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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10일 14시 18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4월 10일 14시 18분 KST

플랫폼을 채우는 것은 사람

huffpost

‘공부하는 카페?’ 이 정도의 느낌이었던 공간은 시곗바늘이 저녁 6시를 지나면서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지난 5일 서울 중구 을지로 소재 위워크 8층의 공유공간은 카페 같은 독서실의 모습에서 파티장으로 변했다. 이처럼 1시간 만에 용도가 바뀔 수 있는 유연함의 힘은 바로 100평에 달하는 넓은 빈 공간과 가변형 설치물에서 나온다.

‘빈 도화지’를 채운 것은 사람이다. 질서정연하게 촘촘히 배치된 테이블 위에 놓인 노트북 컴퓨터를 뚫어지게 바라보던 이들은 빠져나가고, 반려견이나 어린이와 동반한 이들이 들어왔다. 이 자리에서 동물자유연대와 ‘카라’ 등 동물단체 관계자와 회원, 최영민 서울시수의회장, ‘돌고래들의 국회의원’으로 유명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동물 전문매체인 애니멀피플 필진이 모여 식사를 하고 음료도 마시며 서로 교류했다. 동물 전문가들의 대담이 이어졌고, 동물의 권리를 강조하는 밴드인 ‘동물의 안녕’의 특별공연도 열렸다. 대학생 때부터 동물보호 자원봉사를 꾸준히 하고 있는 가수 배다해도 자리를 지켰다. 공간 한쪽에서는 저녁식사를 위한 출장급식 서비스가 진행됐고, 또 다른 한쪽에는 반려견 행동상담소도 마련됐다.

이 변화는 놀라워 보이지만, 대단한 장치가 필요한 일은 아니다. 그저 책상을 어떻게 배치하느냐, 어떤 사람이 모여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공간의 모습은 완전히 변모할 수 있다. 우리는 이런 가변형의 시대에 살고 있다. 이를 가능케 해주는 것이 바로 ‘하얀 도화지’, 플랫폼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인 에어비앤비는 그 관계를 확장시켜줬다. 우리는 이제 에어비앤비를 이용해 모르는 이에 연결돼 그 집에서 숙박을 할 수도 있게 됐고(숙박공유), 그 경험도 공유할 수 있게 됐다(에어비앤비 트립 서비스).

애니멀피플은 동물과 사람을 연결하려는 시도를 한다. 미디어 매체라는 플랫폼은 콘텐츠를 빨아들이는 한편 생산해 세상에 내놓는다. 전문단체를 비롯한 동물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이 보는 콘텐츠는 ‘공감대’라는 거대한 힘을 만들어낸다.

이날 행사가 열린 넓은 공간 역시 수많은 이들이 모이는 플랫폼으로 작동했다. 100여명이 모인 이곳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네트워크로서 공감대의 폭과 강도를 높여줬다. 에어비앤비가 반려동물을 회사에 자유롭게 데려와 함께 일하는 문화를 자랑하고 있고, 에어비앤비 숙소에서 ‘반려동물 입실 가능 여부’를 묻는 검색 필터를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알려질 수 있었다.

동물 친화적인, 나아가 동물의 권리를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이렇게 무르익어 간다. 사람이 모여 정보의 흐름을 만들어내고, 전문매체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다시 확대 재생산된다.

물론 비어 있는 도화지가 있다고 이 모든 일련의 움직임을 불러올 수는 없다. 하드웨어는 반드시 소프트웨어를 얹어 제 기능을 하도록 운영해야 한다.

남종영 편집장 등 애니멀피플 담당자들은 에어비앤비와 함께 행사를 기획하고 사회를 보며 전체 흐름을 조절했다. 이벤트홀을 담당하는 위워크 직원들은 테이블 배치와 발표 화면 세팅 작업을 통해 공간의 맥을 잡았다.

에어비앤비라는 플랫폼은 에어비앤비라는 운영자가 있기에 ‘에어비앤비 세대’라는 신조어를 탄생시킨 여행에 관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최근 블록체인 열풍에 힘입어 하드웨어가 바뀌면 마치 모든 것이 바뀔 것이라는 주장을 들을 때가 있다. 사실은 어떻게 운영하느냐와 현실 세계에 흩어져 있는 사람이 중요한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