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리스크, 해소해야죠. 안철수 전 후보는 정계은퇴하셔야 됩니다.”
19일 경기도 양평 용문산 아래 야영장. 바른미래당 의원 23명이 자갈밭 위에 천막을 치고 모여 앉았다. 6·1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완패에 가까운 성적을 거둔 뒤 당의 정체성 문제와 나아갈 길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의원들을 상대로 발제를 맡은 이종훈 정치평론가가 ‘안철수 정계 은퇴’를 거론하자 천막 안에 짧은 정적이 흘렀다.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손에 쥔 자료를 응시했고, 일부 의원들은 바닥을 쳐다봤다. 이 평론가는 “안 후보는 3년 정도 자성의 시간을 가진 다음에 정치를 하려면 다시 하고 아니면 떠나는 게 낫다”며 “이미지를 확 바꾸지 않으면 대선 주자급으로 다시 대접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통합해 탄생한 바른미래당은 창당 이후 정체성 논란을 겪어왔다. 국민의당 출신 박주선 전 대표는 “우리 당을 보수당이라 지칭하면 모독과 명예훼손”이라고 한 반면, 바른정당 출신 유승민 전 대표는 “보수라는 말을 못 쓰면 통합 정신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하는 등 간극이 컸다. 이런 정체성 혼란이 이번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토론 뒤 김동철 위원장은 “‘구체적 정책으로 얘기하다 보면 쉽게 해결할 수 있는데 추상적 이념 논쟁을 스스로 할 필요가 뭐 있냐, 진보-보수 논쟁을 하지 말자’는 견해가 상당수 있었다. 그럼에도 언론이나 국민이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에 의문을 갖고 있으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어차피 (두 당 출신 사이에) 호남 대 비호남이라는 지지기반의 근본적 차이가 있어 토론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 않으냐”며 자신은 발언을 아꼈다고 전했다. 이날 의원들은 저녁을 해 먹기 위해 조를 짜서 장을 함께 보는 등 화합을 위한 시간도 가졌다. 워크숍은 1박2일로 진행됐다.
하지만 당 정체성 논란의 ‘키맨’이라 할 수 있는 유승민 전 대표는 행사에 불참했다. 또 비례대표 가운데 민주평화당에서 정치 활동을 하는 이상돈·박주현·장정숙 의원은 물론 통합 뒤 독자 행보를 하고 있는 박선숙 의원도 참여하지 않아 ‘반쪽 토론’이라는 평가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