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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언·폭행 당해 극단적 선택한 경비원의 유족은 가해자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가해자는 스스로를 '반(半)공인’이라고 칭했다.

한 아파트 경비원이 입주민으로부터 폭행, 폭언을 당한 뒤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가운데, 이 경비원의 유족이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하며 발인을 미뤘다고 밝혔다.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서울 강북구 아파트에서 근무하다 입주민으로부터 폭언과 폭행을 당한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故최희석씨의 형 최모씨가 출연했다. 최씨는 ”가해자에게 동생 가는 길에 죄송하다는 한 마디만 해 달라고 발인을 이틀 미뤘다”라며 ”그런데 오지 않았고, 어제 처음으로 전화를 걸어 와서는 ‘아파서 못 간다. 언론에 노출돼서 못 간다’ 등 핑계만 대고 있다”고 주장했다.

故최희석씨가 근무하던 경비초소. 2020. 5. 12.
故최희석씨가 근무하던 경비초소. 2020. 5. 12. ⓒ뉴스1

앞서 지난 10일, 최희석씨는 입주민으로부터 지속적인 폭행과 폭언에 시달린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파트 경비 아저씨의 억울함을 풀어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오며 이 사건은 퍼지게 됐다. 

최씨에 따르면 가해자는 한 번도 제대로 된 사과를 한 적이 없다. 최씨는 ”왜 우리 동생을 그렇게 괴롭혔냐고 물었더니 전화를 딱 끊어버렸다”라며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했던 동생이 눈을 감지 못할 것 같아 일단 발인을 미뤘다”고 말했다.

가해자는 최씨에게 자신의 직업이 ‘작곡가 겸 가수‘이자 모 가수의 매니저라고 말했다고 한다. 스스로를 ‘반(半)공인’이라고도 설명했다. 최씨는 ”동생이 소변을 보러 초소 내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가해자가 그 곳에 들어가 있다가 동생을 감금 폭행했다”라며 “CCTV가 없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가해자는 현재 폭행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최희석씨가 폭행 당한 경비 초소 내 화장실. 2020. 5. 12.
최희석씨가 폭행 당한 경비 초소 내 화장실. 2020. 5. 12. ⓒ뉴스1

평소 최희석씨의 성실함을 잘 알고 있던 주민들은 그를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기로 뜻을 모았다. 그러나 해당 변호사는 돌연 사임했고, 최희석씨는 이로 인해 상당히 실의에 빠졌다고 한다. 두려워하는 최희석씨에게 형인 최씨는 ”내가 변호사를 선임했으니 월요일에 같이 만나자”고 말하며 그를 안심시켰지만, 최희석씨는 변호사를 만나기 전날인 일요일에 세상을 떠났다.

최씨는 ”가해자는 동생에게 ‘쥐도새도 모르게 조직들, 후배들을 풀어서 땅에 묻어버리겠다’고 말했다”라며 ”죽이러 올 것 같고, 현실적인 두려움까지 생기니까 모든 마음과 몸이 황폐화됐던 것”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현재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한 경위 파악에 나섰으며, 가해자는 출국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다. 최희석씨가 근무했던 경비 초소에는 분향소가 마련돼 주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김현유 에디터: hyunyu.kim@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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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아파트 #경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