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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철수 시점] 대통령 출마만 벌써 세 번째인 안철수는 어쩌다 이렇게 존재감이 바닥까지 떨어졌을까

철수의 내면에 빙의해 정치 역사 10년을 돌아봤다.

안철수.
안철수. ⓒMBC/로이터/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이번이 세 번째다. 그러나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다. 지난 대선에서 2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한 안철수였건만, 이번에는 그의 존재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5% 지지도 받지 못 하자 안철수 후보 스스로도 당황한 눈치다. 왕년의 안철수였다면 상상할 수 없는 처참한 성적이다. 한때 대한민국 정치의 새 바람이었던 안철수가 이토록 가벼운 존재로 전락한 배경은 무엇일까. 정치 입문어느새 10년, 그의 선거 인생을 ‘전지적 철수 시점’으로 돌아봤다.

 

2009.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던 안철수 안랩 대표.
2009.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던 안철수 안랩 대표. ⓒMBC

나 안철수. 올해 60살이야.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내 인생은 완전히 바뀌었어. 우연히 TV 프로그램에 나간 게 전부였는데 하루 아침에 벼락 스타가 됐거든. 사람들이 나에게 자꾸 정치를 권하더라고. 그때 나는 안랩이라는 기업을 운영하면서 카이스트에서 교수로 일하고 있었어. 그런 내가 정치라니!

 

‘청춘콘서트’와 안철수 바람(2011)

'청춘콘서트'의 뜨거웠던 현장.
'청춘콘서트'의 뜨거웠던 현장. ⓒ안철수캠프

10년 전 나는 100일 동안 전국을 돌면서 4만4000명의 대학생들을 만났어. 내 옆에는 법륜스님, 박경철 원장, 방송인 김제동씨가 있었어. 들어봤는지 모르겠지만, ‘청춘콘서트‘라는 릴레이 강연이었어. 가는 곳마다 나를 보러오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지. 언론에서는 ‘안철수 바람’이라고 표현했어. 

강연장을 찾는 사람들 중에는 기자들도 꽤 됐어. 볼 때마다 대통령 선거에 나갈 건지 묻더라. 대통령 선거를 1년 정도 앞둔 때였는데 내가 당시 유력한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꺾었던 모양이야. 기자들은 호들갑을 떨었지만 나는 ”대통령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고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청년들을 도와드리고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일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어. 진심이었거든. 그런데 인생은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더라. 돌이켜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인생 2막이 그때 열린 것 같아. 그 이후로 나는 국회의원, 서울시장, 대통령까지 굵직굵직한 선거를 여러 차례 치렀거든. 

 

50% 안철수와 5% 박원순 

2011. 9.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오른쪽)과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2011. 9.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오른쪽)과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인 박원순 변호사가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다. ⓒ한겨레

첫 번째 선거는 201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였어. 당시 여론조사에서 나에게 서울시장을 맡기겠다는 시민이 50%를 거뜬히 넘었어. 아무래도 기득권 정치에 신물이 난 시민들이 새 얼굴이었던 나에게 기대를 걸었던 것 같아. 그런데 나는 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고 결국 불출마했어. 

다들 기억하지? 나는 야권 후보였던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후보 단일화를 약속했어. 오랜 세월 시민운동을 했던 박원순 이사와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나의 부족함을 여실히 느꼈거든. 박원순 이사에게 “아무런 조건도 없습니다. 제가 출마 안 하겠습니다. 방금 말씀하신 대로 꼭 시장 되셔서 그 뜻 잘 펼치시기 바랍니다”라고 당부했던 것 같네. 당시 언론에서는 ‘유래 없는 양보‘라며 낯뜨거운 칭찬을 해줬어. 일부에선 ‘정치를 하기에 너무 물렀다‘, ‘착한 사람 코스프레 하냐’ 비판도 있었지. 

 

치열했던 두 번째 양보

2012.9 제18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2012.9 제18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via Associated Press

두 번째 양보는 내가 처음으로 공식 출마를 선언했던 제18대 대통령 선거였어. 스스로 부족함을 느꼈던 나였지만, 그런 나를 계속해서 찾아주시는 시민들에게 마땅한 답을 드려야 한다고 생각했어.

