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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구마사 사태와 한중문화타운 철회론을 싸잡아서 '반중(反中)'으로 볼 수 있을까 (전문가 의견)

“반중 정서로만 두 사안을 연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조선구마사 한 장면.
조선구마사 한 장면. ⓒSBS

 

<에스비에스>(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중국풍 소품 사용과 역사 왜곡 논란으로 조기 폐지된 데 이어 강원도 춘천에서 건설을 추진 중인 한중문화타운을 놓고도 반대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논란의 배경에 ‘반중 정서’가 자리 잡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지만, “반중 정서로만 두 사안을 연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조선구마사>가 2회를 끝으로 폐지된 것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일부 소품 및 의상이 중국식으로 표현되고 월병, 피단 등 중국 음식이 등장한 게 발단이 됐다. ‘퓨전사극’이라고 하지만 조선 초기를 다룬 사극에 ‘중국’이 등장한 것에 불편함을 느낀 시청자들의 방영중지 요청이 계속됐고, 이는 드라마 광고주 불매운동으로 연결됐다. 급기야 이에 부담을 느낀 업체들이 광고를 철회하기도 했다. 드라마를 집필한 작가가 한중합작 업체와 계약했다는 이력까지 불거졌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조선구마사> 관련해 5000건 이상의 민원이 접수됐다고 한다.

문제는 “드라마마저 중국을 의식했다”는 일부 비난 여론이 ‘한중문화타운’으로 옮겨붙은 것이다. 한중문화타운은 지난 2018년부터 민간기업이 강원도와 업무 협약을 맺고 추진 중인 테마형 관광지 건설 사업이다. 그런데 이를 ‘강원도 차이나타운’으로 지칭하며 “건설을 반대한다”는 의견이 나오며 논란이 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지난 3월29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 주세요’라는 글에서 “얼마 전 중국 소속사의 작가가 잘못된 이야기로 한국의 역사를 왜곡해 많은 박탈감과 큰 분노를 샀다”며 최문순 도지사를 상대로 “중국의 동북공정에 우리 문화를 잃게 될까 봐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도내 차이나타운의 건설을 강력하게 반대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그런데 왜 대한민국에 작은 중국을 만들고, 우리나라 땅에서 중국의 문화체험 빌미를 제공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강원도가 도비를 투입하지 않는 민간사업이고 행정지원 등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해명을 내놓았음에도 이 글은 누리꾼들의 지지를 받아 1일 기준 29만7천여명의 동의를 얻은 상태다.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이번 사태를 놓고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에 맞서 반중 정서가 거세지고 있다”, “반중 정서가 최고조에 달했다” 등의 분석이 언론 등을 통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도 그간 김치, 한복 등을 놓고 중국에 거부감을 느낀 정서가 <조선구마사>를 계기로 폭발했다고 보고 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중국쪽에서 김치와 한복 등을 놓고 우리나라를 자극하면서 위협감이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엔터테인먼트 사업까지 중국에 종속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겹치자 ‘이제는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그러나 이를 모두 ‘반중정서’라는 틀로만 바라보면 안 된다는 반론도 나온다.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불편하게 했던 지점과 한중문화타운에 대한 반대를 분리해서 개별 사안으로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조선구마사>를 놓고 반중 정서를 언급하는 것은 잘못된 지적이다. 사극인 만큼 고증을 철저하게 하지 않은 제작진에 대한 비판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드라마를 향한 비판에는 충녕대군(훗날 세종대왕)이라는 실존했던 인물이 등장하는데 제작직이 고증에 더 심혈을 기울였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여기에 태종이 아버지의 환영을 보며 백성들을 학살하는 장면을 놓고 역사 왜곡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덕현 평론가는 “중국과 관련된 모든 사안은 개별적으로 특성을 파악해야 하고 (한중문화타운까지) 반중 정서에 휩쓸리고 있다는 분석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오히려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문화 교류를 통해 대안을 찾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설동훈 전북대 교수(사회학과) 또한 “반중 정서가 있다는 건 사실이지만, <조선구마사>가 중단된 핵심 이유는 (고증이) 엉터리였기 때문이다. 한중문화타운을 향한 비난은 다른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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