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 앞에 우두커니 앉아있던 강아지에게 던진 말 한마디가...' 동물 질색하던 엄마가 달라진 이유 (인터뷰)

반려다만세 | 11년 전, 대문 앞에 우두커니 앉아있던 헤슨이와 만난 최희영씨.
최희영씨 가족과 함께 인천 대공원에 놀러간 시루.
최희영씨 가족과 함께 인천 대공원에 놀러간 시루.

“동물이라면 질색하던 엄마셨는데, 헤슨이(강아지)와 함께하면서 동물에 대한 생각이 확 바뀌셨어요. 연시(햄스터)도 처음에는 ‘으악, 쥐다!’라며 별로 안 좋아하시다가 이제는 엄마가 먼저 연시한테 손도 내보이고 하세요.”

이제는 유기견 입양단체 스텝으로 활동하며 반려동물을 돌보는 학원강사 최희영씨(31) 이야기다. “유기견 친구들이 가족을 찾는데 힘이 되고 싶다”는 희영씨지만 그 역시 처음부터 동물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희영씨가 동물에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1년 전인 2009년, 헤슨이와의 운명적인 만남이 그 시작이었다.

“밖에 강아지가 있더라.” 새벽 6시, 잠깐 대문을 나섰다가 들어온 엄마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희영씨는 그로부터 3시간 후 문을 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때도 강아지는 우두커니 그 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마치 희영씨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희영씨는 강아지의 다리가 불편한가 싶어 말을 걸었다. “혹시 다리가 불편한 친구인가 싶었어요. ‘일어날 수 있겠어? 우리 집 들어올래?’ 했더니 갑자기 일어나 들어오더라고요.”

헤슨이가 희영씨 집에 온 지 얼마 안됐을 당시 모습. 살이 엄청 쪘고 피부가 굉장히 안 좋았다고 희영씨는 회상했다.
헤슨이가 희영씨 집에 온 지 얼마 안됐을 당시 모습. 살이 엄청 쪘고 피부가 굉장히 안 좋았다고 희영씨는 회상했다.

주인 없이 홀로 길을 떠돌던 강아지는 마치 희영씨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제 발로 대문 안으로 들어왔다. 희영씨는 강아지를 키워본 적은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쓰여 그냥 보낼 수 없었다. 많은 고민 끝에 강아지에게 ‘헤슨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뒤 직접 돌보기로 마음먹었다.

헤슨이와 함께 지내면서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이내 정이 들었고, 가족들에게도 변화가 있었다. 특히 동물을 좋아하지 않았던 엄마의 변화가 제일 컸다. “동물을 키우면서 그 아이들에 대한 생각이 굉장히 많이 바뀌는 것 같아요. 이전까지 엄마는 길고양이들을 ‘음식물 쓰레기를 파헤치는 말썽꾸러기’ 정도로만 생각하셨는데 이제는 ‘공존하는 동물’로 생각하면서 연민의 감정을 많이 느끼세요.”

희영씨 가족의 돌봄 덕분에 피부가 좋아지고 건강해진 헤슨이 모습. "얘가 너무 흥분했는지 계속 '헥헥헥' 거리는 거예요. 계속 그러니까 아빠가 거기서 '혜'자를 따고, 여자애니까 '순'을 붙여서 "혜순"이가 되었는데요. 엄마가 친구 이름이랑 똑같다고 철자라도 달리 해달라 해서 획 한자씩 떼어 '헤슨'이 되었어요."  
희영씨 가족의 돌봄 덕분에 피부가 좋아지고 건강해진 헤슨이 모습. "얘가 너무 흥분했는지 계속 '헥헥헥' 거리는 거예요. 계속 그러니까 아빠가 거기서 '혜'자를 따고, 여자애니까 '순'을 붙여서 "혜순"이가 되었는데요. 엄마가 친구 이름이랑 똑같다고 철자라도 달리 해달라 해서 획 한자씩 떼어 '헤슨'이 되었어요."  

헤슨이를 돌보면서 가족간 대화도 많아졌다. 그러나 헤슨이와의 행복한 시간은 짧았다. 처음 만난 2009년 당시 3~4살이던 헤슨이는 2014년 만성신부전증 판정을 받고 그해 5월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헤슨이는 처음 2년여간 배변을 잘 가리지 못했어요. 그런데 3년 이상 교육을 꾸준히 했더니 결국엔 화장실에서 싸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우리가 교육하는 방법을 잘 몰랐구나’ 싶었죠. 나중에는 기운이 없는데도 화장실에서 싸고 나오다 철푸덕 넘어지더라고요. 그땐 가족들과 같이 울었네요...”

