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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4월 02일 16시 57분 KST | 업데이트됨 2018년 04월 02일 16시 57분 KST

지구 상에서 가장 큰 동물 대왕고래, 인간, 크릴 이야기

대왕고래, 크릴, 그리고 인간. 언뜻 아무런 연결 고리도 없어 보이는 이 셋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단단하게 엮여 있습니다. 그것도 지구에서 가장 춥다는 바로 ‘남극’에서 말이죠. 지금부터 한 어미 대왕고래와 그 새끼의 이야기를 통해 이 셋에 관한 놀라운 사실을 들려 드립니다.

역사상 지구상에서 가장 큰 몸집을 가진 ‘대왕고래’, 낚시 미끼와 영양제 원료로 쓰이는 ‘크릴’, 그리고 우리 ‘인간.’

언뜻 아무런 연결 고리도 없어 보이는 이 셋은 생각보다 훨씬 단단하게 엮여 있습니다. 그것도 지구에서 가장 춥다는 바로 그 ‘남극’에서 말이죠. 지금부터 한 어미 대왕고래와 그 새끼의 이야기를 통해 이 셋에 관한 놀라운 사실을 들려 드리려 합니다.

대왕고래, 시작은 새끼손톱만 한 크릴로부터

대왕고래는 지금까지 지구상에 존재해온 모든 생명체를 통틀어 가장 큰 몸집을 자랑합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먹이는 성인 새끼손가락보다도 작은 크릴(krill)새우입니다. 성인 고릴라의 몸집만 한 크기의 심장과 한꺼번에 50만 칼로리의 크릴을 삼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대왕고래는 모든 면에서 놀라운 생물임이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대왕고래의 수많은 매력 중에서도 가장 우리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바로 새끼 고래에 대한 어미의 헌신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대왕고래

어미 대왕고래는 임신을 하면 곧 태어날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수천 킬로 떨어진 안전한 열대 지역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출산과 양육을 하죠. 이 열대 지역은 새끼를 키우기에 가장 안전한 곳임에는 틀림없지만, 한 가지 문제는 이 지역엔 어미 고래가 먹을 것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이 곳에서 새끼를 낳고 머무는 시간 동안 어미 고래는 거의 굶은 채로 지내야만 하죠.

갓 태어난 새끼 대왕고래는 이미 몸길이가 8m에 이르고 몸무게는 약 4톤에 달합니다. 어미 고래는 이 거대한 새끼 고래를 먹이기 위해 비축해두었던 지방을 우유로 바꿉니다. 지방이 풍부한 이 우유 덕에 새끼는 하루에 약 90킬로그램을 찌울 수 있죠.

그린피스
저녁 때 바다에 비친 크릴 떼

그러나 굶주리고 있는 어미 고래에게 이는 엄청난 육체적 스트레스를 불러옵니다. 다행히도 이 모든 건 대왕고래의 성공적인 출산 및 육아를 위한 일종의 전략입니다. 유일한 성공 전제 조건은 어미 고래가 원할 때 언제든 다시 지방을 채울 수 있는 곳으로 향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어느덧 시간이 흘러 번식지를 떠날 때가 찾아옵니다. 어미 대왕고래는 새끼를 데리고 배를 채울 수 있는 크릴 떼를 찾아 남극해로 떠납니다. 하지만 이 여정은 매우 길고 느립니다. 아직 어린 새끼가 따라잡을 수 있도록 속도를 내지 않고 이동하면서 언제 어디서 습격할지 모르는 범고래 무리를 막기 위해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죠. 잊지 말아야 할 건 이 순간까지도 어미 고래는 계속해서 굶주려 있다는 것입니다.

장장 5000 킬로미터에 이르는 이 긴긴 여행은 최대 4개월 동안 지속됩니다. 이제 어미 대왕고래는 마지막 남은 힘까지 모두 소진합니다.

만약 보통의 이야기였더라면, 이 어미 대왕고래와 새끼 고래는 성공적으로 남극해에 도달해 영양이 풍부한 크릴로 배를 채우고 연중 가장 평화로운 시간을 보낼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부터 들려드릴 이야기에서 대왕고래는 아주 큰 문제를 마주하게 됩니다.

