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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5월 24일 10시 58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5월 24일 10시 58분 KST

국회, 왜 그랬을까

huffpost

국회가 또 한 건을 했다.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처리는 늘 후폭풍이 따른다는 걸 모를 리 없다. 더구나 이번 건은 모두 비리 혐의 건이다. 그중 하나는 수년 동안 검찰 수사만 세번째 진행되고 있는 묵고 묵은 사안이다. 취업비리, 공천거래, 검찰 부실수사 및 외압 논란이라는 뇌관을 여러 개 장착한 사건임에도, 부결시킨 국회의원들은 꿋꿋했다. 홍문종, 염동열 의원의 소속 정당인 자유한국당은 부결 결과에 대해 ‘불구속 수사와 무죄추정의 원칙이 지켜졌다’는 입장을 내놓는 대범함을 보였다. 이 정도 되면 ‘화가 난다’는 감정을 넘어 ‘왜 그럴까’라는 합리적 궁금증이 필요하다.

뉴스1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염동열 의원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이번 건도 ‘소나기만 피하면 곧 잊힐 것’이라는 관성적 기대가 한몫을 했을 것이다. 억울하지만 그들의 기대는 근거가 있다. 우리는 그들의 잘못에 대해, 순간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하지만 곧 ‘잊어주는’ 아량을 베풀어왔기 때문이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의혹은 2016년 총선 전에 이미 문제가 된 것이다. 하지만 관련 의혹을 받는 염동열, 권성동 의원은 19대에 이어 20대 국회의원으로 당당히 당선되었다. 물론 2016년 2월, 사건을 접수하고서도 1년이 넘도록 조용히 묻고 있었던 검찰의 행태가 그들의 당당함을 도왔을 것이다. 홍문종 의원의 비리 혐의 발생 시점도 20대 총선 이전이었지만 그도 19대에 이어 20대 의원으로 당선되었다. 아마도 그들 대부분은 ‘어떻게든 검찰의 수사만 막으면, 언론과 관련자들의 입만 막으면’ 다수 유권자들은 모를 테고 또 잊히는 행운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검찰의 수사, 언론의 보도, 관련자들의 제보를 틀어막을 수 있다는 기대를 원천적으로 봉쇄하지 않는 한, 현직 의원들의 과감한 행태를 뿌리뽑기는 쉽지 않다.

익명의 무리에 편승한 이점도 이들의 과감함을 보장했을 것이다. 누가 체포동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는지, 추정은 할 수 있지만 확인은 할 수 없는 결과는 오래도록 이 행위를 기억하게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된다. 반대 ○○○표 안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그 의원들의 실체가 들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익명에 기댄 국회의 시대착오적 행태는 체포동의안 처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특수활동비 사용,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 관행, 세비 관련 오래된 논란에 대한 대처 등은 모두 이 익명성을 벗겨내지 못해 발생하는 일들이다. 국회 특수활동비 논란은 이미 20년 묵은 문제지만 여전히 해결방안이 오리무중이다.

대법원은 2018년 5월 국회 특수활동비 내역을 공개하라는 판결을 두번째로 내렸지만, 여전히 특수활동비 정보는 국민들의 손에 있지 않다. 시민단체 소송으로 2004년에도 대법원은 정보공개 판결을 했지만, 결국 국회는 내역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미 대법원 판례가 있었기에 결과가 뻔했음에도, 국회는 법정 논란 제2라운드를 벌였고 기어이 대법원까지 이 문제를 또 끌고 갔다. 피감기관 지원 해외출장 관행이 문제가 되었을 때도 20대 국회는 ‘앞으로’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내놓았을 뿐 기존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매년 국회의원의 세비 내역을 둘러싼 논란이 정례 행사처럼 제기될 때도 관련 법규를 제대로 정비해서 정보를 공개하는 대신 ‘소나기만 피하는’ 행태를 반복했다.

국회가 시민의 여론을 두려워하게 만들려면 청와대 국민청원에 서명할 일이 아니라 국회 자체를 대상으로 ‘끝까지 간다’는 인내심을 가지고 그 익명성을 걷어내야 한다. 정보를 공개하도록 만들고 법을 바꾸게 만들어야 한다.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