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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나를 때리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내가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 xoJane
  • 입력 2015.05.26 12:49
  • 수정 2015.05.29 03:59
ⓒShutterstock / Paul Schlemmer

일 년이 넘게 사귀자고 그는 나를 졸랐다. 2년 동안 친구 사이였다 가까워지던 중이었다. 그는 내가 대학에 가 있는 동안 사귀던 여자와 헤어졌으며, 이제는 나와 사귀고 싶다는 것이었다. 나를 사랑한다고 했고, 내가 필요하다고 했다.

나는 그때까지 남자친구를 사귀어본 적이 없었고, 그래서 빨리 연애를 시작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그를 받아주기에는 그의 불같은 성격이 걸렸다. 그는 항상 화를 내고 나중에 사과하곤 했다. 그는 나와 함께 하고 싶어서 고통스러울 정도라고 했다. 몇 달 동안의 구애 끝에 나는 그를 받아들였다.

새로 시작한 연애가 다 그렇듯 우리는 허니문 시기를 거쳤다. 나는 대학생이었고 그는 고등학교 졸업반이었다. 만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장거리 연애였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 몇 시간씩 전화 통화를 했고 내게 정성 어린 선물을 보냈으며 나를 이 세상에 가장 고귀한 것처럼 바라봤다.

고등학교 졸업 후 그는 내가 다니는 대학으로 진학해 거의 모든 시간을 함께 있었다. 실제로 딱 달라붙어 있었다는 말이다. 그는 온종일 컴퓨터 앞에서 살았다. 강의 외 시간은 늘 같았다. 그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 정신이 팔린 동안 나는 옆에서 그의 노트북을 켜고 스파이더 카드놀이를 하며 기다렸다.

게임에 대해 나쁜 얘기라도 하면 그는 나에게 소리를 질렀다. 밖에서 식사하거나 즉흥적인 활동하는 일도 허락되지 않았다. 그는 게임을 해야 했고 내가 같은 방에 있는 게 그에게 ‘안정감’을 주기 때문에 나도 방에 있어야 했다. 남자친구를 지지하는 여자친구가 되기 위해, 나는 방에 머물렀다.

내 기숙사 방은 감옥이 됐다.

나는 교내 활동 어떤 것에도 참여할 수 없었다. 친구들과도 만나지 않았다. 그가 게임을 너무 많이 하는 것에 대해 내가 어떤 기분인지 말하자 그는 술에 취해서는 나에게 소리를 질렀다. 내가 얼마나 나쁜 여자친구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나는 다시는 게임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다.

이후 나는 한번 더 그에게 내 기분에 대해 말해 봤다. 무시당하고 있는 기분이라고. 그러자 그는 “정말로 무시당하는 것”이 뭔지를 보여주겠다며 밤새 나를 모른 척했다. 나는 다시는 이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지 않았다.

대신 나는 인터넷을 통해 그에 대한 내 솔직한 생각을 쓰기로 했다. 기숙사의 내 방에서, 그가 얼마나 무서운지, 내가 그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게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에 대해, 매우 조심스럽게 단어를 선택해 그에게 이메일을 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와 남자친구를 모두 아는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남자친구가 홧김에 진통제를 통째로 들이켰다는 것이었다. 감정에 충실하기 위해 강해져야 한다고 자신에게 한 약속은 사라지고, 난 곧바로 그를 찾아 나섰다.

진통제 병은 거의 빈 상태였고, 그는 침대에 누워있었다. 그는 심장마비가 온 줄 알았다고 내게 말했다. 나를 괴롭게 한 것이 자기 잘못이라고 그는 말했다. 구급차를 부르러 나서려고 하자 괜찮다고 그는 말했다. 괜찮아질 것이라고 말이다. 자기 엄마에게 전화해 줄까 하자 놀란 목소리로 그렇게 많이 삼키지는 않았으니까 큰 이상 없을 거라고 했다. 내가 적은 글에 마음이 많이 상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내가 자기를 미워하고 신뢰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를 어떻게 하든 진정시키고자 난 사과하기 시작했다. 내가 적은 글을 다 취소한다며, 그런 기분을 느낀 내가 문제라고 그에게 사과했다. 그는 조금씩 기분이 나아지는 눈치였다.

그 날 이후, 내가 언제든 그에게 반대 의견을 말하거나 어딘가에 혼자 가면 그는 환각 상태로 변했고 나를 위협했다. 밤에 몸을 떨다가 기절을 할 때도 있었다. 곧바로 깨고 나면 자신이 누군지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자신에 대해 제3자처럼 이야기했고 또 이상한 목소리들이 자기를 통해 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떤 상황이든 내가 나쁜 여자친구라는 결론은 늘 같았다. 자기를 사랑하지 않고 믿지 않으며 바람까지 피웠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를 안정시키고 나를 침대에 붙들어 놓지 않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끝없는 사과와 다시는 그를 해치는 일이 없을 거란 맹세였다. 그러다 그는 다시 기절했고, 다음 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 했다.

