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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이제는 제국주의 식민지배의 상징들을 끌어내리고 있다

벨기에에서는 콩고를 잔혹하게 약탈한 악명 높은 식민지배 군주 레오폴드 2세의 동상이 철거됐다.

  • 허완
  • 입력 2020.06.10 17:25
  • 수정 2020.06.10 17:28
콩고에 대한 잔혹한 식민 지배로 악명 높은 레오폴드 2세 벨기에 국왕의 동상이 벨기에 '블랙 라이브스 매터' 시위대의 타깃이 되고 있다. 안트베르펜, 벨기에. 2020년 6월4일.
콩고에 대한 잔혹한 식민 지배로 악명 높은 레오폴드 2세 벨기에 국왕의 동상이 벨기에 '블랙 라이브스 매터' 시위대의 타깃이 되고 있다. 안트베르펜, 벨기에. 2020년 6월4일. ⓒJONAS ROOSENS via Getty Images

백인 경찰관의 강압적인 체포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으로 시작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는 미국을 넘어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분노와 항의를 넘어 경찰개혁 같은 구체적 변화에 대한 요구가 쏟아지자 정치인들도 이를 뒤따르고 있는 상황이다.

시위대의 요구는, 그리고 잔뜩 불이 붙은 운동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블랙 라이브스 매터’ 시위는 어느덧 흑인과 소수인종에 대한 차별과 약탈로 점철됐던 ‘선진’ 서방 국가들의 어두운 과거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노예제, 식민지배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에서는 인종차별을 상징하게 된 남부연합 관련 기념물들이 속속 철거되고 있고, 유럽에서는 시위대의 분노가 차별과 학살, 정복, 수탈로 얼룩졌던 제국주의 시대를 상징하는 기념물들을 겨냥하고 있다.

벨기에 최대 항구도시 안트베르펜에 세워져 있던 레오폴드 2세의 동상도 그 중 하나였다.

브뤼셀에서 열린 '블랙 라이브스 매터'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레오폴드 2세 벨기에 국왕의 동상에 '수치'라는 낙서를 휘갈겼다. 브뤼셀, 벨기에. 2020년 6월7일.
브뤼셀에서 열린 '블랙 라이브스 매터'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레오폴드 2세 벨기에 국왕의 동상에 "수치"라는 낙서를 휘갈겼다. 브뤼셀, 벨기에. 2020년 6월7일. ⓒASSOCIATED PRESS

 

안트베르펜 시 정부는 19세기 후반 아프리카의 콩고를 식민지로 삼아 잔혹하게 약탈했던 레오폴드 2세 벨기에 국왕의 동상을 9일(현지시각) 철거했다. 지난주에 이어 주말에도 벨기에의 ‘블랙 라이브스 매터’ 시위대에 의해 동상이 크게 훼손 된 뒤의 일이다.

레오폴드 2세는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현재 콩고민주공화국의 영토가 포함되어 있는 방대한 영토를 ‘개인 식민지’로 삼아 통치했던 인물이다.

그는 상아나 고무 같은 이 지역의 자원을 약탈하기 위해 주민들을 강제 노동에 동원했고,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손목을 잘라버렸다. 그가 콩고를 통치하던 23년 동안 학살 당한 사람이 1000만명에 달한다는 추정이 있을 만큼 수많은 사람이 노예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며 강제 노동에 동원됐고, 흔적도 없이 죽임을 당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수십년 동안 ”유럽 식민주의 역사에서도 가장 추악한 시대” 중 하나로 기록되는 이 어두운 역사를 외면한 채 학생들에게 ‘벨기에가 아프리카를 문명화했다’고 가르쳐왔던 벨기에에서 동상이 철거된 건 ”눈에 띄는 순간”이었다고 전했다.

'암살자'라는 낙서로 뒤덮인 레오폴드 2세의 동상. 누군가 콩고민주공화국의 국기를 걸어뒀다. 브뤼셀, 벨기에. 2020년 6월7일.
'암살자'라는 낙서로 뒤덮인 레오폴드 2세의 동상. 누군가 콩고민주공화국의 국기를 걸어뒀다. 브뤼셀, 벨기에. 2020년 6월7일. ⓒASSOCIATED PRESS

 

지난주부터 벨기에에서도 시작된 ‘블랙 라이브스 매터’ 시위대는 벨기에 곳곳에 들어선 레오폴드 2세의 동상을 겨냥하기 시작했다. 겐트에 있는 동상에는 빨간 페인트가 뿌려졌고, 브뤼셀의 동상에는 ”수치”라는 낙서가 적혔다.

정확히 콩고가 벨기에로부터 독립한 지 60년이 되는 6월30일 전까지 벨기에 전역에 세워져있는 레오폴드 2세의 동상을 전부 철거하라는 온라인 서명운동도 시작됐다.

보수정당 ‘신플랑드르연대’ 소속인 안트베르펜 시장 바르트 더베버르 안트베르펜의 대변인은 시위대의 반발 때문이 아니라 ”시민의 안전 문제” 때문에 동상을 철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들하임박물관으로 옮겨진 동상은 ”당분간” 이곳에 보관된 뒤 복원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안트베르프가 레오폴드 2세 동상을 철거한다.

이제 영국 너희 차례야...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에서도 브리스톨의 ‘블랙 라이브스 매터’ 시위대가 노예무역상의 동상을 끌어내린 이후로 이와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노동당은 자당 정치인들이 지방자치단체장을 맡고 있는 지역에서 주요 기념물들의 존치 여부에 대한 재검토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런던 시내 동쪽 ‘웨스트 인디아 퀘이’에 자리잡고 있던 18세기의 상인이자 노예주 로버트 밀리건(1746-1809)의 동상도 철거됐다. 이 지역 개발에 대한 그의 공로를 기리는 동상이 세워진 지 211년 만이다.

그에 앞서 노동당 소속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거리와 공공건물을 비롯해 노예제 등과 관련이 있는 인물의 이름을 딴 사례들을 모아 개명을 검토할 위원회 설치 계획을 공개했다.

맨체스터 시 정부도 시내에 세워진 모든 동상들의 ”역사와 맥락”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흑인을 비롯한 소수인종이라는 이유로 도시의 역사 속에서 ”잊혀진” 사람들 중 기념할 만한 인물을 제안해달라고 시민들에게 요청했다.

″우리는 이것이 그동안 기념되어 왔던 인물들에 대한 교육과 논쟁의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맨체스터 시의회 의원 루트퍼 라흐만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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