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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사람들이 두루마리 휴지를 사재기하는 이유에 대한 학자들의 분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우려로 시작된 사재기가 바이러스 만큼이나 빠르게 퍼지고 있다.

  • 허완
  • 입력 2020.03.04 16:40
  • 수정 2020.03.04 16:45
호주 브리즈번의 한 슈퍼마켓에서 두루마리 휴지가 품절돼 매대가 텅 비어있다. 호주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휴지를 비롯해 통조림 음식 등의 제품이 품절되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2020년 3월4일.
호주 브리즈번의 한 슈퍼마켓에서 두루마리 휴지가 품절돼 매대가 텅 비어있다. 호주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우려로 휴지를 비롯해 통조림 음식 등의 제품이 품절되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2020년 3월4일. ⓒSOPA Images via Getty Images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호주에서 두루마리 휴지(toilet paper)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사람들이 앞다투어 사재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 울워스는 급기야 1인당 4묶음으로 구매를 제한하겠다고 4일 밝혔다. 스콧 모리슨 총리가 이례적으로 대형 유통업체 임원들에게 전화를 건 뒤의 일이다. 휴지 제조사 킴벌리-클락은 단기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24시간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드니모닝헤럴드ABC뉴스 등 호주 언론의 보도를 보면, 소셜미디어에는 #두루마리휴지(toiletpaper)가 트렌드에 올랐고, 전국 곳곳의 마트 풍경을 담은 사진이 쏟아졌다.

(슈퍼마켓)알디 계산대에서 내 뒤에 있던 어떤 여성

사람들이 패닉바이 하는 사진들을 볼 때마다 웃겨 죽겠어

난리났다! 슈퍼마켓 세 군데를 갔는데 휴지가 없다! 내가 듣기로 코로나바이러스가 독감 같은 증상을 일으킨다고 했는데. 격렬하고 폭발적인 설사가 아니라! 브리즈번 전체에서 아마도 이게 마지막 남은 묶음인 것 같다! 이베이에 올려야 할까보다!

지금까지 읽은 모든 건 진짜임. 우리 동네 쇼핑센터에 두루마리 휴지나 생수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 다시 똥을 쌀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앞서 이와 비슷한 사태가 벌어졌던 일본으로 호주산 두루마리 휴지가 긴급 배송(?)되는 훈훈한 장면도 있었다. 

지난 일요일 밤 도쿄 공항에서 친구가 보낸 메시지. 호주 두루마리 휴지가 멜버른에서 비행기를 타고 일본에 도착했다.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이런 ‘패닉 바이(panic buy)‘가 시작됐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공포’가 퍼지면서 벌어진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맥쿼리대학 자나 보우덴 교수(마케팅)는 심리학 용어인 ‘쏠림현상(herd behaviour)’으로 이 현상을 설명했다. 설령 별다른 불안감을 느끼지 않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사재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나면 괜히 불안해지기 때문에 사재기 행렬에 가담하게 된다는 얘기다.  

″지금 안 사면 그 제품을 구할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고, 다시는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우덴 교수가 ABC뉴스에 말했다.

호주 경제학자 저스틴 울퍼스 교수는 두루마리 휴지 품귀 현상은 사람들이 갑자기 은행에서 돈을 빼기 위해 몰려드는 ‘뱅크런’과 똑같은 원리라고 분석했다. 사재기를 하는 다른 사람들 때문에 나중에 제품을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결국 사재기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된다는 설명이다.

BRISBANE, AUSTRALIA - 2020/03/04: Customers looks at empty shelves at a supermarket.
Shops sold out on many goods including toilet paper and canned food after Coronavirus spread in Australia. Population stocked up after fear of national shortage on food and supplies. (Photo by Florent Rols/SOPA Images/LightRocket via Getty Images)
BRISBANE, AUSTRALIA - 2020/03/04: Customers looks at empty shelves at a supermarket. Shops sold out on many goods including toilet paper and canned food after Coronavirus spread in Australia. Population stocked up after fear of national shortage on food and supplies. (Photo by Florent Rols/SOPA Images/LightRocket via Getty Images) ⓒSOPA Images via Getty Images

 

 

유통 전문가인 퀸즐랜드공대 개리 모티머 교수는 ”평소 1주일에 4롤을 쓴다면 8개 정도 구입하라”고 조언했다. “2주는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64롤을 사들일 필요는 없다.”

보우덴 교수는 ”공급 측면에서 보면, 이건 완전히 비이성적인 행위”라고 덧붙였다. 공급물량은 전혀 부족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모티머 교수는 슈퍼마켓에서 두루마리 휴지가 품절되는 광경이 언론 등에 보도되면서 사람들의 공포를 키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부피가 커서 매장 내에 재고를 다량으로 쌓아두기 어려운 제품의 특성 때문에 하루에 판매할 만큼만 들여오는 게 보통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대여섯명이나 열명의 고객들만” 사재기를 시작해도 매대에서 제품이 빠르게 품절된다는 것.

보우덴 교수는 거듭 ”‘기회를 잃을 것 같은 공포’에 빠지지 않도록 하라”고 강조했다. ”그저 기본적인 필수품만 가지고 있으면 된다. 사재기를 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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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코로나19 #호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