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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 인터뷰] ‘비정상회담' 그리스 대표 안드레아스(1) "그리스 음식은 '무사카'를 꼭 드세요"

  • 박수진
  • 입력 2015.07.31 22:25
  • 수정 2015.08.04 07:25

한국에 사는 그리스인을 만날 기회는 흔치 않다. 지난달 JTBC ‘비정상회담’에 등장한 새 얼굴 중 그리스 대표 안드레아스 바르사코풀로스는 그래서 귀하다. 안드레아스와 인생의 주제 두 가지를 이야기했다. 바로 음식과 경제다. 아래 인터뷰 첫 번째 편은 “진짜 맛있어요”로 요약된다. 두 번째 편에서는 구제금융 이후 그리스의 평범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안드레아스의 입을 빌어 전한다.

[허핑턴 인터뷰] ‘비정상회담' 그리스 대표 안드레아스(2) "경제 위기 이후, 그리스 20대들의 삶은 단순해졌다"

소개부터 할까요. 한국에 언제, 어떻게, 왜 오게 됐어요?

미국에서 대학교 다니고, 다른 나라 여행하고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싶었던 중에 한국에서 영어선생님으로 일할 기회가 생겨서 오게 됐어요. 2012년에 청주에 와서 지금까지 고등학교 영어선생님 하고 있어요. 나중에 언어학과 교수가 돼서 사람들이 새로운 언어를 어떻게 배우는지 연구하고 싶어서요. 그리고 한국 사람들이 예의 바르게 대하는 걸로 유명하잖아요. 한국, 일본, 중국을 공부하다가 한국의 ‘정’이 저랑 맞아서 선택했어요.

‘정’을 영어로 표현하자면 뭐예요?

음… 번역하기 어려워요. 그리스어로는 할 수 있어요. 아델피아(Αδέλφια). 뜻은, 사람들이 의리 있는, brotherly love(형제애) 같은 거예요. 모르는 사람들한테도 가깝게 대하는 거요. 한국문화에서 매력적인 부분이에요.

Companionship(동료애) 같은 거요?

네, 그거 되겠네요. 번역할 수 없는 단어들이 있어요. 문화가 허용하지 않는 것들. 언어는 문화에 연결돼 있으니까.

그리스 #안드레아스 노르웨이 #니콜라이 폴란드 #프셰므스와브 브라질 #카를로스 일본 #유타 이집트 #새미#비정상회담

Posted by 비정상회담 on Wednesday, 1 July 2015

'비정상회담'에 새로 합류한 6명. 윗줄 가장 왼쪽이 안드레아스.

미국에서 살았다고 하던데요.

아버지는 그리스 사람, 어머니는 미국 사람이에요. 국적은 그리스, 미국 두 개 있어요. 태어나서부터 영어하고 그리스어 같이 배웠어요. 내가 자란 도시는 그리스의 이아니챠라고 해요. 그리스에 살다가 미국으로 대학교 가서 영어문학, 교육학 공부했어요.

본인을 그리스인이라고 생각하나요?

그리스사람이면서 미국사람. 어릴 때 어머니는 영어, 아버지랑 친구들은 그리스어 썼어요. 제 문화가 두 개라서, 제 생각에는 제가 그리스 문화를 더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제 위치는 다른 그리스 사람들하고 좀 달라요. 새로운 것을 미국 관점, 그리스 관점 두 가지로 말할 수 있어요. 그래서 그리스계 미국인(Greek American)이라고 생각해요.

친구 중에 일본계 미국인이 있어요. 그 친구가 미국에 살 때는 자기가 미국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사람들은 자기를 일본인으로 생각했고, 일본에 살 때는 자기가 일본인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았지만 사람들은 자기를 미국인으로 봤다고 하더라고요. 비슷한 경험을 했나요?

네, 나도 마찬가지예요. 그리스에서는 ‘아메리까나끼’, 미국 사람이라고 했어요. 미국 갔을 땐 ‘더 그릭 가이’였고요. 항상 외국인이었어요. 그런데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저한테 호기심이 많아요. 저도 그리스 문화나 미국 문화에 대해 말할 기회가 있으면 항상 얘기하고 싶어요. 둘 다 우리나라니까.

항상 외국인으로 사는 게 불편하지는 않았어요?

익숙해졌어요. 그래서 한국 왔을 때도 외국인으로 사는 느낌이 익숙했어요. 물론 한국은 동양이니까 좀 달라요. 외모가 달라서 바로 외국인인 걸 아니까요. 그건 새로운 경험이었어요.

한국 살면서 재미있었던 일은 뭐예요?

