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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배종옥은 벌써 18년째 매일 아침 108배를 하며 "버틸 수 있는 힘" 기르는 훈련을 한다

1985년 데뷔한 배종옥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연기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배우 배종옥. “나 자신을 통해 배우가 되기 위한 실험을 한 것 같아요. 그때그때 맞는 과제들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면서요.”
배우 배종옥. “나 자신을 통해 배우가 되기 위한 실험을 한 것 같아요. 그때그때 맞는 과제들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면서요.” ⓒ한겨레/사진가 윤송이 제공

배우 배종옥은 한 장면도 그냥 넘기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사력을 다해 연기해보려는 사람이다. 1985년에 데뷔해 지금껏 한 해도 자리를 비우지 않으며 60여편의 드라마와 20여편의 영화, 9편의 연극에 몸담아온 성실한 이력서가 이를 말해준다. 매 순간 진심이기 어려운 삶 속에서 제대로 된 연기를 위해 밀도 높은 시간을 살고자 한 그는 자신의 삶을 두고 ‘배우로서 자신을 실험하고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그 나이에 뭘 또 성장해?’ 할 수 있겠지만, 계속해서 성장하고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남들 보기에 그런 게 아니라, 스스로 보기에 배우로서 배우고 발전하는 것이 나의 일이니까요.” 영화와 드라마로 익숙한 그이지만 배우 배종옥은 여전히 연극 무대를 지키고 있다. 많은 배우들이 ‘연극도 하고 싶다’고 습관처럼 말하지만 그처럼 두 장르의 균형을 맞추고 실천하는 이는 드물다. 지난달 말,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8월7일부터 한달가량 선보이는 연극 <분장실> 첫 공연을 앞두고 연습 중에 있던 배우 배종옥을 청담동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의심, 갈증, 고민이 나를 만들었죠

―연기에 능숙한 배우들조차 연극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무대에서 대사를 잊어버리는 등의 악몽을 자주 꾼다고 하던데요, 고생스러운 일을 최근 매년 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주변에서 편히 지내라고 타박도 할 것 같은데요.

“대단하다고들 해요. 진짜 대단해서가 아니고요, ‘바쁜데 뭘 굳이 연극까지 해. 충분해’라는 의미를 담은 말들을 하죠. 무대 작업의 어려움이 있지만 드라마나 영화 현장이 주는 힘듦도 있거든요. 무대가 특별히 더 힘들다고 느끼지는 않아요. 연극 작업 자체가 좋아서 하는 거예요.”

 

―1999년 장진 감독의 연극 <아름다운 사인>으로 처음 무대에 올랐습니다. 1985년 드라마로 데뷔한 뒤 14년이 지나 첫 연극을 한 셈인데요. 연극에서 출발해 영상 매체로 자리를 옮기는 배우는 많지만, 배종옥 배우처럼 반대의 경우는 드물어요.

“연극 무대에 서고 싶어서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입학했지만 막상 대학 다닐 때는 늘 기가 죽어 있었어요. 기라성 같은 친구들 사이에서 내가 저들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생각을 매일 했죠. 배우를 포기하려 하던 차에 우연히 드라마에 출연할 기회를 얻었어요. 그렇게 매체를 통해 먼저 연기를 했죠. 이후 배우로서 이름을 알리고 캐릭터도 얻었지만 늘 갈증이 생기더라고요. 스스로 반복적으로 연기를 답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에 무대에 오르면 그 답답함이 많이 해소가 되더라고요. 막연하게 무대를 동경하던 20대 초반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무대를 버리지 못하는 걸 보면 무대와 무슨 인연이 있긴 한가 봐요.”

 

―연영과 3학년 때 연기를 그만둘 생각으로 무대 장치로 전공을 바꿨죠? 재능에 대한 의심으로 늘 기가 죽어 있던, 의기소침한 모습이 상상이 안 되는데요. (웃음)

“그렇죠? (웃음) 동료들과 비교했을 때 내 연기는 늘 부끄럽고 부족했어요. 그 안에서 ‘지금 여기 나의 존재 가치는 무엇일까’를 고민하며 20, 30대를 보냈죠. ‘어떻게 하면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 내가 지금 뭐가 부족하지?’를 끊임없이 생각했어요. 돌아보면 그때의 고민이 저를 동료 배우들과는 다르게 만들어준 것 같아요. 저를 주눅 들게 하던 친구들은 지금 아무도 연기를 안 해요. 다 사라지고 없어요.”

 

―재능에 대한 의심은 언제 거둘 수 있었나요?

“30대 중반부터는 ‘그래, 그냥 열심히 하자’ 했죠.”

