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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25일 12시 18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6월 25일 12시 18분 KST

마이너리티 리포트

Carmen Martínez Torrón via Getty Images
huffpost

아이보다 노인이 많은 사회가 온다. 누군가를 돌볼 수 있는 사람보다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한 사람이 더 많은 사회가 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엔 35만명의 아이들이 태어났다. 역대 최소치다. 한국의 중위연령(나이 순서로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연령)은 2018년 현재 41살이다. 30년 후 54살, 40년 후 58살. 지하철에는 노약자석이 보편석이 될 것이고 산부인과보다 장례식장이 붐빌 것이다. 아니, 이미 그렇다.

우리는 이런 사회를 잘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그 징후는 개개인의 삶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드러난다.

지난 금요일 저녁엔 서울 혜화동에 있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축소 사회의 상상’이라는 이름의 간담회 자리였다. 이 자리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민간위원 몇몇이 합심하여 만들었다. 지금의 저출생 추세와 고령 사회가 ‘정해진 미래’라는 전제하에 우리 사회가 무엇을 대비해야 하는지 이야기하는 프로젝트다. 서른명 남짓의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상상을, 불안을 나눴다. ‘돌봄’과 ‘일’이라는 두 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모두의 이야기가 너무 생생하여 마치 연극 같았다. 그날의 이야기를 편집하여 전한다.

‘나는 중년의 여성이며, 친정에선 막내딸이고, 시댁에선 며느리입니다. 양쪽에서 모두 제게 부모님을 돌볼 것을 기대하는 게 버겁습니다. 나는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습니다. 부모를 시설에 모시자는 논의를 했었지만 어렵습니다. 부양의 의무가 가족에게 있다고 다들 생각하니까요. 그리고 이 노동을 어차피 또 다른 여성이 하게 될 것이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조부모 육아에 위탁하여 일·가정 양립을 진행 중입니다. 원격근무, 재택근무, 시간제근무 등 다양한 형태로 일하며 일/육아를 병행했지만 어떤 것도 맞는 선택지가 아니었습니다.’

‘나는 친구와 함께 사는 30대 비혼 여성입니다. 가족은 멀리에 살고 있습니다. 둘 중 누군가 아파서 응급실에 가도 우리는 서로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습니다. 실질적인 생활 동반자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법적으로 아무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나는 제대로 된 일할 기회를 얻어보지 못한 20대 초반 여성입니다. 10년 후를 상상하기가 정말 어렵습니다.’

‘나는 최저시급으로 아르바이트를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만 할 수 있는 20대 남성입니다. 국가는 내가 일할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므로 나의 가난은 주목받지 못합니다.’

‘젊은 사람들은 그래도 낫습니다. 나는 늦게 결혼을 했고, 아이를 늦게 낳았습니다. 70살까지 무조건 일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나의 은퇴 전 경력을 인정해주는 일자리가 없습니다.’

‘나는 지방에서 일하는 의사입니다. 지난겨울에만 해도 혼자 얼어죽는 할머님들이 계실까봐 집집마다 방문을 다녔습니다. 이장님들은 겨울마다 대책회의를 합니다. 그분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널리 알리지도 못하고, 필요한 것을 요구하기도 어렵습니다.’

‘나는 13년을 외국에서 산 외국인입니다. 동성 결혼이 인정되는 나라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왔습니다. 이곳에서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국 사회에는 너무 많은 소수자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한 사람의 발언 이후 이어지는 다른 사람의 발언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다. 우리의 불안은 연결되어 있다. 2028년, 2048년이면 더 오래, 더 많이 아프고, 홀로 고립되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이다. 서로 더 많이 서로가 필요한 사회에서 살아가게 된다. 전환이 필요하다.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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