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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07일 13시 32분 KST | 업데이트됨 2021년 07월 07일 13시 51분 KST

'무성애자' 및 연애에 관심 없는 '무로맨틱'으로 커밍아웃했지만 여전히 사회는 내게 연애 및 결혼을 강요한다

무성애자는 기본적으로 누군가와 섹슈얼한 관계를 맺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Machi Kunizaki / Huffpost Japan
호리 카오루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성소수자가 있고, ‘무성애자’도 그중 한 형태다. 무성애자는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과 섹슈얼한 관계를 맺고 싶어하지 않는 사람을 뜻한다.

그런 무성애자 중에도 연애를 하고 싶은 사람과, 아예 그런 감정이 없는 사람으로 나뉜다. ‘연애 감정‘을 없는 사람을 ‘무로맨틱‘(A-romantic)이라고 분류한다. 무성애자 중에도 ‘유로맨틱‘이 존재하며, 좋아하는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관계는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무로맨틱‘과 ‘유로맨틱’은 확실하게 구분되어야 한다. 

이런 무성애자의 고민이나 답답함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나는 부모님과 회사 상사에게 ‘무성애자’로 커밍아웃했다. 하지만 그런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일본 도쿄에 사는 호리 카오루(49)의 말이다. 그는 ‘무로맨틱’이다. 

카오루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부터 주위 사람들로부터 ”어떤 연예인이 좋아?”라거나 ”이상형이 누구야?”라는 질문을 받았다. 또 그의 친구들은 연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연애 감정’이라는 걸 느껴본 적이 없었고, 성별에 관계없이 그런 식으로 끌리는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성인이 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내가 뭔가 부족하거나, 뭔가 중요한 걸 모르는 게 아닐까?”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kosmozoo via Getty Images
다양한 성소수자 깃발

 

그는 이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상하게 보일까 봐 항상 거짓말을 하며 그 자리를 모면했다. 처음에 그도 누군가를 실제로 사귀어 보면 달라질 거라고 믿었다. 그는 대학생 때 처음으로 남자와 사귀었다.

”남자친구와 손을 잡는 것조차 어색하고 전혀 끌림을 느낄 수 없었다.” 카오루의 말이다. 그 후 그는 성소수자에 관한 에세이를 읽었다. ”처음 ‘무성애자’라는 말이 있다는 걸 알게 된 순간, 가슴이 뛰었다. 세상에는 나 같은 사람도 존재한다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다.”  

Machi Kunizaki / Huffpost Japan
무로맨틱을 뜻하는 '검은 반지'

 

그는 처음에 이 사실을 부모님께 말할 수 없었다. 그의 어머니는 TV에 출연한 게이를 보고 ”내 가족이라면 절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모습을 본 카오루는 ”어머니는 절대 날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그가 커밍아웃을 결심한 계기는 5년 전 회사 회식 자리였다. 그의 상사가 ”왜 결혼 안 해? 아직 늦지 않았어”라고 그에게 말을 걸었다.

갑자기 카오루는 용기를 냈다. ”상사에게 나는 무성애자고 앞으로 결혼이나 출산을 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물론 그의 상사는 그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카오루는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고 덧붙였다.  

일본 브랜드 덴츠는 2020년 12월, 일본인 20~ 50 대 6240명을 대상으로 다양성에 대한 인지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동성애자가 어떤 뜻인지 알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90%, 양성애자는 87.8%, 트랜스젠더는 63.8%였다. 반면, 무성애자라는 뜻을 이해한다는 사람은 5.7%에 불과했다. 다양한 성소수자 중에도 무성애자는 대중의 인지도가 가장 낮았다. 

덴츠 보도 자료
무성애자의 뜻을 안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낮았다.

무성애자 지원 단체인 Aro/Ace 자선단체가 2020년 6월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56.9%의 무성애자가 일상생활에서 본인의 정체성 때문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파트너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낀다(27%), 불쾌한 질문을 받곤 한다(26.3%)” 등의 의견이 있었다.

또 익명의 응답자들은 ”무성애자는 인간적이지 않다”, ”남자도 여자도 끌리지 않는 건 질병이다”, ”단지 눈이 높아서 회피하는 것 아니냐”, ”경험이 없어서 그렇다” 등의 말을 들었다고 답했다.  

성소수자 학생들을 지원하는 ‘무지개빛 학교’의 대표이사 이마도쿠 하루카는 ”무성애자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악의는 없지만 상처 주는 말을 쉽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에 결혼이나 출산을 권하곤 한다. 하지만 그런 말에 당사자는 강한 압박감을 느낄 수 있다.” 

″꼭 누군가를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 및 출산을 해야 행복하다는 고정관념이 사라지길 바란다. 세상에는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과 행복을 누리는 많은 방법이 존재한다.”

 

 

 

 

*허프포스트 일본판 기사를 번역, 편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