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불편한 진실' 영국에는 박물관이 다른 나라로부터 문화재를 빼앗은 역사를 투명하게 알리는 독특한 투어 가이드가 있다

″영국 박물관의 역사는 제국주의 및 수만 명의 생명을 빼앗은 역사다.”

앨리스 프록터
앨리스 프록터 ⓒConnor Harris

박물관이나 갤러리를 둘러볼 때, 이 작품들이 다 어디서, 어떻게 왔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전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영국 대영 박물관을 보면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 전 세계에서 온 ‘희귀’ 물품들로 가득하다. 주로 강제로 빼앗은 물건들이다.  

가이드 투어 중인 앨리스
가이드 투어 중인 앨리스 ⓒAlice Procter

 

박물관은 빼앗은 물건을 마치 원래부터 자신의 것처럼 전시한다

영국에서 성장한 호주인 앨리스 프록터는 미술사학자로 더 많은 사람에게 ‘박물관의 불편한 진실과 숨겨진 역사’를 알리기 위한 일을 하고 있다. ABC뉴스에 따르면 그는 박물관이 만들어지기까지 많은 희생이 있었다고 말한다. 

″영국 박물관의 역사는 제국주의 및 수만 명의 생명을 빼앗은 역사다.” 앨리스가 그의 웹사이트에 소개하는 문구다. 그는 사람들이 새로운 시각에서 박물관을 바라볼 수 있도록 이제껏 없었던 새로운 투어를 시작했다.

그는 현재 런던의 공공 박물관과 미술관 등에서 ‘박물관의 불편한 진실’이라는 프라이빗 가이드 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훔쳤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전시하라'
"훔쳤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전시하라" ⓒwww.theexhibitionist.org

 

미술사를 전공했지만 대학교에서는 불편한 역사를 가르치지 않았다

앨리스는 투어에서 ”영국의 박물관이 지금의 모습으로 탄생하기까지 존재한 제국주의, 민족주의, 인종차별 역사를 알린다. 박물관 물건 중 상당수가 강제로 빼앗은 물건이다”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박물관이나 갤러리에서 금기시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앨리스 프록터는 투어를 2017년 6월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처음에는 주로 미술사 학생들이 그의 설명을 듣기 위해 신청했다.

하지만 그의 가이드 투어는 점점 인기를 얻어 지금은 박물관 직원들까지 그의 투어에 참석한다. 가이드 투어를 할 때마다 주로 개인당 13~20달러 (한화 약 2만 원)의 비용을 받는다. 그의 투어는 연이어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대영 박물관
대영 박물관 ⓒMauro_Repossini via Getty Images

 

그는 이런 투어를 시작한 진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람들이 박물관을 멀리하거나 어렵게 생각하는 걸 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진실들을 알고 의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앨리스의 말이다. 

″내가 이런 투어를 시작한 계기는 계속 진짜 역사를 알리지 않는 박물관 및 학교 교육에 실망해서였다. 미술사 학위를 3년이나 공부했는데 영국 식민지 역사와 제국주의가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배우지 못했다. 그런 불편한 과거 없이는 지금의 이런 박물관도 존재할 수 없었다는 걸 분명히 알리고 싶다.”

그는 박물관이라는 공간은 태생부터 배타적이라고 주장했다. ”박물관이라는 공간 자체가 인종 차별과 성별 차별에 기반해 만들어졌다.” 

″박물관은 처음에는 부유한 사람들의 개인 소장품에서 나왔다. 따라서 개인의 취향, 가치 및 정치가 반영될 수밖에 없다.” 

파르테논 신전 대리석 조각
파르테논 신전 대리석 조각 ⓒReuters: Dylan Martinez

 

그는 대영 박물관의 가장 유명한 소장품 중 하나인 ‘파르테논 신전 대리석 조각’을 예로 들었다. 인간과 동물이 새겨진 이 거대 조각은 사실 1804년 경 영국인 토마스  엘긴이라는 사람이 그리스의 신전으로부터 마음대로 가져온 문화재 중 하나다.

대영 박물관은 거금을 주고 엘긴으로부터 이 작품을 구매했다. 2019년 그리스 정부는 영국 정부에 반환해달라고 공식 요청했지만, 영국 정부는 거절했다.   

앨리스는 아직도 대부분의 박물관 큐레이터들이 백인이고 ‘특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의 손에 의해 박물관 제품들이 어떻게 전시될지 결정된다.

주로 백인의 생각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는 투어 가이드를 진행하며 이런 사실을 투명하게 알리고 사람들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대부분의 박물관도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그들은 문제적 과거를 갖고 있다. 많은 박물관이 강제로 빼앗은 물건 등을 마치 원래 그들 것인 것처럼 전시한다.” 

ⓒThe Exhibitionist

 

박물관이 빼앗은 물건을 ‘반환’해 원래 제자리로 돌려놓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앨리스는 박물관이 훔친 물건의 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길 바란다. ”다른 나라로부터 뺏은 물건이라면, 그 사실을 전시할 때 명시했으면 좋겠다.”

앨리스는 박물관이 물건을 원래 있던 지역으로 반환하는 것에 대찬성한다고 밝혔다. ”물건마다 개별적으로 신중히 결정을 내려야 한다. 물건을 원래 지역 사회나 후손에게 돌려주는 건 매우 큰 의미를 갖고 있고 바람직하다. 원래 지역으로 되돌려 주는 것이야말로 그 물건과 그 지역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방법이다.” 

최근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영국의 많은 박물관도 휴식기를 가졌다. 앨리스도 자연스럽게 가이드 투어를 쉬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위기를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는 이 시기에 ”박물관들이 재정비하고, 반환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앨리스는 코로나19 대유행 중에는 잠시 가이드 일을 쉬고 있다. 대신 그의 고양이 ‘펄’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앨리스와 그의 고양이 '펄'
앨리스와 그의 고양이 '펄' ⓒAlice Procter /Twitter
앨리스의 고양이 '펄'
앨리스의 고양이 '펄' ⓒAlice Procter /Twitter

 

 

안정윤 에디터: jungyoon.ahn@huffpost.kr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영국 #글로벌 #인종차별 #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