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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초등생이 "우리는 젊다"는 국가 가사가 잘못됐다며 기립 거부하자 벌어진 일

찬반 논란이 뜨겁다.

ⓒYOUTUBE/CNN

아홉 살짜리 초등학교 4학년 소녀가 촉발한 국가 가사 논란이 호주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호주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에 사는 초등학교 4학년 하퍼 닐슨은 최근 호주 국가 ‘호주여 전진하라’(Advance Australia Fair)의 가사 일부가 호주원주민의 역사를 무시하는 인종주의적 편견을 담고 있다며 학교에서 국가 제창 때 기립을 거부했다. 하퍼가 문제삼은 대목은 ”우리는 젊고 자유롭다(we are young and free)”는 가사 중 ‘young’이란 표현이다. 백인인 하퍼는 ”젊다는 표현은 우리 이전부터 이곳에 살아온 원주민의 역사를 완전히 무시한다”며 ”원주민들이 이 국가를 듣게 되면 소외된 느낌이 들고 화날 것”이라고 말했다.

위키백과에 따르면, 호주 원주민인 애보리진의 역사는 4만~7만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호주 인구의 2% 정도를 차지한다.

학교 쪽은 하퍼에게 방과 후 학교에 남는 벌을 내리고, 정학당할 수도 있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하퍼의 부모는 ”아이가 용감한 행동을 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 일이 알려지면서 호주 사회엔 찬반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호주여, 전진하라‘는 19세기에 만들어졌지만, 호주 국가가 된 건 1984년이다. 이전까지는 영국 국가인 ‘신이여, 여왕을 구하소서‘를 국가로 불렀다. 국민투표를 통해 새 국가로 정해질 당시에도 ‘젊다’는 표현을 두고 원주민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거셌다. 지난해엔 원주민 출신 복싱선수인 앤서니 먼데인이 ”인종주의 국가”라며 제창을 거부하기도 했다.

시드니대 역사학자인 리처드 화이트는 BBC에 ”새 국가는 호주를 역사가 거의 없는 새로운 땅으로 묘사해, 원주민이 겪은 많은 희생과 박탈감을 외면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호주 저널리스트이자 방송인인 조지 가드너는 ”하퍼에게 박수갈채를 보내고 싶다”고 칭찬했다.

반면 우파 정치인들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부모가 애를 어떻게 세뇌시킨 거냐”며 하퍼와 부모를 싸잡아 비난하고 나섰다. 퀸즈랜드주 예비 내각의 교육 장관 재로드 블레이도 ”국가와 참전용사에 대한 존중이 없다” ”어리석은 항의를 멈추라”며 하퍼를 맹비난했다.

지난해 호주 정부는 ’젊고 자유롭다”는 가사를 ”평화롭고 조화롭다”(in peace and harmony)로 바꾸자는 청원을 기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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