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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9월 04일 13시 57분 KST

개그맨 박성광과 안상태가 영화감독으로 나선 이유

벌써 10년째 코미디 연기와 영화 연출을 겸업하고 있다.

개그맨 수난시대다. 개그 프로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 싶더니 지난 6월엔 <한국방송>(KBS)의 <개그콘서트>가 21년 만에 폐지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기죽지 않고 자기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내딛는 개그맨들이 있다. 영화감독으로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는 안상태와 박성광이다.

안상태가 연출한 단편 중에서

지난 7월 한달간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실버영화관(옛 허리우드극장)에서 ‘안상태 첫번째 단편선’이 상영됐다. 안상태가 연출한 단편 <커버> <봉> <적구> <수토커> <싱크로맨> 5편을 모은 옴니버스 영화다. 누아르, 드라마, 공포, 스릴러 등 장르가 다채롭다.

이 중 <적구>는 같은 달 열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괴담 단편 제작지원 공모전에서 본상을 받기도 했다. 안상태는 “개그맨으로서 쟁쟁한 영화인과 경쟁한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는데, 상까지 받아 감격했다”고 말했다.

스페이스피넛 제공
안상태 첫번째 단편선 포스터.

지난달 5일 <문화방송>(MBC) 전파를 탄 단편영화 <끈>은 박성광이 연출한 작품이다. <문화방송> 웹 예능 <돈플릭스>에서 정형돈이 <서프라이즈> 출신 배우들과 영화 만들기에 도전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앞서 박성광은 2017년 연출한 단편 <슬프지 않아서 슬픈>으로 서울세계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한중국제영화제 단편 감독 데뷔상을 받았다.

 

이들이 영화감독이 된 계기는 서로 다르다. 대학 시절 영화 연출을 전공한 박성광은 개그맨이 되고도 영화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2011년 단편 <욕>을 연출해 서울국제초단편영상제에 출품했다. 그는 “영화에 대한 꿈이 가슴속에 숙제처럼 남아 있었는데, <욕>을 만들어보니 재미도 있고 적성에도 맞더라”며 “이후 틈틈이 영화 공부를 하며 꿈을 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겨레
한겨레

안상태는 우연한 기회로 영상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10년 1인극 공연을 할 때였다. 유일한 출연진인 자신이 무대 뒤에서 옷을 갈아입을 동안 관객들이 심심해할까봐 1분30초짜리 영상을 몇편 만들어 틀었다. “사람들이 그걸 보고 웃는 거예요. 그렇게 영상의 힘을 느꼈다가 3년 전 단편영화에 도전해봤어요.” 그가 개그맨 안일권과 함께 만든 데뷔작 <모자>(2017)는 유튜브 조회 수 100만건을 넘었다.

박성광이 연출한 단편 <슬프지 않아서 슬픈> 중에서

개그와 영화 연출에는 통하는 구석이 있다고 이들은 말한다.

“무대 위에 오르는 연기자와 달리 연출자는 안 보이는 곳에서 전체를 책임져야 해요. 어깨가 더 무겁죠. 하지만 둘 다 보는 이에게 즐거움을 준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해요.”(박성광)

“개그도 영화도 메시지를 쉽고 재밌게 함축해 전달하는 게 중요하죠.”(안상태)

이들의 대선배 중에도 영화 연출·제작을 했던 사람들이 있다. 심형래는 <용가리> <디워>를, 이경규는 <복수혈전> <복면 달호>를 만들었다. 개그맨들이 유독 영화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가 있을까?

“개그맨들은 보통 본인 코너를 직접 짜요. 작가·피디 일도 어느 정도 겸하는 셈이죠. 이처럼 창작에 대한 재능과 열정이 넘치다 보니 영역을 넘나들며 도전하는 게 아닐까요?”(안상태)

큰돈을 들여 대규모 상업영화를 만든 대선배와 달리 이들은 단편 연출부터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있다. 안상태는 연출·출연은 물론 제작·각본·촬영·소품·편집 등 거의 모든 과정을 도맡는다.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요. 한번은 두 배우와 다세대주택 방에서 촬영하다 짜장면을 시켜 먹는데, 갑자기 눈물이 터지는 거예요. ‘어찌 이리 안 풀릴까’ 하며 펑펑 우니 배우들이 자리를 피해 주더라고요. 실컷 울라고요.” 그럼에도 그는 “다른 사람들이 내 영화를 볼 때 느끼는 행복감” 때문에 포기하지 못하겠단다. 안상태의 ‘첫 단편선’은 이달 안에 IPTV 올레티브이에서도 공개할 예정이다.

 

이들의 꿈은 뭘까?

“기회가 된다면 상업영화도 해보고 싶어요. 로맨틱 코미디나 수사물 코미디로요. 사람들이 ‘박성광 영화는 의미를 떠나 일단 재밌어’ 하면 좋겠어요.”(박성광)

“같은 도전을 하는 성광이를 보며 많은 의지가 돼요. 요즘 첫 장편으로 미스터리 호러 스릴러를 준비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쉽지 않네요. 내공을 더 쌓아서 개그맨 출신이란 편견을 깨고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한 감독’이라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안상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