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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사상최대 제작비 쓴 대작 영화를 단 3일만에 극장에서 내린 이유

제작비 1260억원에 박스오피스 84억원으로 종영했다.

중국에서 지난 13일 개봉했다가 15일 종영한 영화 아수라의 홍보사진.
중국에서 지난 13일 개봉했다가 15일 종영한 영화 아수라의 홍보사진.

“투자자 전원 결정을 거쳐 7월15일 밤 22시부터 상영을 중단한다.”

중국 영화 사상 최대의 자본이 투입된 영화 ‘아수라’가 개봉한 3일 만에 종영을 발표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 영화계의 경쟁적인 현실도 재조명받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의 공식 계정에 ‘전체 투자자’ 명의로 올라온 공지문에는 구체적인 종영 사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다만, 이미 영화를 본 관객들에 대한 감사와 아직 보지 못한 예비 관객들에 대한 사과, 그리고 “6년 동안 본 영화에 참여한 모든 제작진과 출연진에 숭고한 경의를 표시한다”는 등 의례적인 인사만 있었다. 영화 홍보를 맡아온 기업도 “원인은 불분명하다”고 할 뿐이다.

상영 중단의 결정적 원인은 막대한 제작비 규모에 견줘 상영 초기 흥행이 실패했기 때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화 아수라에 투입된 제작비는 모두 7억5000만위안(약 1260억원)으로, 중국 영화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아이돌 스타 우레이(19)와 홍콩 스타 토니 렁(양가휘), 카리나 라우(유가령) 등을 비롯해 세계 35개국의 제작진·출연진이 2500명에 이르렀고, 촬영 대부분은 중국 칭하이성, 닝샤회족자치구, 허베이성 등에서 이뤄졌다. 특수효과에만 예산 30% 가량이 쓰인 가운데, 15개월 가량의 후반작업은 미국에서 진행됐다.

제작비 수준이 5천억원이 넘은 것으로 알려진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등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는 못 미치지만, 불교 신화를 소재로 한 판타지 작품인 아수라에 투입된 자본 탓인지 중국 사회는 ‘대작’에 대한 기대를 품었다. 이달 초 시사회에는 닝샤자치구 당 관료들이 참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개봉 뒤 중국 내 관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금요일이었던 첫날 인터넷 평점은 예매사이트마다 10점 만점에 8.4점, 4.9점, 3.1점으로 격차가 컸다. 높은 점수엔 ‘평점 조작’이란 의혹마저 제기됐다. 

중국에서 지난 13일 개봉했다가 15일 종영한 영화 아수라의 홍보사진.
중국에서 지난 13일 개봉했다가 15일 종영한 영화 아수라의 홍보사진.

관객 평가도 부정적이었다. 누리꾼들 사이에선 ‘재미없는’ 영화라는 악평이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너무 졸렸다. ‘왕좌의 게임’(미국 드라마)을 베낀 스타일은 말할 것도 없고, 90분이면 될 얘기를 140분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다른 누리꾼은 “줄거리가 이어지지 않아, 본 사람들이 어리둥절해 한다”고 불평을 터뜨렸다.

첫 주말까지 3일 동안 아수라의 박스오피스 수입은 약 5000만위안(약 84억원)의 ‘참담한’ 수준이었다. 같은 날 개봉한 장원 감독의 액션영화 사불압정(1억2100만위안)이나 지난달 19일 개봉해 1위를 이어가고있는 ‘나는 약의 신이 아니다‘(25억위안) 등 자국 영화들과의 차이가 컸다. 아수라는 전체 20억위안(약 3360억원)의 상영 수입을 거둬야 제작비 회수가 가능했다고 중국 경제일보가 17일 전했다. 저조한 초기 실적으로는 상영 기간이 이어질수록 오히려 손실이 커질 위험이 있었던 셈이다. 알리바바 영화사업부문인 ‘알리영화’와 대형 극장체인 ‘다디위안셴’ 등 22개 투자자들은 15일 우선 상영관을 줄인데 이어 상영 중단을 결정했다.

 

중국에서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아수라가 15일 공식 웨이보 계정을 통해 상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에서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아수라가 15일 공식 웨이보 계정을 통해 상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웨이보 갈무리

17일 현재 종영을 알리는 웨이보 게시물에는 1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아이돌 스타 우레이 출연 영화의 조기 종영을 아쉬워하는 팬들의 목소리와 중국판 ‘대작 영화’가 실패로 끝난 것을 안타까워하는 탄식이 혼재돼있다. 다만, 영화 시장의 성장과 더불어 경쟁이 심해지면서 중국에서 조기 종영한 뒤 재개봉하는 사례가 잇따르는데 주목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014년 2월 춘절(설) 개봉한 애니메이션 ‘나는 늑대다‘는 하루 상영 뒤 춘절 경쟁 속에 일단 종영하고, 중국 어린이날 시즌인 5월31일에 다시 개봉했다. 지난해 9월 개봉한 청춘물 ‘순결한 심령’도 개봉 5일 만에 종영했다가 지난 2월9일 재개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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