 

―꽤 오랜 시간 의심을 놓지 못했네요. 헌데 ‘연기를 잘한다’는 건 주관적인 판단이잖아요. 일찍이 20대 후반에 대종상 여우조연상(영화 <젊은 날의 초상>)과 백상예술대상 여자 최우수연기상(영화 <걸어서 하늘까지>) 등을 수상하며 두루 좋은 평을 받았음에도 자기 의심을 거두질 못했던 것이죠?

“모든 것에는 주관적인 판단이 들기 마련이고, 그 주관적인 판단으로부터 스스로 자유로워질 때 문제가 해결되는 것 같아요. 누군가가 ‘아니야, 너는 잘해, 재능이 있는데 왜 그렇게 생각해?’라고 한들 스스로 납득이 안 된다면 타인의 말은 큰 의미 없는 거죠. 당시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나는 아직 부족해.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단계가 아니야’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자아가 강해서일까, 저는 제 판단이 중요한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그만큼 오래 고민했고, 스스로를 극단으로 몰아붙이기도 했어요. 젊었을 때는 굉장히 까칠했죠. 대사 하나 틀리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으니까. 배우로서 현장에서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강박도 있었고요. 자학도 심했어요. ‘네가 그렇지, 잘하는 게 뭐가 있니?’ 하며 스스로를 할퀴기도 하고.”

 

―이쯤 되면 자학과 강박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을 것 같은데요.

“때때로 ‘너무 헐렁해진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풀어지기도 해요. 예전에는 고민이 들지 않는 캐릭터를 만날 때 두려웠거든요. ‘대충 하는 거 아니야? 이래도 되겠어?’ 하고 스스로를 추궁했고요. 지금은 헐렁함이 주는 여유를 배우고 있어요. 나이가 들고, 선배가 될수록 관용과 너그러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그렇지 못한 어른들을 보면서 저의 어떤 부분은 수정하기도 해요.”

“계속해서 성장하고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남들 보기에 그런 게 아니라, 스스로 보기에 배우로서 배우고 발전하는 것이 나의 일이니까요.”
“계속해서 성장하고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남들 보기에 그런 게 아니라, 스스로 보기에 배우로서 배우고 발전하는 것이 나의 일이니까요.” ⓒ한겨레/사진가 윤송이 제공

어떤 선택이라도 책임지는 게 어른 같아요

―앞의 대화에서 우연한 기회로 드라마에서 연기를 하게 되었다고 했는데요, 우연치 않던 그날로부터 36년이 흘렀습니다. 배종옥 배우의 사례만 봐도 ‘운 좋게 얻은, 우연한 좋은 기회’ 같은 건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모든 사람들에게 기회와 운이 주어진다고 생각해요. 기회가 드라마틱하게 ‘기회!’ 하고 올 것만 같잖아요. 근데 기회는 그런 얼굴로 오지 않아요. 때로는 그게 기회인지도 모르게 올걸요. 그걸 기회로 만드는 건 자기 몫이죠. 제가 특채로 데뷔를 했다고 해서 지금까지 배우 생활을 할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데뷔 후 3년간 엄청나게 고생을 했는데 그때 연기의 끈을 놓았다면 저는 배우가 안 됐겠죠. 그랬다면 그건 저에게 기회가 아닌 거예요.”

 

―전혀 기회라고 생각 안 했는데 돌아보니 기회였던 것들도 있었지요?

“배우니까 특히 작품을 하면서 그걸 많이 경험해요. 드라마 <거짓말>(배종옥의 배우 이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노희경 작가를 처음 만나게 한 작품이다) 제작 당시 저는 캐스팅 순위에 없었어요. 제가 먼저 제작진에게 연락해 들러붙어서 참여하게 된 거예요. 저에게 좀처럼 주어지지 않던 장르인 멜로를 극복하고 싶었고, 배우고 싶었어요. 돌아보면 그 작품을 통해 배우로서 큰 전환점을 맞았어요. 기회죠. 만약에 ‘그래, 내가 별로야? 그럼 나도 안 해도 돼. 다음 작품 하지 뭐’ 하고 포기했다면 배우로서 제 인생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렀을 것 같아요. 기회는 스스로 오기도 하지만 잡기도 해야 하는 거죠.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의 지수 역할 역시 물망에 올랐던 모든 배우가 안 하겠다고 해서 저에게 온 거였어요.”

 

―그해 방송 3사를 통틀어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했던 작품이죠.

