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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화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된 현택환 교수 "수상 발표날, 학생들에게 BTS 노래 틀어줬다"며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수상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노벨화학상 후보인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 겸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장이 7일 오전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전화를 받고 있다.
노벨화학상 후보인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 겸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 연구단장이 7일 오전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전화를 받고 있다. ⓒ뉴스1

″(노벨화학상) 발표하는 날, 강의 시작 전에 학생들에게 방탄소년단(BTS)의 낫 투데이(Not Today)를 틀어줬어요. (웃음)”

한국인 최초로 노벨화학상 수상의 영예를 누릴 수 있는 ‘유력 후보‘’ 거론돼 화제가 된 현택환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56)가 “올해는 받을 확률이 100% 없다”라는 본인의 솔직한 심정을 드러낸 방식이다. 공부만 할 것 같은 50대 과학자가 BTS의 노래에 본인의 심정을 빗댄 ‘위트’가 넘친다.  

매년 가을, 노벨상 시즌만 되면 “일본은 줄줄이 받는 노벨상을 왜 한국은 못받느냐”는 자조가 ‘레퍼토리’처럼 등장하지만 올해는 한줄기 희망의 빛이 찾았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이번 일로 화학 분야 전체에 제 이름을 알렸다는 게 보람입니다”

현 교수는 크기가 균일한 나노입자를 대량으로 합성할 수 있는 ‘승온법‘을 개발한 공로로 ‘노벨상 족집게’로 불리는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Clarivate Analytics)가 예측한 올해의 노벨 화학상 유력 수상자로 거론됐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수상의 기쁨을 누리지 못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크리스퍼 캐스나인(CRISPR/Cas9) 유전자 가위와 게놈 편집 기법을 개발한 에마뉘엘 샤르팡티에(Emmanuelle Charpentier·52)와 제니퍼 A. 다우드나(Jennifer A. Doudnar·56)를 2020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현 교수는 “노벨상 반열에 들어간 것만 해도 굉장히 영광스럽다”며 “이번에 상을 받은 두 분은 언젠가 당연히 상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던 분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두 분 모두 2015년 클래리베이트에서 선정됐던 분들인 점을 감안하면 저한테도 (기회가) 올수도 있지 않겠냐”며 “다만 나노입자 분야에서 노벨상이 주어진다 하더라도 제 앞에 20년 선배들이 계시다”며 웃어 보였다.

현 교수는 나노입자 분야에서 연구업적을 쌓아왔다. 2001년에 승온법으로 균일한 나노입자를 바로 합성할 수 있는 연구결과를 담은 논문을 미국화학회지(JACS)에 실었다. 2004년에는 승온법을 개선해 균일한 나노입자의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한 논문을 국제 학술지 ‘네이처 머터리얼스(Nature Materials)’에 게재했다. 

 

서울대 후배들에게 당부의 한마디 : “가장 중요한 건 인간성이다”

현 교수는 ‘서울대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라는 물음에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건 인간성이다. 혼자서 잘나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며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부대낄 때 세계적인 연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과학자의 창의성은 자유에서 나온다”며 “정부에서 도와준다면 저보다 더 뛰어난 후배 과학자들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현 교수는 “과학자가 신나게 연구할 수 있는 동력은 결국 프리덤(freedom·자유)”이라며 “자유롭게 연구자가 생각하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연구를 하고 자유롭게 누구나와 함께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 나는 그렇게 신나게 연구한 덕분에 지금 이 위치에 서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 교수는 “올해로 연구를 23년째 하고 있는데, 이번에 노벨상 후보로 들어가며 선정된 2개의 논문은 나노입자 디자인과 합성 등을 다룬 초창기 논문”이라며 “향후 10년은 나노기술을 활용해 난치병을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게 큰 꿈”이라고 강조했다.

이번에 수상의 영예는 안지 못했지만 최근 6년새 노벨상 분야에 한국 과학자들의 존재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희망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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