축구를 좋아해서 한국 처음 왔을 때 축구팀을 찾았어요. 그러다가 축구하는 사람들을 봐서 가까이 갔더니 같이 축구하자고, 한 잔 마시자고 절 초대했어요. (주말 아침에 동네 아저씨들이랑 하는 팀이요?) 맞아요! 어느 일요일에 그냥 걸어가다가 아저씨 축구 하시는 거 봐서 ‘어, 같이 해도 돼요?’ 영어로 물어봤더니 ‘컴, 컴!’ 하셨어요. 금요일마다 축구 하는데 팀원들이랑 얘기할 수 없어서 진짜 답답했어요. 그때부터 한국어 공부하기로 했어요.

그리스에 가면 뭘 먹어야 하나요?

저 매일 그리스 샐러드 만들어요! 진짜 쉬워요. 집에서 누구나 만들 수 있어요. 생 토마토, 오이, 양파를 섞은 다음에 올리브 오일, 소금 넣고, 그리스 올리브를 넣어요. 그리스 올리브는 진짜 맛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레가노. 진-짜 맛있어요. 매일 먹어요.

여기서는 그리스 올리브를 구할 수 없잖아요...

맞아요. 저는 부모님에게 보내달라고 계속 말해요. 저희 집 냉장고 보면 한쪽에 올리브만 있어요. 그런데 올리브 빼고 토마토, 오이, 양파, 올리브 오일, 소금만 넣어도 돼요. 그리스 올리브 오일이 가장 맛있지만 다른 것도 괜찮아요.

그리스에서는 진짜 요거트를 많이 먹나요?

맨날 아침. 그리스에서 요거트 먹을 때 맛있게 먹는 법 알려드릴게요. 꿀 조금 넣고, 호두 넣으면, 하… 진짜 맛있어요. 꿀은 달고 요거트는 셔서요, 그렇게 먹으면 진짜 맛있어요.

한국에서 파는 ‘그릭 요거트’들 먹어보셨어요? 맛이 어때요?

음… 나쁘지 않은데, 완전 달라요. 특히 발효된 맛은 그리스에서 더 셔요. 한국 그릭 요거트는 만드는 방법은 비슷하지만 원조 나라가 당연히 더 맛있어요. 그리스 가서 김치 먹으면 한국만큼 맛있지 않을 거예요.

한국에서 그리스 음식 맛있는 곳 좀 알려주세요.

아, 좋은 곳 있어요. 이태원에 ‘산토리니’라는 그리스 식당이 있어요. 며칠 전에 갔는데 진---짜 맛있더라고요. 선생님이 그리스 사람이라 잘 만들어요. 좀 비싸지만 그만큼 맛있어요. 그리스 음식은 무사카를 꼭 먹어야 해요. 가지, 감자, 고기. 그 위에 다시 가지, 감자, 고기. 그 다음에 페타 치즈를 올려요. 그리고 다시 고기, 다음에 베샤멜 소스. 진짜 맛있어요.

페타 치즈 드셔 보셨어요? 그리스 페타 치즈는 유럽에서 유명해요. 페타 치즈, 요거트, 다 그리스의 특별한 발효 방법이에요. 미국에서는 페타 치즈를 아예 ‘그릭 치즈’라고 해요. 한국에서도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 있어요. 그리스에서는 양젖으로 만드는데 미국에서는 우유로 만들어서 맛은 좀 다르지만요.

토마토, 양파, 오이, 올리브 등이 들어간 그릭 샐러드

가지, 감자, 고기, 치즈가 켜켜이 쌓인 무사카

그리스는 살기 좋은 나라인가요?

네. 그리스 살기 좋은 나라예요. 경제적으로만 보면 지금 상황이 힘들어요. 하지만 여러 분야가 있잖아요. 다른 것을 보완하면, 그리스는 아직 살기 좋은 나라예요. 음식, 환경, 사회, 다 같이 보면.

그리스 사람들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비정상회담’에 나가니까 사람들이 저 보고 리액션이 좋대요. 그런데 제가 하는 리액션은 일부러 하는 게 아니에요. 그리스 사람들이 원래 그렇게 표현하는 거예요. 의사소통은 말뿐 아니고 몸, 얼굴로도 많이 되잖아요. 그리스 사람들이 원래 그렇게 솔직하게 표현해요. 저도 거짓말을 못해요, 감정이 너무 티 나서.

그리스에 한국에 관심 있는 사람도 있나요?

있는 사람은 관심 진짜 많아요. 케이팝에 관심 많은 사람들. 하지만 대부분은 한국에 대해 잘 몰라요. 제가 한국 산다고 얘기했을 때 사람들이 북한하고 헷갈렸을 정도로 몰라요. 그래서 제가 ‘비정상회담’을 통해서 그리스하고 한국이 가까워질 수 있도록 좋은 대표가 되고 싶어요.

방송에서 미노타우르스 신화 얘기하면서 수간 장면을 설명할 때 ‘라면을 먹었어요’라고 했잖아요. 직접 생각한 표현이에요?

네. 학생들이 ‘라면 먹는다’에 다른 뜻 있다고 얘기해줘서 그때 배웠어요. 별로였어요?

괜찮았어요.

영상/ 이윤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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