“당시에 정경호 배우와 영화 <허브>라는 작품을 찍었어요. 정을영 감독님(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 감독이자 배우 정경호의 아버지)이 캐스팅 난항을 겪던 중에 아들의 영화를 보러 왔다가 저를 발견한 거예요. ‘아, 배종옥이 있었지!’ 하고 연락을 한 거죠. 그때 ‘다른 배우들이 다 안 하겠다고 하는 걸 내가 왜 해?’ 했다면 그 역시 내 기회가 아니었겠죠. 그간 해보지 못했던 순종적인 역할에 호기심을 느꼈고, 도전하고 싶어서 제가 선택을 한 거예요. 기회는 그렇게 오는 거죠. 가만히 앉아 있는데 기회는 오지 않아요.”

 

―반대로 기회라고 생각했는데 기회가 아니었던 일도 있나요?

“있죠. 근데 생각나지 않아요. 굳이 생각하려 하지 않고요. 저도 다 성공한 건 아니에요. 실패한 작품도 있죠. 어떻게 매번 선택에 성공해요? 그럴 때는 ‘내가 옳다고 생각해서 선택했지만 아닌 것도 있는 거지’ 하고 작품이 끝날 때까지 잘해요. 일상에서도 틀린 선택을 하더라도 책임지는 게 어른 같아요. 무슨 일이건 마무리를 잘 짓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참여한 작품이 비난받을 때 혹은 작품 안에서 배우로서 질타받을 때도 묵묵히 받아내려 해요.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게 처음부터 쉬웠던 건 아니에요. 오래 일하다 보니까 이게 옳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미루고 회피한들 제가 거기로부터 빠져나갈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후로요.”

 

―오랜 시간 다양한 역할을 통해 주체적인 여성상을 제시해왔습니다. 1990년대 초부터 전문직 역할을 주로 맡으며 ‘자기 말을 선명히 하는 사람’으로 등장했지요. 최근까지도 드라마 <우아한 가(家)>를 통해 자기 욕망에 충실한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만들었다는 평을 받았고요. 한 인간이 주체성을 갖는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나요? 자기 자신의 주인이 나라는 것은 언제 자각된다고 봅니까.

“이어지는 대답인데요, 자기 선택에 대한 책임이죠. ‘나는 그때 안 하고 싶었는데, 너 때문에 했잖아. 그러니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라고 하는 게 제일 비겁한 거 같아요. 어떤 상황 안에서 내가 행동했다는 건 나의 선택이거든요. 그걸 정확히 인지하고 책임지는 것이 주체성을 가진 인간이라고 봐요.”

 

―법륜 스님이 이끄는 정토회의 마음공부가 삶의 큰 변화를 만들어줬다고 했습니다. 요즘도 매일 108배를 하고 있나요?

“그럼요. 매일 아침마다 하죠. 벌써 18년 가까이 됐네요. 무릎에 굳은살이 생겼어요. 촬영 있는 날도, 또 너무 하기 싫은 날도 그냥 해요. 운동처럼. 법륜 스님이 명상과 108배를 매일 하라고 하시거든요. 기도라는 게 사회적으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 기원하는 게 아니라 지금, 여기에 온전히 머무르며 어떤 상황이든 잘 받아들이고 버틸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한 것이라고 하시죠.”

 

―지금 여기에 온전히 머무른다는 말이 새삼 와닿습니다. 철학자 몽테뉴도 ‘나는 춤을 출 때는 춤만 추고, 잠을 잘 때는 잠만 잔다’는 말을 했죠.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금을 제대로 사는 것은 누구에게나 큰 숙제입니다. 온전히 머무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들도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고요.

“하루에도 틈틈이 자신을 인지해야 해요. 무슨 일을 하다가도 다른 생각이 끼어들면 ‘아니야, 나 지금 이거 하고 있는데’ 하고 깨어 있으려고 하는 것이 지금 여기에 머무를 수 있는 방법 같아요. 밥을 먹을 때도 의식적으로 밥만 먹으려고 해보고요. 최종적으로는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것 아닐까요? 흔히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를 놓치지 말라고 하잖아요. 미래는 모르는 거니까. 저 역시 젊을 때는 내가 계획한 대로 다 될 줄 알았어요. 그래서 계획했고, 목표를 향해 달렸는데, 돌아보면 작은 일에 있어 내 계획대로 된 게 별로 없어요. 그런데도 크게 보면 내가 품었던 목표점을 향해 가고 있어요.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거예요. 경로만 다를 뿐 종착지는 같은 거죠.”

드라마 <거짓말></div>(KBS 2TV, 1998)의 한 장면. 배종옥의 배우 이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노희경 작가를 처음 만나게 한 작품이다.
드라마 <거짓말>(KBS 2TV, 1998)의 한 장면. 배종옥의 배우 이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인 노희경 작가를 처음 만나게 한 작품이다. ⓒ한겨레/한국방송 제공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div>의 한 장면.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한 장면. ⓒ한겨레/수필름 제공

배우이지만 배우가 좋습니다

―무대를 향한 막연한 동경으로 시작했던 연기의 경로는 어떻게 변화해온 것 같습니까?

