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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민 폭행 시달리다 숨진 아파트 경비원이 겪었던 '억울함'의 실체가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경비원이 숨진 뒤에야 조사에 나섰다.

아파트 경비실 앞에 차려진 분향소에 고인의 사진이 놓여 있다.
아파트 경비실 앞에 차려진 분향소에 고인의 사진이 놓여 있다. ⓒ뉴스1

지난 10일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숨진 아파트 경비원 A씨가 겪었던 일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A씨에게 폭행과 폭언을 일삼았던 입주민 B씨는 오히려 자신이 피해자라고 주장하면서 진단서를 공개했는데, 그 진단서엔 엉뚱한 내용이 적혀 있다. 

 

사건의 발단

SBS뉴스는 A씨의 주장을 토대로 아파트 입주민들이 작성한 사건일지를 공개했다. 사건은 4월 12일 A씨가 주차 관리를 위해 입주민 B씨의 차를 밀면서 시작됐다. 

B씨는 A씨에게 ”돈 받고 일하는 경비 주제에 왜 하지 말라는 짓을 하느냐”며 폭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A씨를 관리사무소에 끌고 가 ”당장 사직서를 써라”고 협박했다. 

관리사무소에서 화해를 요구했지만, B씨는 ‘경비원이 사퇴하지 않는 한 화해란 없다’면서 완강하게 A씨의 사퇴를 요구했다. 

B씨의 폭행은 27일에도 이어졌다. B씨는 A씨를 초소 화장실로 끌고 들어가 ‘CCTV가 없냐’고 물은 뒤 10분 넘게 폭행을 했다.

이 폭행으로  인해 A씨는 코뼈가 부러졌다는 진단서를 받고 28일 경찰에 B씨를 고소했다. B씨는 오히려 A씨가 자신을 모욕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YTN 보도화면 캡처
YTN 보도화면 캡처 ⓒHuffpost KR

 

YTN 보도화면 캡처
YTN 보도화면 캡처

입주민 B씨는 경비원 A씨를 ‘머슴’이라고 했다

YTN은 A씨가 B씨에게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A씨는 ‘머슴’이라는 모욕적인 표현을 들어야 했을 뿐 아니라 수천만원에 달하는 수술비 협박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5월 4일. B씨는 “OO씨, 조사는 잘 받고 오셨습니까”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문자메시지에는 ”다른 사람들 얘기로 ‘머슴’인 OO씨의 끝이 없는 거짓이 어디까지인지.. 용서할 수가 없네요”라면서 첨부한 진단서를 확인하라고 적혀 있었다. 

B씨는 또 ”수술비만 이천만원 넘고 장애인 등록이 된다니 참 남들 얘기로 ‘머슴’한테 가슴 맞아 넘어져서 디스크 수술을 해야 하는 등 무슨 망신인지”라고도 적었다. 

이웃 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A씨는 이 문자메시지를 받은 전후로 한 차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이 주민은 ”아저씨가 1주일 전에도 저희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려고 하셨는데 옥상 문이 잠겨서 못 뛰어내렸어요”라며 ”그래서 저희가 입원시켰어요”라고 말했다. 

아파트 경비실 앞에 차려진 분향소에서 주민들이 촛불집회를 하며 애도하고 있다.
아파트 경비실 앞에 차려진 분향소에서 주민들이 촛불집회를 하며 애도하고 있다. ⓒ뉴스1

입주민 B씨의 진단서엔 엉뚱한 내용이 적혀 있다

B씨는 ‘쌍방폭행‘이라고 주장하면서 근거로 목 디스크를 앓고 있다는 ‘후유장애 진단서’ 두 가지를 제시했다. 

B씨는 진단서를 공개하면서 사고 발생 장소·일시·내용을 지웠다. 그러나 완벽하게 지우지는 못했다. 지워지지 않은 진단서엔 ‘교통사고‘라는 표현이 적혀 있었다. B씨가 공개한 다른 진단서에도 ‘지난해 교통사고 이후’라고 적혀 있었다. 

진단서 발행일은 5월 4일이다. B씨가 A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날과 같은 날이다. A씨의 정신적 고통은 이날 이후 더욱더 극심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A씨가 B씨를 폭행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소한 4월 28일부터 A씨가 숨진 5월 10일까지 열흘이 넘는 시간 동안 조사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조사도, 가해자 조사도 없었다. 

경찰이 A씨가 숨진 뒤에야 현장 CCTV와 A씨의 휴대전화를 확보하고 경위 파악에 돌입했다. 

A씨의 유족들은 B씨의 사과를 기다리겠다며 12일로 예정됐던 발인을 이틀 미뤘다. 그리고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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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