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
2020년 07월 18일 10시 00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07월 18일 10시 56분 KST

'젠더리스' 유니폼 만든 항공사는 '시대가 바뀌어 유니폼도 바뀐 것'이라고 말한다 (사진, 인터뷰)

FINDS|쿨한 승무원 유니폼이 이제야 등장한 이유.

박디터의 FINDS ②|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어 뒷이야기가 궁금한 회사들을 소개합니다. 이번에는 ‘젠더리스’(genderless) 컨셉의 승무원 유니폼으로 화제가 된 항공사 에어로케이입니다.

FTiare via Getty Images
여행 가고 싶은 마음을 담은 자료사진. 본문과는 관계 없음.

2020년 초까지만 해도 우리는 ‘해외’ 여행이 이렇게 어려운 것이 될 줄 몰랐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겪는 어려움에 대한 뉴스가 쏟아지는 와중에, 에어로케이항공(이하 에어로케이)이라는 신생 항공사가 코로나와는 전혀 관계 없는 긍정적인 뉴스로 화제가 됐다. 2015년 설립된 후 아직 취항도 하지 않아 승객들의 평가 한 번 받아보지 못한 저비용 항공사가 주목 받은 이유는 이들이 공개한 유니폼 때문이었다.

보그 코리아
6월 말 보그를 통해 공개한 에어로케이 승무원 동복 유니폼.

보그, GQ 등 패션 매거진들을 통해 먼저 공개된 유니폼은 이제까지 보던 것들과는 좀 달랐다. 우선 재킷 단추 방향 정도를 제외하면 여성 승무원과 남성 승무원 간 차이가 없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여성 유니폼은 승무원들의 외모를 상품화하고 업무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에어로케이의 유니폼은 그런 의견을 참고한 듯한 모습이었다. 블라우스에 스커트도 아닐 뿐더러, 소재나 디자인에 대한 고민 없이 구색 맞추기로 만든 ‘치마보다 불편한’ 바지도, 몸매를 훤히 드러내며 각종 부종의 원인이 되는 달라붙는 청바지도 아니었다.

에어로케이항공
파일럿, 승무원 유니폼.

유니폼 사진을 본 여행 애호가들은 말했다. 왜 이제서야 이런 유니폼이 나온 걸까? 내 주위의 직장인들은 궁금해했다. 어떻게 ‘젠더리스’ 컨셉이 ‘윗선’을 통과한 걸까? 에어로케이 직원들과의 서면 및 전화 인터뷰로 이 두 가지에 대해 물었다.

  

- 승무원 유니폼 디자인이 화제인데, 옷 구성이 어떻게 되나요?

= (김상보 마케팅 본부장, 이하 계속): 동복과 하복 두 가지고요. 바지는 디자인이 동일하고, 상의는 하복이 조끼 형태의 베스트와 반팔, 동복이 재킷과 긴팔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재킷은 이동 중에 입는 옷이고, 기내에서 서비스를 할 때는 반팔 혹은 긴팔 티셔츠만 입는 거죠.

에어로케이항공
승무원 하복.

- ’젠더리스’와 ‘편안함’을 유니폼 주요 컨셉으로 정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 저희처럼 작은 회사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의식’의 차이를 갖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회사 만들던 무렵에 항공업계에 땅콩 회항, 오너 갑질에 대한 이슈가 많았어요. 그러다보니 ‘사람 중심’을 기업 문화로 삼고, 또 유니폼 디자인이 항공사에서는 워낙 상징성이 큰 것이기 때문에 그 키워드를 유니폼에 표현하게 된 거죠.

항공업이라는 것 자체가 군대에서 파생되어 나온 거라고 볼 수 있거든요. 전투기가 먼저 있었고, 전투기에서 제복 입고 근무하는 걸 민항기도 그대로 따와서 기내 안전이나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람들도 제복을 입게 된 건데요. 처음 민항기가 생겼을 때는 주로 비즈니스하는 남성들이 이용하다보니 그 시대의 편견에 따라서 예쁜 여성이 서비스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던 거고, 그래서 승무원도 다 여성이고, 유니폼도 그런 디자인이었던 거죠. 그런데 시대가 바뀐 후에도 승무원들에게는 계속 그런 문화가 유지되고 있었던 거예요.

