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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로스 겪은 이 여성은 유기견 빠방이를 만난 뒤 "일상이 더 행복해졌다"고 말했다 (인터뷰)

반려 다만세| 10년 넘게 키운 둥이를 떠나보낸 뒤 운명처럼 빠방이를 만난 조은아씨

  • 이인혜
  • 입력 2020.03.09 13:42
  • 수정 2020.05.21 16:47

 

세상의 유기된 동물 전부를 구할 수 없지만, 동물 한 마리를 구조하면 그 생명체는 물론 그 주변의 세상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유기동물과의 공존을 통해 변화된 삶을 사는 반려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빠방이와 은아씨.
빠방이와 은아씨. ⓒ조은아씨 제공

스냅작가 조은아(33)씨는 결혼을 앞둔 지난 2018년 8월, 11년간 함께 지내온 강아지 둥이를 떠나보내면서 이른바 ‘펫로스 증후군’을 겪었다. 함께해서 행복했던 만큼 두 번 다시 볼 수 없는 현실에 괴로웠던 은아씨는 다시는 동물을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결혼 후, 반려견을 키우고 싶어 했던 남편도 은아씨가 너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키우려는 마음을 접었다. 

그랬던 은아씨는 조심스럽게 마음을 바꾸었다. 둥이로 인해 행복했던, 소중한 기억들을 남편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는 먼저 남편과 유기견 봉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때 봉사를 알아보다 발견하게 된 빠방이 사진이 유독 눈에 밟혔다. 

빠방이 입양을 마음먹게 했던 사진(왼쪽), 둥이 생전 사진
빠방이 입양을 마음먹게 했던 사진(왼쪽), 둥이 생전 사진 ⓒ조은아씨 제공

 

“빠방이 사진을 하나 봤는데 저희 죽은 둥이 눈빛이랑 너무 비슷한 거예요. 사진을 보는데 저와 눈이 마주친 듯한 느낌도 들고, 사진 속 빠방이 표정이 너무 기억에 남았어요. 둥이가 보내준 것 같은 느낌도 들고. (...) 가족이 될 아이는 느낌이 오는 것 같아요. 자꾸 찾아보게 되더라고요. (이하 2월 25일 인터뷰 中) ”

이후 은아씨는 남편에게 ‘빠방이를 데려오자’고 말했다. 은아씨 부부는 경기도 일산의 집에서 당시 빠방이가 머무르고 있던 울산의 임보처(임시보호처)까지 직접 가서 빠방이를 데려왔다.  

“임보처에 가서 직접 데려왔어요. 임보처에 갔는데, 빠방이가 제 밑에 자꾸 오는 거예요. 임보하시는 분이 하는 말이 원래 안 그러는 애라고 해서 되게 신기했어요. 우리가 가족이 될지 어떻게 알고 내 옆에 있지 싶어서.”

빠방이의 첫인상에 대해 은아씨는 “사람한테 상처가 많이 있었을 것 같은데 사람을 되게 좋아했다”며 “얌전하고 착한 아이”라고 말했다.

은아씨는 빠방이가 있어서 신혼생활이 달라졌다고 했다. “남편이랑 둘만 있으면 딱히 산책할 일 없을 것 같은데 이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와도 무조건 산책을 해요. 둘만 있으면 그냥 연애할 때랑 비슷한데 빠방이가 오니까 저희 둘만 있을 때보다 같이 할 수 있는 것도 더 많아졌고 통하는 이야기도 더 많아진 것 같아요.”

빠방이와 조은아씨 부부가 함께 찍은 가족사진
빠방이와 조은아씨 부부가 함께 찍은 가족사진 ⓒ조은아씨 제공

일상에서 소소하게 느낄 수 있는 행복감도 더 많아졌다고 했다. “맨날 똑같은 일상인데, 남편이랑 저랑 ‘빠방이 좀 보라’고 하면서 지내요. 집에 같이 있을 때도, (빠방이가) 뭘 하고 싶으면 (저희를) 쫄쫄 따라다니고 근처에 오는데 그런 일상 속에서 느껴지는 행복함이 있어요.”

빠방이는 기분이 좋으면 웃는다. 은아씨는 셋이서 하는 여행을 좋아하는데, 같이 돌아다니면서 빠방이가 즐겁다는 표정을 지을 때 가장 행복하다고 전했다. 

활짝 웃는 빠방이
활짝 웃는 빠방이 ⓒ조은아씨 제공

빠방이와 함께 지내면서 감격의 순간도 있었다. 처음 데려왔을 때만 해도 빠방이는 다른 강아지들의 눈치를 많이 보고 친구들이랑 공놀이도 잘 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친구들이랑 잘 뛰어논다고. 그런 변화하는 모습에서 감격하고 눈물이 났다고 은아씨는 전했다. “다들 유기견 키우는 게 힘든 일이라고 하는데 견주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아요.” 

”빠방이는 털이 빠방해서 빠방이다. 유기견보호소에서 빠방이를 많이 케어해주신 봉사자분이 지어주신 건데 너무 잘 어울려서 이름을 안 바꾸고 그대로 썼다. 5살에 데려와서 지금은 6살이다. ”
”빠방이는 털이 빠방해서 빠방이다. 유기견보호소에서 빠방이를 많이 케어해주신 봉사자분이 지어주신 건데 너무 잘 어울려서 이름을 안 바꾸고 그대로 썼다. 5살에 데려와서 지금은 6살이다. ” ⓒ조은아씨 제공

은아씨는 빠방이를 데려온 뒤 유기동물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다. “지금 이 시간에도 버려지는 아이들이 많잖아요. 사람이 참 나쁘고 잔인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사람에게 받은 상처를 사람이 치유해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유기견을 비롯한 유기동물이 처한 현실이 안타깝다고 무작정 데려오는 것은 안 되다는 게 선 경험자인 은아씨의 조언이다.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없다면 데려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이도 낯선 공간이 불안할 테니 내가 너의 가족이라는 것을 얘가 깨달을 때까지 같이 있어줘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끝으로 은아씨는 “강아지마다 겪은 상처가 다르고 성격이 다양한 만큼, 아이를 포기하지 않고 다시 유기하지 않으셨으면, 사랑과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지난 2월 25일 경기도 일산의 반려견 동반 카페에서 만난 조은아씨와 빠방이. 빠방이가 좋아하는 공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 
지난 2월 25일 경기도 일산의 반려견 동반 카페에서 만난 조은아씨와 빠방이. 빠방이가 좋아하는 공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  ⓒHUFFPOST / INHY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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