 

 ″지금까지 국민들은 저를 통해 정치 쇄신 열망을 표현해주셨습니다. 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겠습니다. 제게 주어진 시대의 숙제를 감당하겠습니다.” 

-2012.9.19 대통령 선거 출마 기자회견

 

이때가 대선을 3개월 앞둔 시점이었으니 조금 늦은 감도 있었지. 곧 바로 야권 단일화를 위해 당시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과 단일화 협상에 들어갔고, 1년 전 서울시장 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가 형성됐어. 나조차 말이지. 양쪽 모두 치열한 수싸움을 하던 시기여서였을까. 단일화 협상은 한 걸음도 진전되기 어려웠고 대선은 다가오고 있었어. 초조했지. 그냥 내가 포기했어. 그때는 그게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어. 나는 대통령이 되는 것만큼이나 국민과의 약속이 중요했거든.

 

″저는 얼마전 제 모든 것을 걸고 단일화를 이루겠다고 했습니다. 제가 대통령이 돼 새로운 정치를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치인이 국민 앞에 드린 약속을 지키는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2012.11.23 대선 후보 사퇴 기자회견 

2012.12.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가 선거 운동을 하던 모습. 
2012.12.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가 선거 운동을 하던 모습.  ⓒJUNG YEON-JE via Getty Images

 

안철수의 大변신: ”제가 MB 아바타입니까?” 

2017.5.8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2017.5.8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Kim Kyung Hoon via Reuters

정치를 시작하고 나서 남에게 양보만 한 것은 아니야. 대한민국 양당 정치를 해체하기 위해 나만의 길을 개척했어. 그래서 만든 게 ‘국민의당’이었지. 처음에는 다들 비웃었어. 다들 절대 안된다고 했어. 그런데 진심은 통하더라. 국민들은 우리를 알아봐준 거야.

지난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정당 득표율 26.74%를 기록했어. 더불어민주당보다도 높았다? 우리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의원 13명을 포함해 총 25명 국회의원을 배출했고, 원내교섭단체도 꾸렸어. 그리고 이듬해 나는 국민의당 대통령 선거 후보로 선출됐어. 마음가짐부터 달라졌고, 왠지 유약해보이는 목소리엔 힘을 잔뜩 줬지. 결과는? 21.41%. 문재인 후보와 홍준표 후보에 이어 3등. 너무 아쉬웠어. 

 

돌고돌아 다시 서울시장 보궐선거

2021.4.3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 운동을 돕는 안철수 대표.
2021.4.3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의 선거 운동을 돕는 안철수 대표. ⓒ뉴스1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일까. 정치를 시작하고 꼭 10년이 되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열렸어. 과거에 내가 후보 자리를 양보해 서울시장이 됐던 박원순 시장이 고인이 되었기 때문이지.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에 나는 민주당 아닌 국민의힘과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어. 단일화 협상 초반에는 여러 언론이 내가 최종 후보가 될 거라고 전망했어. 그런데 막판에 오세훈 후보가 치고 나오더라고. 결국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에서 내가 밀렸고 깨끗하게 승복했지. 

 

세 번째 대통령 선거

2021.11.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일 오전 국회 잔디광장에서 20대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2021.11.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일 오전 국회 잔디광장에서 20대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 나라를 5년간 맡겠다고 나선 대통령 후보들은 어떻습니까? 국민들은 ‘놈놈놈 대선’이라고 합니다. 나쁜 놈, 이상한 놈, 추한 놈만 있다며 걱정이 태산입니다.”

-2021.11.1 대통령 출마 기자회견

이제 나는 세 번째 도전을 시작했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를 보고 있자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겠더라고. 특히나 윤석열 후보는 정치 입문한 지 이제 겨우 5개월이라며? 내가 해봐서 잘 알잖아. 검찰총장만으로 정치를? 그것도 한 나라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대통령을 한다고? 정치 선배인 내가 질문 하나 던질게. ”윤석열 후보님, 준비가 제대로 되었다고 스스로에게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까?” 나를 ‘철수 정치’라고 조롱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잘 알아. 그런데 말이야. 나는 한 번도 명분없이 도망친 적이 없었어. 나는 언제나 국민들에게는 진심이었어. 이번에도 나는 진짜야. 저기... 듣고 있지?

 

도혜민 에디터: hyemin.do@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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