헤슨이가 희영씨에게 끼친 영향력은 컸다. 희영씨는 헤슨이를 잃은 아픔에 마음이 시렸지만, 자꾸만 헤슨이와 같은 유기견들이 아른거렸다. 그래서 같은 해, 유기견 입양단체 ‘행복한 유기견 세상’ 공고를 보고 시루를 데려왔다.

“무조건 유기견을 데려오기로 마음먹었어요. 헤슨이가 우리집에 온 건 어쩌면, 다른 유기견 친구도 우리의 가족이 되길 바라는 게 아닐까, 그게 헤슨이가 우리에게 바라는 게 아닐까 싶었어요.”

시루와 함께 지내면서 희영씨는 더 큰 꿈을 갖게 되었다. 가족에게 화창한 봄날을 선물해줬던 헤슨이와 시루처럼 다른 유기견 친구들에게도 좋은 가족을 찾아주고 싶다는 바람이다. 그래서 지난 2017년부터는 시루를 입양했던 단체에서 유기견 입양 상담 봉사도 하고 있다. “나중에 사정이 힘들어 지더라도 유기견 친구들의 입양을 위한 홍보나 서포트는 계속하고 싶어요.”

유감스럽게도 희영씨의 선의를 악용한 이들도 있었다. 희영씨 가족이 유기동물을 돌보는 것을 본 누군가의 소행인지, 2018년 어느 날 희영씨 집 앞에 누군가가 쇼핑백에 햄스터 세 마리를 유기했던 것이다. 당시 집에서 키울 수 없던 환경인지라 희영씨는 친구와 여동생, 사촌 동생에게 입양을 보냈는데 뜻밖의 사건이 발생했다. 사촌동생에게 입양보낸 햄스터 ‘홍시’가 임신을 한 것이다.

“햄스터를 유기한 사람이 아마 세 마리를 한꺼번에 키워서 이미 임신을 한 상태로 온 게 아닌가 싶어요. 사촌 동생은 혼자 자취하는 상황이라 부담도 있고 해서 제가 데려왔어요. 처음엔 ‘좋은 가정을 찾아주자’는 마음이었는데 며칠 있다 보니 장기숙박하고 있어요. 다행히 지금은 엄마도 좋아하세요.”

햄스터 연시 
햄스터 연시 

비슷한 사건은 희영씨가 활동 중인 단체에서도 있었다. 어느날 입양팀 보호소 앞에 누군가 유기견 3마리를 둔 상자를 두고 갔다고. 상자를 열어보니 유기견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꽁꽁 묶어놓은 상태였다고 한다. “카페 등업을 한 분들만 보호소 위치를 알 수 있는데, 6만명이 넘는 카페다 보니 누가 유기한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어요.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유기견을 위해 일하는 보호소에 직접 유기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더 참혹한 건 버려진 강아지들은 나이가 많았고, 그중 하나는 건강 상태가 몹시 좋지 않아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다행히 다른 아이들은 새로운 가족을 만났지만, 씁쓸한 경험이었다.

“아픈 아이 병원비 무서운 건 알아요. 허나 돈이 없어서 병원을 데려가지 않더라고 10년 넘게 같이 한 가족과 함께 여생을 마무리하는 게 그 친구들에게는 더 행복한 일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이런 일을 겪으면 김이 빠질 수도 있지만, 희영씨는 그렇기 때문에 더욱 유기된 동물 친구들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헤슨이와 시루, 연시가 자신에게 행복이자 축복이었던 것처럼, 다른 동물 친구들도 그런 존재가 될 것을 믿는다. “특히 보호소에서 적응을 잘하지 못하거나 나이가 많아서 입양이 힘들겠다 싶은 아이들이 좋은 가족에게 입양돼 잘 지낸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마음이 따뜻해져요.”

유기견 보호소 입소 당시 시루의 모습(왼쪽), 시루와 희영씨 모습
유기견 보호소 입소 당시 시루의 모습(왼쪽), 시루와 희영씨 모습

유기된 동물들을 향해 “네가 잘못한 게 아니고, 너희들을 이해 못 해서, 혹은 이해하고 싶지도 않은 인간들이 잘못한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고 거듭 강조한 희영씨. 그는 오늘도 이 아이들이 하루빨리 진정한 가족을 찾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