실용성 면에서는 승무원들의 요구를 반영하고 여러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거쳐서 원단 소재, 주머니 위치, 주머니 형태, 사이즈, 옷 기장까지 결정했습니다. 

또 사실은 남성 승무원들도 기존 유니폼에 불만이 있었어요. (여성 승무원 외모에 집중하다보니) 남성 승무원 옷은 회사의 컬러만 쓰는 정도로 만들어왔고, 그러다보니 디자인도 예쁘지 않고, 타이를 졸라매고, 불편한 구두를 신어야 했던 거죠. 복장, 헤어스타일 규제에 대한 불만은 여성과 남성 모두 있었고요.

에어로케이항공
항공정비팀 유니폼은 원래도 실용성을 중시하는 옷이었기 때문에 디자인 면에서의 과격한 변화는 없었다. 다만 '꼭 필요한 곳에 적합한 크기의 주머니를 더 다는' 등의 실무자 의견 반영을 위해 여러번 피드백을 거쳤다.

- 승무원도 너무 크지 않은 타투는 허용한다는 이야기가 트위터에서 화제더라고요. 진짜인가요?

= 네, 맞습니다. 최소한의 규정은 있어요. 신체 특정부위, 예를 들어 ‘손가락 하나, 혹은 손등 전체, 팔뚝 전체, 이렇게 부위 전체를 커버하는 타투는 피한다’, ‘윤리적, 정치적, 성적으로 문제되는 내용을 담은 타투는 피한다’ 정도입니다. 보통 목욕탕에 “혐오감을 주는 문신 하신 분은 입장불가” 이런 안내문 써있잖아요. 그런데 그 ‘혐오감’이라는 게 사람마다 수준이 달라서 처음에 기준 정하기가 좀 어려웠어요. 

헤어스타일은, “남성의 경우 뒷머리가 옷깃에 닿으면 안 된다”는 규정을 가진 항공사가 많은데 저희는 일단 규정에 남녀 구분이 없고, 급격하게 막.. 펑키한 머리를 한다거나 아니면 안전 관련 업무에 방해되는 스타일이라거나 그런 것만 아니라면 최대한 개인 표현의 자유를 허용해주는 방향으로 하려고 합니다.

메이크업 규정도 남녀 구분은 없고 내용은 “본인의 피부톤과 유니폼에 어울리게 연출한다”,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생기 없게 연출되지 않게 한다” 등입니다.

 

- 유니폼을 본 직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 다양한 반응이 나왔는데요. 디자인의 방향성은 이해하지만 전에 없던 디자인이라 낯설어하는 반응도 있었어요. ‘이거 정말 유니폼으로 입어도 될까요?’ 같은 반응도 있었는데 지금은 편하게 입고 계세요.

 

- 이런 유니폼이 실제로 안전에 도움이 되나요?

= 네. 일단 승객 안전은 승무원 옷이 편한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기업 문화와도 관련이 크다고 생각해요. 아까 민항기 유니폼이 군 제복에서 파생됐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업계에도 군대식 문화가 많아요. 여러 직종에서 위계질서와 상명하복식 보고 체계가 엄격하게 지켜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게 이렇게 해야 안전 운항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거든요. 그런데 찾아보면 1990년대에 오히려 그런 문화가 질책이 두려워서 잘못을 숨기는 행동으로 나타나서 사고가 난 케이스들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소통과 평등을 지향한 문화와 유니폼이) 안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보그 코리아 인스타그램 영상]

 

- 새 유니폼 디자인을 공개하면서 첫 채널로 패션지를 선택한 게 인상적이었어요.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는데.

= (나혜미 콘텐츠 매니저): 브랜드를 상징하는 의복의 특성이 잘 보이는 방법이라고 생각했고, 소비자를 가장 자연스럽게 만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화제가 된 보그 영상이 전반적으로 경쾌하고 감각적으로 잘 맞아떨어져서 저희도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 코로나바이러스 시대에, 취항 계획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 (김상보 마케팅 본부장): 저희는 신생이라 아직 보유 비행기가 1대 뿐이어서 그나마 비용이 덜 드는 편이에요. 청주공항을 거점으로 현재 청주-제주 노선 8월 취항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연말까지 2대 더 보유할 계획이기 때문에, 코로나 상황이 나아지면 아시아쪽 국제선도 취항하려고 합니다.

 

*대화는 명료한 전달을 위해 축약, 정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