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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입양됐던 여성이 자신을 문전박대한 친아버지를 상대로 친자확인 소송을 걸었다

한국 전쟁 후 해외로 보내진 입양아들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입양아였던 한 여성이 어머니가 누군지 왜 자신이 버림받았는지 알고 싶다며 친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이는 사상 최초로, 한국 전쟁 후 해외로 보내졌지만 자신의 뿌리를 찾기를 갈망하는 입양아들에 중요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일 뉴욕타임스(NYT)는 1984년 미국 미시간주로 입양된 카라 보스라는 여성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야기는 1983년 11월18일, 한국 괴산의 한 시장 주차장에서 시작된다. 그 곳에서 자신이 2살이고 이름이 강미숙이라고 말한 영특한 아이가 발견된 것이다.

미국으로 입양가기 전 카라 보스(한국이름 강미숙).
미국으로 입양가기 전 카라 보스(한국이름 강미숙). ⓒ뉴스1/강미숙 제공

충북 제천의 희망보육원으로 보내진 소녀는 10개월 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 미시간주 세리든에 거주하는 러셀과 마리안 베델이라는 부부에게 입양됐고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됐다. 한국에 대한 이야기는 성장 과정 내내 나오지 않았고, 성인이 된 그녀는 네덜란드인 남성과 결혼해 네덜란드로 이민했다.

그녀는 5년 전 딸을 낳은 후에야 한국인 어머니가 자신을 버림으로써 겪었을 엄청난 고통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원하지 않았음에도 딸을 버렸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 사생활보호법은 입양아들이 주소와 전화번호 등 친부모의 정보를 부모들이 동의할 때에만 얻을 수 있도록 한다. 보스는 그래서 2017년 한국을 여행하며 1983년 자신이 버려진 시장을 방문하고 자신을 기억하는 이를 찾기 위해 전단을 뿌렸지만, 성과는 없었다.

돌파구는 뜻밖의 곳에서 나왔다. 2016년 보스는 자신의 유전자 자료를 온라인 족보 플랫폼인 ‘마이헤리티지’에 올렸다. 지난해 1월 이 플랫폼을 다시 확인해보니 자신과 유전자 정보가 일치하는 이가 있었다. 22세의 옥스퍼드대 한국 남성 유학생이었는데, 유전자 검사 결과 그 유학생의 할아버지가 보스의 친아버지였다. 즉 그 유학생의 어머니는 보스의 ‘이복 자매’였던 것이다.

그로 인해 보스는 친부가 서울 강남에 거주 중이고, 나이는 85세라는 정보를 알게 됐다. 친부가 47세였을 때 보스가 태어난 셈이었다. 보스는 오마이뉴스에 ”아마 혼외정사로 내가 태어난 것으로 추정됐는데, 갑자기 그 유학생과 한국에서의 모든 연락이 끊어졌다”라고 전했다.

이복자매들은 보스가 아버지와 만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이복 자매를 찾아가 무릎 꿇고 애원해도 가족들은 경비원을 불러 그를 쫓아냈다. 보스는 ”이복 자매들은 내가 재산을 노린다고 생각한 것 같은데, 나는 재산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강하게 말했다.

보스는 버림받은 지 36년 만인 지난해 11월18일, 친자확인 소송을 제기했고 그러고서야 합법적으로 오씨의 주소를 알 수 있게 됐다. 지난 3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해당 주소지의 벨을 눌렀지만 아버지는 손을 휘저어 보스를 쫓아냈다. 그후 법원 명령으로 유전자 검사를 해보니 두 사람이 부녀일 확률은 99.9%로 나왔다.

보스의 소송은 해외 입양인이 한국에서 제기한 첫 번째 친자확인 소송이다. 아버지인 오씨는 변호사를 선임하지도 법원 심리에도 출석하지 않은 상태다. 

보스 측 변호사는 ”유전자검사 결과가 있기 때문에 승소 가능성은 99.9%”라고 밝혔다. 판결이 나오면 누구도 보스가 아버지를 만나는 것을 말릴 수 없지만 아버지가 보스와 만나기를 거부하면 어쩔 수 없게 된다.

보스는 ”아버지가 지금 85세의 고령이지만 아버지 역시 내가 버림받은 것에 책임을 져야 하고 왜 그랬는지, 어머니가 누구인지 대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스는 생모 또한 그들의 과거를 비밀로 하고 싶어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 버려진 아이들이 우리의 과거를 아는 것은 기본권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중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답을 얻기 위해 되돌아오고 있다. 한국 사회는 이 수치심이 화해와 용서로 바뀌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보스는 ”이번 판결이 향후 한국 정부가 입양인의 친부모찾기를 기본권으로 하는 법을 제정하는 데 있어서 좋은 판례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보스가 친부를 상대로 낸 소송은 오는 12일 서울가정법원에서의 판결이 예정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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