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설날을 앞두고 화제가 된 영화 ‘B급 며느리’를 기억하는가? 실제 가족의 일상을 담은 이 다큐멘터리 영화에는 집에 불쑥불쑥 찾아오며 참견하는 시어머니, ‘그냥 좀 참고 전화 자주 드리라’고 말하는 남편, 그리고 시어머니에게 당당하게 따지는 주인공 김진영씨가 등장한다.
그 후 네 번의 명절이 지났다. 명절 당일은 무조건 시가에 먼저 들르고, 여자들만 부엌에서 일을 하는 가부장들의 명절 풍경에 반기를 드는 사람들도 늘었다. 20대에서 30대 초반의 1990년대생 며느리들은 특히 더 그렇다.
영화 개봉 당시 ‘사이다 한 사발’ 혹은 ‘싸가지 없는 며느리’라는 엇갈린 반응을 마주했던 그 때 그 ‘B급 며느리’ 진영씨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어느덧 결혼 10년차를 맞은 그를 강화도 자택에서 다시 만났다.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막 발을 들인 ‘후배 며느리’들의 고민과 함께.
기자: 영화가 개봉하고 1년 반이 지났네요. 요즘은 시어머니와 어떻게 지내시나요?
진영: 지금은 예전과 같은 갈등은 겪지 않고 있어요. 제가 가장 폭발했던 일 중에 하나는 어머니가 아기를 보러 저희 집에 자주 오시는 걸 제가 불편하다고 했을 때인데요. 매번 불편하다고 말씀을 드리고, 또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관계가 바뀌었어요.
기자: 어떻게 바뀌었나요?
진영: 지금은 어머니가 저를 대할 때 어떤 선은 넘지 않으세요. 또 제가 어머니가 집에 너무 자주 오는 문제로 고민할 당시 주위에서 ‘아이 크면 나아진다’고 했는데, 아이가 크니 정말 그렇게 되더라고요.
남편도 바뀌었어요. 남편과 두 가지 합의를 봤어요. 첫째는 어머니와 나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확실하게 중재에 나설 것, 둘째는 어머니 전화는 무조건 남편이 받는다는 것. 이 두 가지를 정한 후로는 어머니가 제게 전화해서 무언가를 요구하는 일이 완전히 없어졌어요. 무리한 요구가 혹시 있다고 해도 남편이 전달 안하면 그만이니까요.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저는 지금도 제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어머니도 본인의 삶의 방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기자: 이제 막 결혼한 여성들이 갖는 고민들이 몇 가지 있어요. 먼저 싸워보신 며느리로서, 몇 가지 조언을 주셨으면 해요. 젊은 며느리들이 가장 의아해하는 것 중에 하나가 시가는 명절 당일에 가면서 처가는 다음날 가는 풍습이던데요. 비슷한 경험 있으신가요? 어떻게 바꾸셨나요?
진영: 저는 근본적으로 왜 힘들게 명절날 바득바득 가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시부모님이랑 명절 때만 만나는 것도 아니고, 또 어린 아기 데리고 며칠 먹을 분유, 삶아 쓸 예비젖병, 기저귀, 여벌 옷, 아기가 익숙한 장난감, 요람, 이런 것들 차에 바리바리 싸서 가는 게 힘들거든요.
그래서 제가 한번 명절에 다같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앞으로 저희는 명절을 피해서 올게요’ 했더니 난리가 났어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우리만 명절에 아무도 찾아오지 않으면 동네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냐고.
저는 부부도, 아기도 그렇게까지 고생하면서 가는 게 이해가 안 되고, 그렇게 고생해서 가야 하는 거면 저희 부모님도 보고 싶거든요. 사실 명절이 옛날 농경사회 땐 농한기에 온가족이 모인다는 개념이었는데, 지금 직장인들은 농번기 농한기 없잖아요. 그런데 남편이 “명절은 무조건 가는 거야”라고 하니까 싸움이 되더라고요.
이건 싸움이 되더라도 피하지 말고, 자기 파트너랑 꼭 이야기해야만 해결되는 문제예요. 기존 한국 문화라는 게, 여성이 무언가를 얻으려면 어떤 각오는 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저도 남편과 싸움을 반복하고 언성을 높이다보니 사실 남편과의 관계가 처음 같진 않아요. 많이 안타깝지만, 그걸 각오하지 않으면 얻기 힘든 게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90년대생 며느리의 고민 2. ‘결혼하더니 갑자기 ‘효자병’에 걸린 남편, 어떻게 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