최첨단 장비를 갖춘 인간의 등장

그린피스
남극해 크릴 어선 앞에서 '남극보호'가 적힌 배너를 들고 시위하는 그린피스 활동가

대왕고래가 주식으로 삼는 크릴은 남극 먹이사슬의 최하단에 위치합니다. 대왕고래의 먹이인 동시에 펭귄, 물개, 오징어, 바닷새 등 남극에 사는 거의 대부분의 동물들을 먹여 살리죠. 그런데 최근 여기에 인간이 끼어들었습니다. 그것도 아주 최첨단의 기술 장비를 갖고 말이죠. 길이만 수십 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선박엔 제 아무리 새끼손톱만한 크릴이라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미세한 구멍으로 이뤄진 그물망이 실려있습니다. 수만 마리의 크릴은 거대한 기계의 움직임과 함께 그물망 안으로 빨려 들어옵니다.

이렇게 잡힌 크릴은 더 큰 배로 옮겨져 ‘상품‘이 되기 위한 여러 공정을 거칩니다. ‘오메가3’에 쓰일 크릴 오일을 추출하기 위한 건조 과정이 대표적입니다. 여기서 남겨진 크릴은 대부분 ‘물고기 밥’이 되죠. 남극해에서 잡히는 크릴 중 인간이 직접 소비하는 건 없습니다. 대부분의 상품이 연어 밥이 되거나 고양이 간식이 될 확률이 더 높죠.

그린피스
영국 허더즈필드(Huddersfield)에서 그린피스 자원봉사자들은 해양보호구역 지정을 고려 중인 해역에서 어업 활동을 지속하는 선박으로부터 크릴 제품 구매를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전달 하기 위해 건강식품을 파는 홀랜드앤바렛(Holland & Barrett)에서 크릴오일 제품에 스티커를 붙이는 액션을 했다

크릴 업계는 스스로를 ‘지속 가능‘하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산업이라 칭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우리 중 누구도 10년 뒤 또는 5년 뒤 크릴에게 어떤 변화가 생길지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크릴 어선은 점점 더 남극 동물의 서식지에 가까운 구역으로 포위망으로 좁혀오고 있습니다. 몇 달을 굶은 채로 크릴을 먹기 위해 수천 킬로를 이동해 남극해에 도착한 대왕고래 어미와 그 새끼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일일 테죠.

그린피스가 발표한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크릴 조업이 벌어지는 특정 지역과 고래들이 먹이를 사냥을 하는 지역이 겹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고래들은 쉴 새 없이, 그리고 빠르고 효과적으로 크릴을 잡아들이는 이 최첨단 어선들과 먹이 경쟁을 벌여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것입니다.

대왕고래를 살리는 길

다가오는 10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25개국이 모여서 회의를 엽니다. 대왕고래, 크릴, 그리고 우리 인간 모두에게 영향을 미칠 안건에 대해 논의하게 위해서이죠. 바로 지구상에서 가장 큰 ‘남극해양보호구역(Antarctic Ocean Sanctuary)’ 지정에 관한 것입니다. 이 보호구역은 크릴 산업이 더 이상 남극해 깊숙이로 확장하지 않게끔, 현재 보호구역으로 논의되는 구역 안에서만큼은 크릴 조업을 막을 수 있습니다. 대왕고래와 펭귄, 그리고 크릴이 그들이 원래 살아가던 모습 그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킬 수 있죠.

그렇다면 우린 무얼 할 수 있냐구요? 전 세계 각지에서 25개 회원국 정부에 ‘남극해양보호구역’ 안에 동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이 중 하나죠. 남극해에서 대왕고래와 먹이를 두고 다투는 여러 크릴 어선 중엔 한국 국기를 달고 있는 조업선도 있습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크릴을 많이 잡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죠. 그래서 우리의 목소리가 더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린피스
남극해 트리니티 섬 근처 해역에서 발견된 한국 크릴 어선 세종호

결국 인간이 할 일은 한 발자국 물러서서 배고픈 고래와 펭귄들에게 그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길을 내어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크릴은 빠르게 다가오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막아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죠.

대왕고래의 어미와 새끼를 위해, 남극을 위해, 그리고 이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인간을 위해 ‘남극해양보호구역’의 지정을 응원해주세요!

>>남극보호 함께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