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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성이 유기묘 대길이와 함께 지내다 직업까지 바꾸게 된 사연 (인터뷰)

반려 다만세|유기묘 대길이를 만나 직업까지 바꾸게 된 김성복씨

  • 이인혜
  • 입력 2020.03.31 13:45
  • 수정 2020.03.31 14:27

세상의 유기된 동물 전부를 구할 수 없지만, 동물 한 마리를 구조하면 그 생명체는 물론 그 주변의 세상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유기동물과의 공존을 통해 변화된 삶을 사는 반려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24일 만난 김성복씨와 대길이. 사진 촬영은 인터뷰 후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지난 24일 만난 김성복씨와 대길이. 사진 촬영은 인터뷰 후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HUFFPOST/INHYELEE

청년 사업가 김성복(28)씨는 지난 2016년 유기묘 ‘대길이’를 만나기 전까지 동물을 키워본 적이 없었던 대학생이었다. 그랬던 그가 ‘초보 집사’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것은 혼자 지내며 느낀 ‘외로움’ 때문이었다. 유기동물에 대한 뉴스를 접한 성복씨는  ‘펫샵에서 사는 것보다 동물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마음에 유기묘를 알아보게 됐다.

막상 유기묘 카페에 가입하니, 생각보다 상처받은 아이들이 너무 많아 가슴이 아팠다. 하지만 단순한 ‘동정심’에 무턱대고 데려올 수는 없었다. 신중하게 살핀 끝에 대길이를 만났다. “대길이가 유기가 된 지 얼마 안 된 데다 (임보처 말로는) 사람 손을 많이 탄 아이라 유기 기간이 길어질수록 안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하루라도 빨리 아이를 데려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2016년  유기묘 카페에 올라왔던 대길이 사진(당시 10~12개월)
2016년 유기묘 카페에 올라왔던 대길이 사진(당시 10~12개월) ⓒ김성복씨 제공

‘초보 집사’다 보니, 대길이를 처음 데려왔을 때는 시행착오도 있었다. “얌전한 줄로만 알았는데, 약간 사냥하는 본능이 남아있고, 밤에도 애가 잠을 잘 못 자서 처음엔 좀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얘도 적응하더군요. 저나 대길이나 서로 적응하는데 한 달 정도 걸렸던 것 같아요.”

시행착오를 거쳐 대길이와 함께 지낸지 올해로 벌써 4년째다. 성복씨는 “인연처럼 묘연(猫緣)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길이와는 형제라고 생각해요. 집에 올 때도 대길이한테 ‘형아 왔다’ 이렇게 얘기하는데, 대길이 같은 경우 저와 행동이나 성향이 비슷한 게 많아서 신기하더라고요. 둘 다 각자 본인 할 일하다가도, 보고 싶어지면 옆에 와서 얼굴 보고 그러니까. (...) 대길이를 ‘키운다‘기보다 ‘함께 산다, 공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행복의 순간들도 많아졌다. “문 열고 집에 들어오면 ‘왔냐’고 반겨주고, 저한테 와서 머리도 부비부비해주고 그러는데 그런 사소한 것들이 너무 좋더라고요. 누군가가 곁에 있다는 것이. 그리고 제가 일할 때 항상 제 옆에 있고, 저를 항상 지켜봐 주는 그런 게 되게 힘이 됐습니다.”

좋은 일 많이 생기라는 뜻에서 '대길이'로 이름을 지었다는 성복씨.
좋은 일 많이 생기라는 뜻에서 '대길이'로 이름을 지었다는 성복씨. ⓒ김성복씨 제공

성복씨는 대길이를 만난 뒤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고 했다. “원래는 제가 먹을 거 입을 거만 신경 썼는데, 대길이와 함께 살다 보니 사료, 화장실 그런 것 체크하면서 엄마가 된 느낌으로 성분도 신경 쓰게 되더라고요. 그리고 입는 옷도 달라졌어요. 털이 엄청 날리니까 검은색 옷은 잘 못 입겠더라고요.”

가장 크게 변화를 준 것은 바로 직업이었다. 대학 졸업 후 웹프로그래머로 살던 어느 날, 집에 있는 디퓨저가 눈에 밟힌 게 시작이었다. “사람도 디퓨저 냄새 때문에 머리 아플 때 있는 것처럼, 대길이한테도 이게 안 좋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반려동물도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디퓨저 등 관련 용품에 관심을 두게 된 성복씨는 독학 등으로 준비 과정을 거쳐 작년 3월부터 관련 사업(바트밋)을 하게 됐다. 처음엔 디퓨저로 시작했지만 점차 다양한 관련 용품을 생각하고 있다는 성복씨. 그는 “기존에 나온 물건들을 보면 가격이 저렴한 대신 좋지 않은 성분이 들어간 것들이 많더라”며 “제 마진폭을 줄여서라도 좀더 합리적인 가격에서 좋은 성분이 들어간 용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대길이와 김성복씨
대길이와 김성복씨 ⓒ김성복씨 제공

성복씨는 향후 보호소에 있는 아이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건강한 용품들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하지만 유기동물 입양은 보수적으로 생각해달라는 게 경험자로서의 조언이다. “이미 한번 버림을 받은 아이기 때문에 또 버려진다면 진짜 가슴 아픈 일이니까요. 그리고 함께 산다는 게 생각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좀 더 생각을 많이 하시고, 신중하게 결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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