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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우치 박사는 '어떤 종목은 이번 시즌을 건너뛰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뉴욕타임스의 야구 기자와 미식축구 기자가 미국의 코로나19 대응을 이끌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과 인터뷰를 했다.

  • 허완
  • 입력 2020.04.29 15:55
  • 수정 2020.04.29 15:59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이끌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 박사. 그는 뉴욕 양키스와 워싱턴 내셔널스의 팬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이끌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 박사. 그는 뉴욕 양키스와 워싱턴 내셔널스의 팬으로 알려져 있다. ⓒDrew Angerer via Getty Images

앤서니 파우치 박사에게는 다 계획이 있다.

″정말로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뉴욕타임스(NYT)에서 각각 야구와 미식축구를 담당하는 두 기자에게 그가 말했다. 28일(현지시각) 공개된 이 인터뷰의 첫 질문은 이랬다. ”언제, 어떻게 스포츠가 원래대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코로나19 유행이 계속되고 있는 미국에서 스포츠 경기를 재개하는 게 가장 시급한 일은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인들의 삶에서 스포츠를 빼면 곤란하다. 

미국 정부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대응을 이끌고 있는,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높은 신뢰(와 뜻밖의 인기)를 얻고 있는 파우치 박사 본인부터가 뉴욕 양키스의 열렬한 팬이다. (그는 1984년부터 소장을 맡고 있는 직장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인근을 연고로 둔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 워싱턴 내셔널스의 팬이기도 하다.)

″모르셨을 수도 있지만, 브루클린 애들의 절반은 양키스 팬이었거든요.”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나고 자란 파우치 박사가 최근 뉴요커 마이클 스펙터 기자에게 동네의 브루클린 다저스(현재 LA다저스) 대신 저 멀리 윗동네 브롱스의 양키스 팬이 된 이유를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우리끼리 듀크 스나이더 대 미키 맨틀, 로이 캄파넬라 대 요기 베라, 피 위 리즈 대 필 리주토 등등 중에 누가 더 낫냐를 두고 서로 논쟁하고 그랬다니까요.”

(같은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고등학교 농구팀의 주장이기도 했다. 그러나 170cm에 불과한 키로는 ”정말 빠르고 슛도 좋은 포인트 가드”가 되더라도 절대 2m짜리를 당해낼 수 없다는 걸 ”빠르게” 깨닫고는 ”커리어의 방향을 바꾸기로 결정”했다고, 그는 말한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개막 예정일이던 3월26일, 워싱턴 내셔널스 홈 경기장 내셔널스파크가 텅 비어있다. 리그 개막은 현재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리그 측은 7월 개막을 목표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MLB) 개막 예정일이던 3월26일, 워싱턴 내셔널스 홈 경기장 내셔널스파크가 텅 비어있다. 리그 개막은 현재 무기한 연기된 상태다. 리그 측은 7월 개막을 목표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Win McNamee via Getty Images

 

그런 그에게, 스포츠 경기 재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넘어 ‘정상으로의 복귀’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무엇이다.

″정상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여름에 야구를 하고 가을에 (미식)축구를 하고 겨울에 농구를 하는 것까지 포함해서요, 어떤 식으로든 정상 상태로 돌아가려고 할 때는 반드시 서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해야 합니다.” 파우치 박사가 NYT에 말했다. ”확진자수가 다시 늘어나기 시작하면요, 의문의 여지 없이 그렇게 될 겁니다만, (그 때는) 확진자를 파악하고, 격리하고, 접촉자를 추적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하죠.”

어쩌면 누군가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코로나19 봉쇄 조치 때문에 미국의 실업자가 수천만명을 넘어서고, 장사를 사실상 접을 수밖에 없는 소상공인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스포츠 경기를 다시 하느냐 마느냐가 그렇게 중요한 얘기일까? 

″경제가 완전히 망가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스포츠 역시 이 나라 사람들의 행복과 정신 건강에 중요하죠.” 파우치 박사가 NYT에 말했다. 필수 분야의 영업을 재개하는 게 스포츠 경기 재개보다 우선적으로 검토되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어떤 것들은 동시에 할 수도 있고, 어떤 건 다른 것보다 먼저 우선적으로 할 수도 있겠죠.”

그에 따르면, ”어떤 종목이냐에 따라” 조금 다를 수는 있어도 현재로서 미국은 스포츠 경기를 재개할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다. ”저도 모든 스포츠를 다시 재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보건당국 관료이자 의사, 과학자로서 말씀드리자면, 지금으로서는, 우리나라 상황을 보시면, 우리는 아직 그럴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네요.”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지난 시즌 뉴욕 양키스와 미네소타 트윈스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 2차전. 뉴욕. 2019년 10월5일.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지난 시즌 뉴욕 양키스와 미네소타 트윈스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 2차전. 뉴욕. 2019년 10월5일. ⓒBrace Hemmelgarn via Getty Images

 

그러나 방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이런 제안도 나왔다”며 파우치 박사가 언급한 스포츠 경기 재개 시나리오를 간략하게 소개하면 이렇다.

우선 경기장에 관중은 없어야 한다. 그런 다음, 경기에 뛸 모든 선수들을 검사해야 한다.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음성이 확인된 선수들은 ”양성인지 음성인지 알 수 없는 외부의 누군가와 접촉할 수 없는 장소”에 계속 머무르도록 한다. 사실상의 시설 격리다.

그는 메이저리그를 예로 들며 ”몇 개 도시와 몇 개 호텔”에 야구 선수들을 모아놓고는 검사를 하고 다른 사람들과 분리시키는 방법이 ”적어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누가 뭐래도, 상황이 어떻든 꼭 스포츠 경기를 해야겠다면 말이다.

″이대로 잘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가야 한다고 말씀 드리는 것도 아니고요.” 파우치 박사가 말했다. ”선수들에게도 사회에서 배제된다는 게 어려울 거라는 걸 압니다만, 정말로 경기를 해야겠다면 그런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는 거죠.”

그는 이같은 방법이 쉽다는 얘기처럼 들리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니고, 어쩌면 여러 가지 이유로 실현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 

″선수들을 위해서나 팬들을 위해서나 다른 그 무엇보다 안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파우치 박사가 거듭 강조했다.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면, 그렇다면 안타깝지만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는 ‘이번 시즌은 이 스포츠 없이 지나가는 수밖에 없겠어’라고 말해야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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