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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 기니피그 돌보는 이 여성이 "단지 귀엽다는 이유로 데려오지 말아달라"고 하는 이유 (인터뷰)

반려 다만세 | 유기 기니피그 입양 홍보를 시작으로 구조, 임보 등을 하고 있는 혜정씨

  • 이인혜
  • 입력 2020.06.11 13:52
  • 수정 2020.06.12 13:16

세상의 유기된 동물 전부를 구할 수 없지만, 동물 한 마리를 구조하면 그 생명체는 물론 그 주변의 세상이 달라진다는 말이 있다. 유기동물과의 공존을 통해 변화된 삶을 사는 반려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설뽀와 엄지, 혜정씨, 통통이(2층)와 몽실이(1층)
설뽀와 엄지, 혜정씨, 통통이(2층)와 몽실이(1층) ⓒ윤혜정씨 제공

웹디자이너 윤혜정(29)씨는 지난 2017년 9월, 6년간 함께 지내온 기니피그 ‘기웅이’를 암으로 떠나보내면서 이른바 ‘펫로스 증후군’을 겪었다. 최대한 바쁘게 지내며 아픔을 잊으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혜정씨의 남자친구는 기니피그 ‘몽실’, ‘통통이’를 키우게 됐다. 혜정씨와 아이들의 첫 만남이었다.  

몽실, 통통이와 함께 했지만 혜정씨는 2019년 평소 활동하던 동물카페 ‘기사모’에서 ‘엄지’를 처음 만나게 됐다. “엄지는 보호소에서 사료가 없어 강아지 사료를 먹으며 버티던 아이였어요. 마침 지역도 가까웠고 기웅이와 닮은 외모로 인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아지 사료가 아닌 좋은 식단과 사랑을 주고 싶어 데리고 오게 되었습니다.” 

엄지 구조 당시 모습, 과거 혜정씨가 키우던 '기웅이' 모습 
엄지 구조 당시 모습, 과거 혜정씨가 키우던 '기웅이' 모습  ⓒ윤혜정씨 제공

 

혜정씨는 엄지가 보호소를 나와 임보처에서 약 3주 정도 지냈을 때 데려왔다. 당시 엄지는 피부병도 있고 사람에 대한 겁도 많고 말랐던 아이였는데, 임보처에서 지내며 피부병도 완치가 되었고 살도 비교적 붙은 상태였다고. 혜정씨는 엄지의 첫인상에 대해 “호기심이 무척 많아서 집안 곳곳을 돌아다녔다. 처음 본 사람이 주는 먹이도 잘 받아먹고 사람에 대한 경계는 전혀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후, 혜정씨는 기존의 몽실, 통통이와 엄지를 함께 돌봤다. “처음엔 엄지가 임신한 지 모르고 합사하다 보니, 서열 1위 몽실이와 엄지 둘이 많이 투닥거렸어요. 몽실이가 겁을 주면 엄지가 먼저 선빵을 날리더라구요. 몽실이가 2번이나 동생 엄지한테 물리고, 궁디 털도 몇 가닥 뽑혔었어요.” 

엄지와 친해지는 중인 몽실, 통통이 모습 
엄지와 친해지는 중인 몽실, 통통이 모습  ⓒ윤혜정씨 제공

 

이후 혜정씨는 엄지의 임신을 알게 된 후 합사 훈련을 중단하고, 따로 엄지의 출산 준비를 했다고 한다. 보호소에서는 암수 구분 없이 보호되다 보니 엄지는 그 사이 임신이 된 상태로 입양이 됐던 것이다. 

얼마 후 엄지는 2마리의 암수를 낳았다. 그 중 수컷은 입양을 보낸 상태다. 그래서 현재 혜정씨의 반려동물 가족은 몽실, 통통, 엄지, 그리고 엄지의 딸 ‘설뽀’까지 모두 암컷 4마리다.

혜정씨는 엄지를 입양한 뒤 유기 기니피그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아졌다. 이후 혜정씨는 엄지를 입양한 카페에서 웹디자이너라는 직업적 특성을 살려, 유기 기니피그 입양을 홍보하는 일을 시작하게 됐다. “SNS를 통해 많은 분들이 임보 문의를 해주셨고 덕분에 아이들이 구조되어 임보처로 이동할 수 있었던 것이 가장 뿌듯했습니다.” 

엄지와 엄지의 딸 ‘설뽀’ 
엄지와 엄지의 딸 ‘설뽀’  ⓒ윤혜정씨 제공

 

혜정씨는 홍보 활동을 시작으로 유기 기니피그의 구조, 이동 봉사는 물론 임시보호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혔다. 지난 1월에는 안산에서 집단 유기된 기니피그를 구조, 이동봉사를 했다. 하지만 관련 활동을 할수록, 유기 동물에 대해 더 깊이 알수록 처참한 현실을 느낀다고 했다. 

“구조가 되더라도 임보처에서 가족을 몇 년 동안 기약 없이 기다리는 아이들을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습니다. 아이들이 잘못해서 또는 문제가 있어서 버려진 게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혜정씨는 이들에 대해 “결함이 있어 버려진 것이 아니다. 단지 좋은 주인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일부 편견들을 언급했다. “많은 사람들이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어린 새 기니피그를 키우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유기기니는 한번 사람에게 버려진 상처가 있어 다루기 어려울 거라는 편견, 어릴 때부터 훈련을 시켜야 한다는 편견 때문입니다.”

“어린 새 기니피그를 키우고자 하는 편견은 교배농장을 양성하고 좋지 않은 순환을 부추길 뿐이에요. 이 때문에 사람들은 손쉽게 동물을 키울 수 있게 되고 결과적으로 더욱 많은 기니피그가 버려지게 됩니다.”

 

기니피그 입양에 대해서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니피그는 반려 환경과 먹거리 등 데려오기에 앞서 공부를 많이 해야 되는 동물이라고. “단순히 귀엽다는 이유로 반려를 시작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특히 기니피그의 경우 작은 체구 때문에 키우기 쉬울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생각보다 손이 진짜 많이 가는 편이에요. 겁도 많은 동물이어서 친해지기 힘들고, 특수동물이라 병원도 한정적이고 병원비도 비싼 편입니다.” 

현재는 반려 환경 개선 및 유기 기니피그 홍보 등에 초점을 맞춰 활동하고 있다고 밝힌 혜정씨. “유기동물에 대해 더 널리 알려서 입양 시 유기동물 먼저 고려할 수 있게 인식의 변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현재는 반려 환경 개선 및 유기 기니피그 홍보 등에 초점을 맞춰 활동하고 있다고 밝힌 혜정씨. “유기동물에 대해 더 널리 알려서 입양 시 유기동물 먼저 고려할 수 있게 인식의 변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윤혜정씨 제공

 

“이 모든 걸 다 감당하고 기니피그를 반려할 계획이 있으시다면, 대형마트 또는 펫샵보다는 유기된 기니피그를 먼저 입양해주세요. 작은 소동물도 생명이라는 걸 잊지 말아 주시고, 만약 부득이한 사정으로 아이를 반려하기 어려워진다면 꼭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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