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아일랜드의 '낙태죄 폐지' 국민투표는 여성에게 '수치심'을 주는 문화를 바꿀 기회다

"만약 아일랜드에서 임신 중단이 합법이었다면, 나는 이토록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 영국에서 수술을 받아야 했던 여성

ⓒNiall Carson - PA Images via Getty Images

내일(25일) 아일랜드는 진보적인 임신중단 제도를 도입할 수 있도록 헌법을 바꿀 것인지 묻는 국민투표를 진행한다. 현재 아일랜드에서 임신중단이 합법적으로 가능한 유일한 경우는 ‘여성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자살 포함)뿐이다. 아일랜드의 관련 법률은 아주 엄격해서 △강간 △근친상간 △치명적 태아 질환 △본인 건강의 심각한 위험을 겪은 여성들도 이에 해당하지 않았다. 이러한 경우에 임신중절을 행하는 것은 형사 범죄이며, 최고 14년형까지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여성은 중절 시술을 받기 위해 다른 나라(주로 영국)로 가거나 적절한 의학적 관리 없이 혼자 임신 중절 알약을 먹는 등의 대안을 선택해왔다. 이미 원치 않는 임신을 겪고 있는 여성들이 비밀스럽게 임신 중단 방법을 마련하는 것은 극도의 스트레스가 된다.

게다가 아일랜드의 모든 여성이 비밀스러운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철저히 금전 문제와 이민 신분 등 개인의 상황에 따른 것이기 때문이다. 법이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에, 아일랜드에서는 임신한 여성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고, 암 치료를 거부당하고, 인공적으로 생명을 유지하는 등의 일들이 오래전부터 발생해왔다. 여성과 가족들이 치러야 하는 대가를 무시한, 오직 ‘태아’만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Charles McQuillan via Getty Images

나는 아일랜드의 젠더 역사와 여성에 대한 처우에서 ‘수치심’(shame)이 맡아온 역할을 전공으로 연구했다. 내가 보기에 아일랜드에서 임신 중단과 관련한 논란의 중심에는 수치심이 있음이 명백하다. 수치심은 우리가 숨기려 애쓰는 ‘뿌리 깊은 도덕적 결함’이 있음을 상정하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커다란 해를 줄 수 있는 감정이라고 보통 간주된다.

아일랜드에서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은 필요한 의료적 치료를 받지 못하고 비밀스럽게 임신 중절 방법을 마련해야 하며, 아일랜드 국가에 의해 수치심을 느낀다. 한 여성은 “만약 아일랜드에서 임신중단이 합법이었다면 이토록 수치를 느끼지 않았을 것 같다! 12년이 지난 지금, 나는 아무 후회도 없으며 옳은 결정을 내렸다는 걸 안다고 행복하게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임신 중단이 필요했으나 고국에서 받지 못해 영국에 다녀와야 했던 취약한 젊은 여성이 표현한 감정이었다. 아일랜드의 임신중절 불법화가 수치심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말이다. 임신 중단 경험 자체가 수치스럽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해도, 국가에 의해 수치심을 느꼈다고 말하는 아일랜드 여성들이 많다.

ⓒCharles McQuillan via Getty Images

임신을 중단한 여성이 최초로 느끼는 감정적 반응은 보통 ‘안도’이지만, 아일랜드의 임신중절 불법화는 그 자체로 ‘(여성에게) 수치심 주기’다. 몰래 해외로 가서 시술을 받거나 약을 먹어야 하는 여성들을 ‘범죄자’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임신중절 불법화는 육체적 피해(암 치료 및 여성 건강을 위한 비수술 치료 거부 등)뿐 아니라 수치심 부여를 통해 감정적, 심리적 피해도 직접적으로 주게 된다.

최근 몇 해간 이러한 피해들에 초점을 맞춘 연구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일랜드의 여성들에게 임신중절 불법화가 주는 심리적, 육체적 영향을 다룬 연구들이다. 위에서 인용한 Her Shoes(그녀의 입장) 페이스북 페이지 등 여러 여성의 이야기가 국민투표를 앞두고 거론되고 있다. 이로 인해 해로운 법을 여성들이 은밀히 피해 가는 것이 어떤 경험인지가 공론화되었다.

비극을 경험했던 여성들, 고국에서 의료 치료를 원했다는 것만으로 수치심을 주입받았던 여성들이 용감히 나서서 아일랜드 정책의 잔인함과 부당함을 밝혔다. 그들은 아일랜드의 임신 중절 불법화와 그에 따르는 수치심에 대한 침묵을 깨부쉈다. 그에 따라 수치심이 아일랜드의 생식과 섹슈얼리티 정책의 목을 졸랐던 힘 역시 약해졌다.

ⓒCharles McQuillan via Getty Images
ⓒCharles McQuillan via Getty Images

물론 임신 중단은 아주 중요한 정책 이슈지만, 사회 정책 전반에 걸쳐 수치심을 활용해 왔던 아일랜드의 역사에서는 한 가지 이슈일 뿐이다. 예를 들어 ‘몸을 버린 여성들’에게 거처를 제공한다며 가두고 수치심을 주었던 막달레나 수용소 문제마저도 아일랜드는 아직 완전히 매듭짓지 못했다. 이러한 기관들에 대해 뒤늦게 이루어진 조사 결과로 우리는 수치심이 아일랜드에게, 특히 아일랜드 여성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쳤음 알 수 있었다.

수치심을 주는 사회 정책은 사람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으며, 그 영향은 아직도 남아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국민투표가 아일랜드인들에게 임신중단의 맥락에서 이 문제를 다룰 단 한 번뿐인, 기념비적인 기회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다 함께 아일랜드의 수치심의 문화를 배려와 돌봄의 문화로 바꿀 수 있다. 생식 관련 의료를 필요로 한다고 해서 여성들에게 수치심을 주기를 거부하는 아일랜드, 과거의 실수에서 배우는 아일랜드가 될 수 있다.

 

* 허프포스트UK의 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여성 #국제 #임신 #낙태죄 #임신중단 #낙태죄 폐지 #임신중절 #국민투표 #아일랜드 #수치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