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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원 아동수당 너덜너덜하게 만든 야당과 여당 국회처리 합작과정 리뷰

민생 현실 외면한 야당 '똥고집'에 여당도 '무기력'했다.

ⓒ뉴스1

애초 정부안 대로였다면 220만 가구 부모들이 동주민센터를 찾거나 홈페이지를 접속해 신청서와 일일이 뗀 소득증명서, 주택계약서 등을 내야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불과 9만여 가구를 가려내기 위해 올해만 1600억원, 매년 1000억원 넘는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터이다.

그러나 국회에서 이 모든 것을 뒤집어 놓았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에선 보편 복지는 예산 낭비를 초래한다며 이념적으로 어깃장을 놓았고, 예산안 통과가 급박했던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무기력하게 끌려갔다. 그 결과 팍팍한 가계 보육 재정에 월 10만원 국가 지원을 받기는 훨씬 험난하고 불편해졌고, 예산은 예산대로 낭비되는 최악의 민생 대란이 빚어지기에 이르렀다.    

9월 첫 지급이 시작되는 아동수당 이야기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달 지급을 앞두고 지난 8월29일 기준 아동수당 신청자는 222만여명으로 집계됐다. 인터넷 블로그 등에는 아동수당을 신청하러 동사무소를 찾았다가 서류 미비 등으로 헛걸음을 했다는 경험담 등이 올라오고 있다.

아동수당은 0~6살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최대 72개월 지급된다. 올해 신청 대상 아동은 243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신청률은 91.6%에 그쳤다. 신청해봐야 지원을 못받을 수 있다고 보고 포기하거나, 각종 서류 등을 첨부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 탓에 신청을 하지 못한 이들이 21만여명에 이르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올 한 해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앞으로도 대상 가구는 매년 소득과 재산 변동 상황 등을 신고해야 하고, 정부는 신청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또 신청한 가구 중에서 누구를 제외해야 할지 등을 조사하는 데 막대한 행정력과 비용을 쏟아부어야 한다. 불편하고 복잡한 선별 과정을 통해 줄어드는 아동수당 지급 대상과 예산은 해마다 9만여명, 1080억원 정도다. 반면, 이런 선별을 위해 첫해인 올해 투입되는 예산은 1600억원으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 앞으로도 해마다 절감 예산과 ‘똔똔’인 1000억원 안팎의 예산이 행정비용으로 날아갈 판이다.   

일이 이렇게 복잡해진 건 지난해 국회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다. 애초 문재인 정부는 문 대통령의 핵심 대선 공약인 아동수당을 해당 아동 전부에게 100% 보편 지급하는 방안의 예산안을 짜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 심의에서 제동이 걸렸다. 특히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야당은 이른바 ‘금수저‘에게까지 아동수당을 주는 것은 과잉 복지라며 경제 수준 상위 10%를 제외하고 90%에게만 ‘선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산안 통과가 급했던 더불어민주당이 덜컥 이를 받아들이면서, 아동수당 성격은 ‘선별 수당’으로 변질됐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 때 합의에 따라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아동수당법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은 수급 아동 가구의 경제적 수준이 2인 이상 전체 가구의 100분의 90 수준 이하가 되도록 지급 대상 선정 기준을 정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 결과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애초 정부 계획대로 ‘보편 수당’이 됐더라면, 해당 가구는 간단한 클릭 한 번으로 신청이 가능했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소득, 재산 등 무려 60개 개인정보를 제출해야 한다.

지난해 이런 결정이 이뤄질 당시에도 ‘선별복지의 덫’에 대한 경고가 쏟아진 바 있다. 또 다른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국회 예산 합의 얼마 뒤인 올 1월 이미 하위 90% 아동한테만 아동수당을 주려면 매년 많게는 1150억에 이르는 행정비용이 들 것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선별작업을 하는 데만 500명의 복지담당 공무원 충원이 필요하다는 점과, 해마다 신생아 부모나 소득·재산에 변동이 있는 부모들이 새로 복잡한 신청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점도 지적된 바 있다.

그러나 국회가 이를 무시한 것은 결국 민생과 국민 편익보다 이념을 앞세워 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을 고집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보편복지‘에 대한 이념적 거부감 탓에 선별복지를 주장했고, 현 바른미래당의 한 뿌리인 국민의당도 ‘금수저 배제’라는 명분에 집착했다.    

 

ⓒ이용호 의원 블로그 캡처

막상 국민 불편 가중과 예산 낭비가 눈 앞의 일로 닥치자, 당시 ‘선별 수당‘을 주장했던 야당 쪽에서도 뒤늦게 반성 목소리가 나온다. 당시 국민의당 정책위원장으로 ‘선별 수당‘을 앞장서 주장했던 이용호 현 무소속 의원은 지난 4일 뒤늦은 ‘반성문’을 냈다. 그는 공식 입장문을 내어 ”지난해 예산 심의 때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으로서 ‘금수저 배제’ 차원에서 (아동수당 지급 대상에서) 상위 10% 제외를 강력 요구해 관철시켰지만, 당시 주장은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겨우 월 10만원의 혜택을 위해 막대한 비효율이 초래되고 있다”며 ”이 같은 현실을 감안했을 때 차라리 모든 가정에 아동수당을 지급하고 불필요한 행정비용을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3일 지금이라도 국회가 국민 불편 해결에 나서줄 것을 호소했다. 뉴스1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수석보좌관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지난해 국회는 아동수당을 소득 상위 10%를 제외하고 지급키로 결정했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소득과 재산을 증빙할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큰 불편을 겪게 됐다”라며 ”정부는 그와 같은 국민 불편과 행정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해 나가겠다. 국회에서도 전향적으로 논의해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아동수당 파문은 민생 현실에 눈감은 야당의 막무가내 이념형 ‘생고집’과 확고한 철학 없는 여당의 무기력이 만나면 국민의 삶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현재진행형으로 생생하게 보여준다. 국회는 이제라도 현장 목소리 반영해 국민들이 조금이라도 더 맘 편히 복지 혜택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면 정말 안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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