그는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일부러 괴롭히려고 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를 탓할 수 없었다.

낮에도 위협적인 상황이 가끔 있었지만 나에게 직접 행동을 가했던 건 아니었다. 그는 나를 때린 적은 한 번도 없다. 대신 자기 머리를 타일로 된 바닥에 쾅쾅 받거나 벽을 주먹으로 치거나 자기는 살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극적인 행동을 할까 걱정돼서 나는 최대한 그의 눈치에 따라 행동했다. 그래도 나를 사랑하고 있었고 나를 다치게 하려고 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학대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친구들이 점점 눈치채기 시작했지만 얼마나 상황이 나쁜지 그들은 상상할 수 없었다. 그는 내 전화와 문자를 감시했고 친구들과 있을 때도 근처에 머물며 내 이야기를 훔쳐 들었다. 누구와도 솔직한 대화가 어려웠다.

그러다가 그가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다는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솔직히 오히려 그게 더 낫다고 생각했고 바람피우는 현장이라도 잡았으면 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나는 그와의 결별을 결심했다. 그가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다는 것이 거의 확실했으며 또 전혀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까지 그가 날 사랑했기 때문에 의심이나 불행 이상의 이유가 있어야 이별이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나를 때렸으면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 비행을 이유로 관계를 청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졸업식 전날 그는 다른 여자와 새벽 2시까지 지내다가 돌아왔는데 그때 헤어질 뻔했다. 그런데 나는 그 순간 졸업식이 생각났고 부모님이 왜 애인이 안 나타났느냐고 질문할 것이 걱정돼 끝을 못 낸 것이다.

그와 헤어져야겠다고 결심하자 어떻게 할 건지 생각해야 했다. 그냥 헤어지자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런 이유를 그가 받아들일 리가 없으니까 말이다. 나를 쫓아다니고 자해를 할 것이 뻔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바라던 남자로 그가 변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약간은 있었다.

내가 그의 실체가 아닌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그의 모습을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의 일이다.

나는 고향 집에 돌아와 있었고 그는 아직 학교에 다니던 중이었다. 자연스럽게 우리 사이에 물리적인 거리가 생겼다. 친구와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며 그를 덜 보게 됐다.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괴로운 몇 달이 지나면서, 그리고 몇 번의 사태를 더 겪은 후, 난 드디어 헤어질 용기를 내 전화로 이별을 선언했다. 관계를 포기한 나를 비겁하다고 했지만 결국 그는 나를 놔줬다.

그 6개월 후 우연히 그를 다시 만났다. 다시 사귀고 싶고 이번엔 제대로 하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불행히도 난 그런 그의 가능성을 믿고 다시 한 번 수긍했다. 그렇게 3일간 우리는 다시 애인 사이가 됐다. 그의 예전 버릇이 다시 나타나는 데 3일 걸렸다는 이야기다.

두 번째 이별통보를 듣고 그는 자살하겠다고 위협했다. 밤 12시까지 기회가 있다고 했다. 황망한 상태에서 그의 엄마와 통화한 후 나는 나와 그의 재결합을 반대했던, 폭력적인 연애를 한 경험이 있는 내 친구에게 전화했다.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내가 바로 폭력적인 관계를 이어왔음을 깨달았다.

당연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자살하지 않았고 지금도 잘 살아 있으며 내 삶에서 떠나갔다. 그러나 화가 날 때마다 나를 침대에 눕힌 채 억누르며 악의적인 말을 하던 그가 나를 해치러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괴로웠다. 나는 점차 내 경험을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기 시작했다. 다들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그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내가 행복해 보여 아무 문제도 없는 줄 알았다는 것이다. 그런 사이를 자기가 나서서 갈라놓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와의 관계가 정리된 지 이미 6년이 지났고 나는 어느 정도 그때의 상황으로부터 회복했다. 하지만 나 자신을 용서하기 어렵다. 너무나 많은 경고 신호가 있었다. 내 의견을 이야기할 기회도 많았고 관계를 끝낼 기회도 얼마든지 있었으며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난 잘못된 믿음에 나 자신을 위험에 빠뜨렸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무조건 희생하며 좋은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정석이라고 믿었다.

난 내가 어떤 사람인지 뒤늦게 깨달아가야 했다. 그와의 마지막 3년 동안 조용하고 말 잘 듣는 역할을 자청했다. 그 결과 논쟁을 두려워하게 됐으며 내 주장을 펴는 것을 피하게 됐고 남자와 단둘이 있는 것도 꺼리게 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나은 나 자신이 될 수 있었다. 너무 많은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그와 사귀기 전의 나로 되돌아갈 수는 없다. 대신 더 강하고, 지혜롭고, 더 의지력 있게 살고 싶은 인생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나는 피해자가 아니라, 내 자아를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

*허핑턴포스트US의 블로그 글 I Didn't Know I Was In An Abusive Relationship, Because My Boyfriend Never Hit Me를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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