“배우로서 명성과 명예를 얻기 위해 노력도 했지만 지금 돌아보면 나 자신을 통해 배우가 되기 위한 실험을 한 것 같아요. 그때그때 맞는 과제들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면서요. 배우는 자신에게 익숙한 캐릭터만 고수하기가 쉽고, 그런 식으로 실패의 확률을 낮추기도 하는데요, 저는 설령 실패하더라도 부족한 부분을 메우기 위한 크고 작은 도전들을 해왔어요. 그 경로 속에서 배우로서 커리어를 쌓고 나이 들어왔고요. 배우로 성장하는 과정 속에 있었던 거죠. 누군가는 ‘그 나이에 뭘 또 성장해?’ 할 수 있겠지만 계속해서 성장하고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봐요. 남들 보기에 그런 게 아니라, 스스로 보기에 배우로서 배우고 발전하는 것이 나의 일이니까요. 고통스러울 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저는 이 여정이 재미있었어요. 어떤 의무감도 아니었고, 지금 이걸 돌파해서 다음 단계로 도달해야지 같은 목적 지향도 아니었어요.”

 

―스스로를 실험하는 과정에서 자극이 되고 지침이 되었던 여성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간 나문희 배우, 윤여정 배우에 대한 큰 애정을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특히 윤여정 배우는 배종옥 배우와는 떼놓을 수 없는 사람인 노희경 작가를 소개해준 분이기도 하죠.

“많은 도움을 받았죠. 두분 선생님들과는 작업을 함께한 덕분에 그분들의 존경스러운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어요. 다들 잘 아시겠지만 윤 선생님은 솔직하시죠. 연세가 있으시지만 후배들을 친구처럼 대해주면서도 많은 가르침을 주세요. 언젠가 연기가 도저히 안돼서 선생님 앞에서 펑펑 운 적이 있어요. 왜 이성적으로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도무지 표현이 안 되는 때가 있거든요. 제가 막 우니까 담배를 한대 피우시면서 다른 말씀은 안 하시고 “그래, 고통스럽지” 하시는데, 그 한마디가 왜 그렇게 위로가 되던지. 지금까지도 그날 기억이 나요. 무엇보다 작품을 선택할 때 두분 모두 쉽지 않은 결정을 하시잖아요. 그런 과감함이 후배들에게 한 뼘 더 멀리 내다볼 수 있게 하는, 지평을 넓힌다는 점에서도 존경스럽죠. 제가 늘 배우게 되는 분들이에요.”

 

―동시에 작품을 통해 배우기도 하지요?

“그럼요. 대학교 4학년 때 메릴 스트립의 영화 <소피의 선택>을 보고 가슴이 뛰어서 3, 4일은 잠을 못 잤어요. 오랜 시간 롤모델이었고, 지금 봐도 너무 잘해요. 어떻게 그렇게 섬세하게 인물을 표현해낼 수 있을까. 또 그가 연기했던 <워싱턴 포스트> 창립자의 딸 캐서린 그레이엄의 생애를 담은 영화 <더 포스트>가 있는데 영화 원작인 자서전도 훌륭해요. 어려운 상황에서 용기를 발휘하고 그를 통해 무언가를 이뤄낸 여자들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나아가 자기 마음의 이야기를 잘 들여다보며 주어진 시간을 충실히 살아가는 사람들도 아름답죠. 그렇게 살아가는데 아름답지 않은 사람은 없는 거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가요?

“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미 배우잖아요.

“배우 맞는데요. (웃음) 더 배우가 되고 싶고, 더 좋은 작품으로 인정받고 싶어요. 점점 주변에서 저를 두고 ‘어떤 호칭으로 불러야 할까요?’ 하고 묻기도 하는데요, 배우라고 부르라고 해요. 그래서 다들 저를 ‘배 배우’라고 불러요. (웃음) 이미 배우이지만 배우가 좋고, 배우이고 싶고, 배우가 되고 싶어요.”

유선애 <마리끌레르 코리아> 피처 디렉터

유선애. 1990년대에 태어난 멋진 여성들의 이야기를 묶은 인터뷰집 <우리가 사랑한 내일들>(2021)을 펴냈다. 매 순간 새롭게 배우고 깨치는 배우의 삶에 대한 궁금증이 많다. 맡은 배역을 깊이 탐구하고 탐험해온 중견 여성 배우들에게 ‘배우는 삶’에 대해 묻고, 듣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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