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사별은 이혼보다 견디기 쉬운가?

ⓒCorbis

지난주, 한 여성이 내게 한 말을 듣고 나는 멈칫했다. 작년에 내가 남편을 사별한 뒤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한 대화 중에 나온 말이었다. 나는 회복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운이 좋다. 사별은 이혼보다 훨씬 더 견디기 쉽다.”

내가 제대로 들은 건가? 그녀는 남편과 이혼하기 전에, 모든 골칫거리가 하룻밤 사이에 사라질 수 있게 남편이 죽기를 빈 적이 많았다고 말했다.

나는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헤어지는 과정을 겪기보다 상대가 죽는다면 훨씬 편할 것이라고 말하는 걸 자주 들었다. 고백하자면 나도 끔찍한 관계에 있을 때는 그런 생각을 한 번 해본 적이 있고, 스쳐지나간 생각이었지만 그에 대한 수치심은 관계가 끝난 뒤에도 한참이나 남았다.

차분히 맑은 정신으로 생각해 보면 죽음은 순식간에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주는 것으로 보인다. 헤어지겠다는 결정도, 가족을 해체하는 위험도, 함께 산 집이나 가족 재산이 불안정해지는 것도, 계속되는 힘겨룸도, 공동 육아 문제도, 자존감이나 친구를 잃는 일도, 법정 싸움도 없다.

반면 이혼은 더 복잡하게 느껴진다. 결혼 생활을 잘 해내지 못했다는 실패감,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는 느낌에 따르는 죄책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아이가 있으면 전 배우자와 계속 연락해야 하는 것에 따르는 문제도 생길 수 있다.

이혼이 아주 적대적으로 진행된다면, 좋은 싱글맘, 혹은 싱글대디로서 아이들 앞에서 전 배우자에게 잘 해주고 싶은 마음과 내 인생을 망친 전 배우자에게 소리지르고 싶은 마음의 내적 갈등을 참기가 정말 힘들다!

흥미롭게도, 유니버시티 컬리지 더블린의 2004년 연구에 의하면 아이들은 부모 중 하나의 죽음보다 이혼의 영향에 더 괴로워한다. 이혼한 부모의 자녀들이 부모가 사망한 자녀들보다 우울증을 겪고, 사교 기술이 떨어지고, 학교 성적이 더 나쁠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나쁜 결혼’을 하는 부부가 키우는 것보다 이혼한 부부가 키우는 게 아이에게 더 좋다는 일반적인 견해와 반대인 것일까?

나는 이혼과 사별을 둘 다 경험해 본 어머니로서 몇 가지 상관 관계를 말할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비통함의 중심에는 당신의 미래의 삶의 상실이 있다. 배우자와 영원히 함께할 거라고 가정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당신은 공상 속의 삶을 만들어 그 꿈을 부추긴다. 마음속에서 당신 부부는 캠퍼밴을 몰고 석양 속을 달리며 꿈의 섬에 살러 간다.

이러한 판타지(에 불과한 것이 사실이다)를 잃어버리면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채울 수 없는 거대한 비통함의 바다가 생긴다. 유일한 치료법은 작별 인사를 하며 눈이 퉁퉁 붓도록 울어대는 것이다.

이혼과 사별이 다른 점은 사람들이 대하는 방식이다. 이혼을 겪고 있는 사람은 감정적으로 엉망진창으로 여겨질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그 소동에 휘말릴까 두려워 거리를 두기도 한다.

이혼이 끝나면 친구들은 어느 한 쪽의 편을 들기도 하고, 그래서 과거에 힘들 때 의존했던 친구 집단을 잃는 더욱 고통스러운 일이 생기기도 한다.

반면 배우자를 사별하고 겪는 비통함은 친구들에게서 다른 반응을 끌어낸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 주며, 사려깊게 음식을 만들어 가져다 주고, 정상 생활로 돌아가라고 부드럽게 격려해 준다.

비교해 보면 굉장히 다른 것 같지만, 나로선 이혼과 사별 두 경우 모두 강렬한 비통함을 느꼈다.

한 가지 분명히 다른 것은 이혼은 선택이고 죽음은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친구들이 배우자와 헤어져야 할지 고민할 때 이야기를 나누어 본 적이 많다. 몇 년 동안이나 머리를 싸매고 고민한 친구들도 있었다! 아이, 가족 구조, 경제 문제가 서로 단단히 엮여 있는데 이혼을 해야 하는가의 결정은 고통스럽고 오래 걸리는 과정이다.

물론 죽음의 경우 결정이 당신에게 주어진다.

부부 사이가 정말 좋지 않았던 그 여성과의 대화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그녀에게 당장 떠나라고 권하겠다. 골머리를 썩게 만드는 것을, 더 솔직히 말하자면 어쩌면 죽음이 해결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까지 들게 하는 것을 더 이어갈 필요가 있는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다가 그 사람이 죽는 걸 지켜 봐야 했던 경험이 있는 나로선, 함께 보냈던 즐거운 삶의 행복한 기억을 가지고 남은 것이 행운이라고 느낀다고 진심으로 말할 수 있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 나를 사랑했음을 내가 아는 사람, 여러 해 동안 행복하게 함께 살았던 사람을 잃는 고통은 한때는 사랑했던 관계를 잘 이어나가지 못한 비통함, 괴로움, 환멸 속에 머무르는 고통보다는 나은 것 같다.

최소한 나는 내가 사랑했던 지금은 떠난 사람을 그리며 비통해 하는 것이, 사랑이 사라진 뒤에 살아 있는 사람을 그리며 비통해 하는 것보다는 쉽다.

*허프포스트UK의 블로그 글 Is Death Easier Than Divorce?를 번역했습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라이프스타일 #블로그 #결혼 #이혼 #사별 #부부 #관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