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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보다 무서운 인종차별" 미국에 사는 아시아계 여성인 나는 수많은 성적 모욕을 동반한 인종차별을 당했다

최근 1년 동안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 3795건 중 대부분 피해자는 여성이었다.

저자 크리스틴 리와그 딕손
저자 크리스틴 리와그 딕손 ⓒChristine Liwag Dixon

많은 인종차별주의자는 아시아계 여성을 ‘이국적인 성적 대상’으로 본다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게 생겼다. 바이러스 때문에 밖에 나가기 무섭기 보다 내가 아시아계이기 때문에 나가기 무섭다. 친구들과 친척들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이 질병의 원인이 당신들 때문”이라며 비난받은 걸 봤다. ”중국으로 돌아가라”라는 말을 직접 듣기도 했다. 우리는 코로나19와 싸우는 데도 애를 먹고 있지만 인종차별은 더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미국에서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 범죄가 증가하고 있지만 대중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때때로 과민반응을 하고 있는지 고민했다. 실제로 내가 증오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최근 애틀랜타주 마사지 및 스파 업소에서 총격 사건을 일으킨 한 백인에 의해 6명의 아시아계 여성이 희생됐다. 통계적으로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이 신체 및 성폭력의 희생자가 될 확률은 상당히 높다. 통계에 의하면 미국 내 아시아계 여성의 21%에서 55%가 이런 범죄의 희생자라고 보고했다. 2020년 3월 19일부터 2021년 2월 28일까지 ‘스탑AAPI헤이트’에 신고된 아시아계 미국인를 향한 범죄 3795건 중 대부분의 피해자는 여성이었다. 아시아계 미국 여성이 남성보다 2.3배 더 많은 사건을 신고했다.

주로 여성이 범죄의 대상이 되는 게 놀랍지 않다. 미국에서 아시아계 여성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잘 알고 있다. 시민권이나 출생지에 관계없이, 그들에게 우리는 영원한 외국인이다. 항상 우리를 그들의 즐거움을 위한 이국적인 성적 대상으로 보는 사람이 존재한다. 아시아계 여성은 섹스에 환장한 ‘드래곤 레이디’라고 생각하거나 수동적이고 남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섹스돌처럼 여기기도 한다. 어느 쪽이든, 그들은 우리를 성적 대상화로 여기고 우리의 삶을 위협한다. 

 

남자들은 날 꼬시려다가 거절당하면 태도가 돌변했다

실제로 많은 불쾌한 경험을 했다. 한 번은 운전면허증 갱신을 위해 줄을 섰는데, 한 남성이 내게 가까이 달라붙더니 ”실례지만 당신 어디 출신이에요? 태평양 섬 주민이에요?” 나는 ”필리핀 사람이에요”라고 답했다. 

″아 역시 그랬군. 어렸을 때 군 복무 중 필리핀에 주둔했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들.” 그는 말하는 내내 내 얼굴이 아닌 가슴을 쳐다봤다. 심지어 그 사람 옆에는 와이프가 서 있었다. 줄이 길었고, 나는 그 자리를 빨리 벗어나고 싶었다. 결국 중간에 집에 돌아와 다음 날 다시 일을 처리해야 했다. 

남자들은 종종 ”당신의 몸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에 말에 따르면 아시아계인 나는 백인보다 꽉 조이는 성기를 갖고 있다. 그들은 그걸 ‘스트레칭’ 해주고 싶다고 대놓고 말했다. 아시아에는 진짜 남자가 없기 때문에 난 아직 진정한 ‘만족’을 모를 거라고 헛소리를 늘어놓기도 했다. 또 내 유두가 초콜릿 같다며 핑크색 유두보다 달달할 거라고 먹어보고 싶다는 소리도 했다. 

섹스해 주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도 받았다. 그 사람은 ”그게 필리핀 여성들이 잘 하는 거잖아?”라는 모욕적인 말을 했다. 인종차별 및 성적인 욕을 듣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운 적이 있다. 그러자 나를 괴롭힌 사람은 내가 우는 걸 즐겼다. 

많은 남자들이 공격적이지만, 오히려 ‘구애’하듯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들은 나를 황후처럼 대하겠다고 맹세하고, 내 발치에 벚꽃을 놓자고 했다. 그리고 거절하는 순간, 그들은 돌변한다. ”어차피 아시아계 여성은 못생겼다.” 좀 전까지 내게 온갖 느끼한 말들을 퍼붓던 그들의 말이다. 

 

자료사진
자료사진 ⓒTHE WASHINGTON POST VIA GETTY IMAGES

아시아계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게 현재 일어나는 많은 폭력 사건의 한 원인이다. 여성에게 원하는 바를 거절당했을 때 많은 남성은 상상을 초월하게 폭력적으로 변한다. 애틀랜타 총격 사건의 범인도 자신이 섹스 중독이라며  여성을 두고 ‘제거해야 할 유혹’으로 묘사했다.

모든 여성은 매일 차별 및 편견과 맞서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계 여성으로 사는 건 더 힘들다. 아시아계 여성은 ”와 아시아 여성 중에 당신처럼 가슴 큰 사람은 처음 봤어” 등의 말을 듣는다. 아시아계 여성을 향한 인종차별은 성적 대상화를 거의 항상 동반한다.  

두려움 속에서 살고 싶지는 않지만, 집을 나설 때마다 불안감에 시달린다. 항상 후추 스프레이를 넣을 수 있도록 주머니가 달린 드레스를 입는다. 친구 몇 명은 ”혹시나 해서” 총을 살 생각이다. 아시아계 여성을 향한 범죄 소식을 들을 때마다 다음은 나나 내 친구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 지금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들은 그 어느 때보다 연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유가 인종차별과 범죄이기에 좋은 일만은 아니다. 현재 미국에 사는 아시아계 여성이라면 모두 공유하는 트라우마와 슬픔과 분노가 있다. 평생 겪어온 인종차별과 여성혐오가 좀처럼 주목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화난다. 결국 6명의 아시아계 여성의 희생된 이후에야 미디어와 대중이 조금이라도 이 사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현실이 슬프다. 

″왜 이제서야 아시아계 여성들이 목소리를 내는가?” 사람들은 묻는다.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목소리를 내왔다. 단지 당신들이 외면하고 듣지 않았을 뿐이다.

 

 

 

 

*저자 크리스틴 리와그 딕손은 필리핀계 미국인 작가이자 음악가다. 전 세계 필리핀 사람들을 연결하는 온라인 멀티미디어 플랫폼인 ‘사마한’의 콘텐츠 디렉터로도 일하고 있다. 

*허프포스트 미국판에 실린 독자 기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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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성 #인종차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