 신용대출은 이런 담보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신용대출과 주담대 금리가 역전된 데는 여러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출금리 결정 구조상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하는 속도가 신용대출 쪽이 더 빠르다. 신용대출은 대부분 단기물인 금융채 6개월물을 기준으로 주 또는 하루 단위로 금리에 반영하는 구조다. 반면에 주담대는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을 가중평균해 매달 중순 한차례씩 산정하는 코픽스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반영 속도가 느린 편이다. 한은이 지난 5월말 기준금리를 0.5%로 인하한 효과가 신용대출 쪽이 빠른 셈이다. 또한 주담대에는 담보 설정 비용 등 고정비가 들어간다는 점과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시장 진입으로 신용대출 금리 인하 경쟁이 벌어진 것도 배경으로 꼽힌다.

신용대출 금리가 낮아지면서 신용대출 금액도 급증하는 추세다. 은행권 신용대출 월별 증가액은 지난 6월 3조3천억원, 7월 3조4천억원으로 두달 연속 3조원대를 이어갔다. 은행권 신용대출 월별 증가액이 최근 3년간 대부분 1조원 안팎인 데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전 3년간 3조원을 넘은 것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올해 3월(3조3천억원)과 카카오뱅크가 영업을 본격화한 2017년 8월(3조원) 외에는 없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신용대출 급증 이유에 대해 “주택을 구입할 때 담보인정비율(LTV)이 대폭 낮아지면서 부족한 자금을 신용대출로 조달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선 신용대출 급증 이유로 주택구입 자금 융통 외에, 전세가격 급등에 따른 전세금 마련과 주식투자용, 생계자금용 등 다양한 수요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도 적지 않아 신용대출을 죄는 방안은 현재로선 검토하지 않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금융협회장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신용대출 성격이 경제 사정 악화 때문인지, 주식투자용인지, 부동산 투자용인지는 알 수 없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금융협회장들에게 돈을 풀어달라고 요청하는 상황이라 신용대출을 억제하면 상충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은 코로나19가 해소될 때까지는 이 상태를 어떻게 더 (관리)하기는 어렵지 않나 하고 이야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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