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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워킹맘의 ‘조금은 특별한’ 둘째 아이가 유기견 ‘까미’를 만나 달라진 것 (인터뷰)

반려 다만세|까미를 만나면서 '반려동물'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김보람씨

  • 이인혜
  • 입력 2020.04.23 10:33
  • 수정 2020.04.23 10:40

세상의 유기된 동물 전부를 구할 수 없지만, 동물 한 마리를 구조하면 그 생명체는 물론 그 주변의 세상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유기동물과의 공존을 통해 변화된 삶을 사는 반려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김보람씨와 까미. 코로나19로 인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김보람씨와 까미. 코로나19로 인해,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김보람씨 제공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김보람(40)씨는 지난해 강아지 ‘까미’를 만나기 전까지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었다. 보람씨가 강아지 입양을 알아보게 된 것은 아이들 때문이었다. “첫째 아이가 티비 프로그램에서 개공장을 보고 유기견을 입양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을 했어요.” 

아이의 생각이 너무 기특했지만 무작정 유기견을 입양할 수는 없었다. “시간을 두고 공부를 해보려고 했어요.” 하지만, 우연히 유기동물 입양 앱에서 까미를 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스쳐 지나갈 줄만 알았던 까미가 계속 눈에 밟혀 직장에서도 일이 손에 안 잡힐 정도였어요. 2킬로가 안 되는 작은 체구에 제대로 된 사진이 없을 정도로 활발한 까미가 저희와 인연이었나 봐요. 더 오래 두면 안 될 것 같은 마음에 얼른 데려왔어요.”  

까미
까미 ⓒ김보람씨 제공

보람씨는 성남의 임시보호처까지 직접 가서 까미를 데려왔다. 까미는 처음 만났을 때도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없었고 안아달라고 해서 애착이 더 갔다고. “까미라는 이름은 온통 까매서 그렇게 지었어요. 까미는 사람을 많이 좋아하고 활발하지만 겁도 많아요. 지금은 다행히 많이 안정됐지만, 여전히 집에 손님이 오면 꼭 안기려고 해요.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강한 아이인 것 같아요.” 

초보 반려인이라 근 두 달 동안은 까미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며 지내는 등 여러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보람씨는 까미로 인해 “집안이 밝아지고 더 활기차졌다”고 말했다. 특히 가장 인상적인 것은 둘째 아이의 변화였다. 

“둘째 아이가 또래보다 늦은 좀 특별한 아이예요. 언어도 많이 늦고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없어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해요. 까미가 아무리 관심을 표현해도 둘째는 무관심으로 일관했었죠. 사람이라면 포기했을 텐데 까미는 포기를 모르더라고요.” 

까미의 노력 끝에 둘째 아이와 까미는 현재 최상의 파트너이자 친구가 됐다. “까미가 집에 오고 한 달 후 둘째가 그린 첫 그림이 까미였어요. 까미와의 상호작용으로 말도 늘었고 스킨십도 늘기 시작했어요. 요즘은 사고를 치면 그 용의선상에 항상 둘이 같이 올라올 정도로 최상의 파트너랍니다.”

김보람씨의 두 아이들과 까미(왼쪽), 김보람씨의 둘째 아이가 그린 까미
김보람씨의 두 아이들과 까미(왼쪽), 김보람씨의 둘째 아이가 그린 까미 ⓒ김보람씨 제공

올해(2020년) 열살인 첫째 아이는 까미 덕분에 수의사 겸 훈련사라는 꿈이 생겼다. 까미와 함께 강아지 관련 프로그램은 재방송까지 완벽하게 섭렵하고 있다고. 

아이가 좀 더 크면 함께 유기동물 봉사활동도 할 생각이다. 보람씨는 “첫째 아이와 유기동물 봉사와 임시보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며 이러한 계획을 밝혔다. 

보람씨는 까미와 함께 지내면서 ‘반려동물’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고 한다. 까미를 만나기 전까지는 그저 예쁘고 귀여운 애완견 정도로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서로의 감정에 교감하고 표현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사람과 교감을 하고, 자신의 감정을 말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을 보며 느린 둘째 아이를 많이 떠올렸어요. ‘아, 반려견은 생명 그 이상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건강하게 잘 돌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요.” 

까미
까미 ⓒ김보람씨 제공

하지만 반려동물 입양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게 보람씨의 조언이다. 그는 “키우다 보니 입양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바로 동정심 같다. 특히 유기동물을 입양하면 안쓰러운 마음에 많이 끼고 사는데, 지나친 케어는 반려견과의 관계를 망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안쓰러운 마음에 섣불리 결정하지 마시고, 함께 생활하는 상생의 관점에서 판단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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