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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8월 04일 11시 38분 KST

'열대관에도 에어콘, 코끼리에 매일 수박 3통' 동물원 힘겨운 여름 나기

"호랑이는 종일 물속에, 새들은 모래에 숨는다"

우치동물원 최종욱 수의사


폭염이 계속되면서 전국 동물원에 비상이 걸렸다. 낮 한때 40도에 육박하는 더위를 견디는 동물들과 동물들이 탈진할까 노심초사하는 사육사들도 올 여름이 괴롭다.

우치동물원 최종욱 수의사


■ 호랑이도 목욕중 ‘광주우치동물원’

광주 우치동물원에 사는 120종 동물 700마리도 폭염을 힘겹게 견디고 있다. 더위에 취약한 앵무새 파충류는 실내온도가 35도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냉방기를 틀어놓은 우리에서 버티고 있다. 물을 좋아하는 반달곰 불곰 하마 호랑이 등은 하루 한차례 깨끗하고 신선한 물을 10도 안팎으로 차갑게 공급해 풀의 온도가 20도가 넘지 않도록 유지한다.

아시아 코끼리 2마리한테는 아침마다 15㎏짜리 수박 3통을 선물해 수분을 섭취하도록 한다. 코끼리 관람 시간은 애초 오전 9시~오후 6시에서 오전 10시~오후 4시로 단축했다. 침팬지 등 원숭이 20마리한테는 꿀·바나나·수박·비타민제 따위를 섞은 특제 과일 빙수를 제공하고 있다. 최종욱 수의사는 “요즘 관람객 편의보다 동물들의 건강을 먼저 챙기고 있다. 하도 더워 관람객들도 많이 줄었다. 하지만 이때는 곰 호랑이 등이 온종일 풀에서 고개만 내밀고 있거나, 새들이 모래에 들어가 숨어있는 등 동물들의 특이한 피서법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입맛 잃은 동물들 특별식 ‘청주동물원’

더위에 식욕을 잃은 동물들도 걱정거리다. 김정호 청주동물원 진료사육팀장은 “올해 너무 더워 열대관도 에어컨 튼다. 지난해 한창 더운 낮 시간대에 잠깐 틀었지만 올핸 7월 초부터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정도까지 날마다 튼다. 유럽 불곰, 시베리아 호랑이 등을 위해 더위 식힐 수 있는 수영장 만들었고, 물 자주 갈아준다. 더위에 지쳐 식욕 부진한 곰 등에겐 영양제를 섞어 먹이고, 때론 아이스크림처럼 고기·사과 등을 얼린 채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물범 등 지방층이 두꺼운 동물들을 위해 그늘막을 설치했고, 동물들이 스스로 더위를 조절할 수 있게 실·내외를 오가는 문을 개방했다. 그런데 너무 더워서 그런지 관람객이 눈에 띄게 줄어 힘이 안 난다”고 덧붙였다.

우치동물원 최종욱 수의사


■ 하루 8시간 물뿌리는 ‘부산삼정더파크’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에 있는 동물원 ‘삼정더파크’도 계속된 폭염에 동물의 더위 관리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이 동물원에는 123종 1200여마리의 동물이 살고 있다. 삼정더파크는 동물이 쉬는 방에 에어컨과 선풍기를 설치해 가동하고 있다. 낮 12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동물을 방사장으로 내보내지 않는다. 또 각 동물들이 좋아하는 사료에 고단백 영양제를 첨가해 공급하고 있다. 수박 등 제철 과일을 얼려 수시로 동물들에게 주고 있다. 각 동물의 방사장에는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막이 세워졌고, 스프링클러도 하루 8시간 이상 물을 뿌리고 있다. 사육사들도 동물들에게 찬물 샤워를 시켜주고 있다. 동물원 곳곳에 인공안개를 뿌리는 ‘쿨링포그’도 설치했다. 안동수 삼정더파크 동물관리본부장은 “동물원에서 40여년 동안 일하면서 올해 같은 무더위는 처음이다. 사육사 등 동물 관리본부 직원들도 10일 동안 제때 퇴근도 못하고 동물을 돌보고 있다. 다행히 동물들이 폭염을 잘 견뎌주고 있다”고 말했다.

우치동물원 최종욱 수의사


■ 영양제에 전용 풀장까지 ‘대전오월드’·‘용인에버랜드’

“아프리카가 원산지이니 여름을 좋아할 거라는 건 잘못된 상식입니다.” 대전오월드 김규태 사육사는 하이에나나 팽귄이나 폭염을 이기기는 한가지로 힘들다고 전했다. 태생이 국내 동물원 등이어서 원산지 기후 속에서 성장한 동물들이 아니기 때문이고, 원산지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무더위를 좋아하는 동물은 없다고 했다.

지친 대전오월드 동물들은 40도를 오르내리는 한낮에는 그늘이나 물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영양제를 공급받고 얼음과자와 물놀이, 그늘에서 낮잠자기를 하며 한여름 무더위를 넘긴다. 사육사들은 혹서기, 혹한기에 앞서 초식·맹수·조류 등에게 맞춤형 영양제를 공급한다. 또 찬물을 갈아주고 생선, 과일 등 동물 별로 좋아하는 먹이를 얼려 주는 특식도 제공한다. 오월드 동물원은 만들어진지 20여년이 지나 제법 수목이 우거져 그늘이 차광막 구실을 하고, 동물사마다 단열재와 스프링쿨러 시설이 갖춰져 있다. 또 벽에는 단열 효과가 있는 담쟁이 덩굴을 심어 쾌적한 실내 환경을 유지해주고 있다.

대규모 동물원을 운영하고 있는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도 폭염 피해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올해 4월 문을 연 ‘타이거 밸리’에는 나무그늘과 폭포 등을 설치했고, 호랑이들이 자연스럽게 시원한 곳을 찾아갈 수 있도록 했다. 특히 호랑이는 고양이과 동물 중 드물게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폭포수 근처 웅덩이에 몸을 담그고 더위를 식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사파리월드’에 사는 불곰에게는 시원한 물이 쏟아지는 물바가지를 설치했다.

코끼리에게는 호스를 이용해 주기적으로 물을 뿌려주고, 진흙을 온 몸에 발라 체온을 떨어뜨리는 코뿔소에게는 진흙이 부족하지 않게 수시로 이를 채워주고 있다고 에버랜드 쪽은 설명했다.

특히 올해 11월 영국 요크셔 야생공원으로 이전하는 북극곰은 한국에서 보내는 마지막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 있도록 실내 사육장 에어콘을 종일 가동해 평균 18도를 유지하고 있다. 또 전용 풀장은 매일 100톤 이상의 물을 순환시켜 20도로 관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