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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명시하는 것은 지극히 타당한 일이다

ⓒhuffpost

새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명시하려 한다는 발표가 나오자마자 보수언론들은 무슨 큰일이라도 날 듯 떠들어대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사유재산권의 침해가 우려된다 혹은 과도한 부동산 과세나 규제의 길이 열린다는 등 부정적 측면을 부각시키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부동산 소유의 집중이 가져온 숱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지요.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에 사유재산권의 확립과 보호가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은 사실입니다.

사유재산권이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누가 열심히 농사짓고 물건을 만들려 할 것이며, 누가 열심히 발명과 혁신을 하려 하겠습니까?

정당한 이유 없이 사유재산권이 침해되는 사례가 있다면 그것은 분명 바람직하지 못한 일입니다.

ⓒ뉴스1

 

그러나 토지를 포함한 어떤 종류의 사유재산권도 신성불가침의 존재는 아닙니다.
재산권법과 관련된 논의에서도 분명히 지적되고 있듯, 사유재산권의 과도한 보호는 바람직한 일이 아닙니다.

사유재산권을 어느 정도로 보호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사회적 맥락에서 결정되어야 할 일입니다.

만약 사회 후생의 증진을 위해 사유재산권에 제약을 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 그쪽으로 가야 마땅한 일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개인이든 기업이든 가장 손쉽게 큰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부동산 투기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내로라는 부자들의 면면을 보면 대부분 과거 여기저기에 땅과 건물을 사 모아 큰돈을 걸머쥔 사람들이지요.

심지어 기업들도 자신의 본업인 생산활동보다 부동산 투기로 더 많은 돈을 번 사례가 드물지 않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투기는 경제의 생산성을 좀먹는 지대추구행위라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게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는데 누가 구태여 위험을 부담하고 혁신을 해서 돈을 벌려고 하겠습니까?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 사회를 휩쓸어온 부동산 투기 바람은 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가로막는 암적 존재입니다.

경제의 건전한 발전기조를 확립하기 위해 무엇보다 우선 필요한 것은 ‘부동산 불패의 신화’를 꺾는 일입니다.

부동산을 사두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를 할 수 없어야 비로소 개인과 기업이 건전한 경제활동에 눈을 돌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부동산 투기는 우리 사회에 극심한 재산 분배의 불평등을 가져왔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관찰할 수 있는 재산 불평등성의 대부분이 부동산 소유의 집중에서 나왔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셋집을 전전하는 사람이 수없이 많은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수십 채, 수백 채의 집을 갖고 있습니다.

특정 지역의 주택가격이 천정부지로 뛸 때마다 재산 분배의 양극화는 그만큼 더 심화되기 마련입니다.

부동산이 재테크의 중요한 수단 중 하나라는 사실을 부정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투자 수단으로서의 부동산은 주식, 채권, 귀금속 혹은 암호화폐와 본질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부동산 투기로 인해 땅과 주택 가격이 치솟으면 기업들의 생산활동에 지장이 오고, 개인들의 주거비용 부담이 무거워지는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능한 한 부동산 투기를 억제해야 할 절박한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부동산 집중에서 파생되는 숱한 사회적 문제들을 생각할 때 사유재산권 침해 운운하는 주장은 한가한 잠꼬대 정도로 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회 문제에 대해 생각할 때는 균형 잡힌 시각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아니겠습니까?

부동산을 투기의 수단으로 삼는 사람들의 사유재산권까지 신성불가침의 존재처럼 떠받들어 줘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습니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기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토지공개념의 명문화는 매우 바람직한 일입니다.

사실 토지공개념이란 것이 마른하늘에 날벼락 치듯 갑자기 등장한 개념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기억하고 계시듯, 이미 노태우 정부 시절 토지공개념의 확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회분위기가 팽배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존의 헌법에도 비록 명시적인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으로 토지공개념을 의미하는 구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를 들어 23조 3항이나 122조에서 사회적 필요가 있을 경우 적절한 제한과 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는 게 바로 그것입니다.

이것을 명시화해 의문의 여지없이 분명하게 만들자는 데 무슨 반론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가진 자들이 토지공개념을 반길 리 없습니다.

그들이야 자기 마음대로 투기하고 마음껏 돈을 벌 수 있는 구도를 당연히 선호하겠지요.

그리고 자유민주주의니 시장주의니 하는 고상한 이념을 들이대면서 그것을 정당화하려 하겠구요.

그러나 공허한 이념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삶의 질입니다.

토지공개념의 확립 없이는 부동산 투기를 뿌리 뽑을 수 없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한 우리 삶의 질에 획기적 개선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헌법에 토지공개념을 명시해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고 믿는 것입니다.

*필자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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