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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동물원

ⓒhuffpost
2016년 5월28일 미국 신시내티동물원에서 한 어린이가 울타리 밑 해자로 떨어지자, 고릴라 하람베는 10분 뒤에 사살됐다. 
2016년 5월28일 미국 신시내티동물원에서 한 어린이가 울타리 밑 해자로 떨어지자, 고릴라 하람베는 10분 뒤에 사살됐다. 

오는 28일은 고릴라 ‘하람베’가 죽은 지 2년이 되는 날이다. 하람베는 자신이 사는 우리 안으로 한 어린아이가 떨어지자, 동물원 관리요원에 의해 사살됐다. 아이가 떨어진 지 10분 만이었다. 미국 신시내티동물원에서 벌어진 일이다.

괴수 킹콩이 어린이를 가지고 장난치는 듯한 장면은 사람들에게 무섭게 다가왔다. 작은 소리이지만, 반론도 있었다. 하람베를 사살한 동물원의 판단은 옳았는가? 기다려야 했던 건 아닐까? 대다수는 이런 주장을 순진한 낭만주의라고 배격했다. 고릴라가 어린이를 집어 던지기라도 한다면? 그게 당신의 아이라면?

유튜브에서만 수백만회 조회된 그 영상을 다시 돌려 보았다. 어린이가 깊이 2미터가 넘는 해자 밑으로 떨어졌다. 관람객들의 웅성거리는 소리. 뒤이어 “엄마 여다, 사랑해”라는 절규도 들린다. 고릴라는 관람객을 등진 채 웅크리고 아이를 바라보고 있다. 그러다 아이의 허리춤을 잡고 10여미터 끌고 간다. 그러기를 두어번. 결국 동물원은 관람객을 차단한 뒤, 하람베를 사살한다.

하람베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그 또한 처음 맞닥뜨리는 상황에 혼란스럽고 두려웠을 것이다. 영상을 본 동물행동학자들은 명백한 공격 행동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새끼가 어른 몸에 붙어 있으려고 할 때, 어른 고릴라는 이렇게 새끼를 들고 다닌다고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 마크 베코프가 당시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말하기도 했다. 인간에겐 위협적으로 보이지만, 고릴라에게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것이다(어미 개가 새끼를 입으로 물고 다니는 걸 떠올려보라).

인간과 동물의 행동은 종종 서로 오해를 부른다. 그래서 그들은 공포스러운데 반대로 우리는 위협적으로 느낄 때가 있다. 신시내티동물원의 사살 조처가 정당했느냐 잘못됐느냐 따지는 것은 생산적인 논쟁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상황을 만들게 한 동물원이라는 공간에 대해서 우리는 성찰해야 한다.

하람베가 위험했던 이유는 하람베가 동물원에 있었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의 인간 공격은 주로 서식지 경계에서 우연히 발생한 충돌이나, 자신이 공격받는다고 느꼈을 때 등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발생한다. 동물원이야말로 동물에게 비정상적인 공간이다. 물론 19세기 시민들의 위락과 교육 목적으로 태어난 근대 동물원은 20세기 후반 이후 생태 동물원으로 변화를 꾀했다. 동물을 가두는 철창을 없애고 되도록 넓은 공간과 은신처를 제공하는 쪽으로 바뀌어왔다. 최근 들어선 선진 동물원을 중심으로 ‘종 보전센터’로서 기능을 확장했다. 사육사보다 더 많은 수의 연구원을 채용해 타국의 야생으로 나가 연구하고 보전 활동을 펼친다.

하지만 갇혀 있는 동물의 불행을 우리가 외면해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다. 인간과 96% 이상 유전자를 공유하는 하람베와 같은 유인원, 겨울마다 수천킬로미터를 여행하는 북극곰, 한시도 쉬지 않고 헤엄치는 돌고래, 죽은 이의 무덤을 방문하는 코끼리 등은 동물원 ‘전시 부적합종’이다. 선진 동물원들은 이들 종을 동물원에서 퇴출시키고 있다. 문제를 일으킨 동물들은 야생동물 보호소로 이동시킨다. 애초 인명사고 위험이 있는 동물을 들이지 않는 것도 방법이다.

국내에서도 몇번의 동물원 사고가 있었다. 2013년 서울대공원의 호랑이 로스토프, 그리고 2015년 서울어린이대공원의 사자들에 의해 사육사가 숨졌다. 그에 대한 형벌로 이 동물들은 지금 안쪽 방사장에 갇혀 있다. 하람베가 주는 교훈을 되새긴다면, 우리는 이 동물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이 깊어지는 밤이다.

* 한겨레 신문에 게재된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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