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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년 역사의 한 미국 가톨릭 여대에 '임신중지 합법화 찬성' 클럽을 처음 만든 학생들 (인터뷰)

새 클럽에 관해 세인트메리 대학의 다른 학생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2020년 10월 22일 메간 킹이 노트르담에 있는 세인트메리 대학교에서 초상화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0년 10월 22일 메간 킹이 노트르담에 있는 세인트메리 대학교에서 초상화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Evan Cobb for HuffPost

2년 전, 메간 킹(20)이 미국 인디애나주에 있는 사립 가톨릭 여성 인문학(리버럴아츠) 대학교인 세인트메리 대학에 입학했을 때, 그는 학교의 공식 ‘안티 임신중지(낙태)’ 동아리의 존재를 금세 알아챘다. 모르는 게 더 이상했다.

‘낙태, 유아살해, 배아줄기세포 연구, 안락사‘에 반대하는 학생단체 ‘벨스포라이프(Belles for Life)‘는 행사 홍보 포스터를 학교 복도에 게시했고, 학생들이 노트북에 붙일 스티커를 나눠줬다. 이 동아리는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연례 ‘생명을 위한 행진’ 집회 자원봉사자를 온라인으로 모집하기도 했다.

일리노이주 졸리엣에서 가톨릭 신자로 자란 킹은 ”학교에서는 (임신중지를 반대하는) 한 쪽의 입장만 너무 대표로 드러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시험해 보고 서로에게 도전할 수 있는 자기발견의 장이 대학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세인트메리 대학에서 그는 여성의 임신중지 권리가 지적 논쟁 대상이 아니라는 걸 발견했다. 신경과학을 전공하는 킹은 스스로를 ‘임신중지 합법화를 찬성하는 사람(프로-초이스)’로 여긴다. 그는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임신중지에 대해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했지만 그걸 말하기가 두려웠다.

이번 학기에 킹은 행동에 나서기로 결심했다. 그는 몇 명의 친구들과 함께 현재 학교에서 공식적인 임신중지 합법화를 찬성하는 동아리를 설립하기 위해 싸우고 있는데, 이는 176년 세인트메리 대학교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 동아리는 대다수와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고 발언권이 없다고 느끼는 학생들을 대표하기 위한 것이라고 킹은 말했다. 이 클럽에는 킹처럼 더 이상 신앙심이 없는 사람도 있지만 그의 룸메이트인 20세 이자벨라 두가스처럼 신앙심이 깊은 사람도 포함되어 있다. 두가스는 올해 여름에서야 임신중지 합법화에 찬성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사실 나는 임신중지(낙태)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임신중지 합법화에 동의하는 많은 사람도 같은 생각일 거다. 하지만 우리는 자기 자신을 위해 그런 결정을 하는 여성을 지지한다”고, 두가스는 말했다.

10월 22일, 3학년인 이자벨라 두가스가 세인트메리 대학교에서 초상화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10월 22일, 3학년인 이자벨라 두가스가 세인트메리 대학교에서 초상화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Evan Cobb for HuffPost

이들이 학교에서 겪은 경험은 가톨릭 커뮤니티 안에서 임신중지 문제를 놓고 벌어지는 마찰의 축소판이다. 가톨릭 교회는 임신중지에 전면적으로 반대하지만, 신자들의 인생은 그렇게 흑과 백으로 나뉘지 않는다. 최근 미국에서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에이미 코니 배럿이 미국 연방대법관에 지명되면서 일부 가톨릭 신자들에게 기쁨을 안겼지만, 반면 다른 신자들을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배럿은 임신중지에 반대하는 입장을 꾸준히 밝혀왔다.)

미국 가톨릭 신자의 절반 이상은 임신중지가 모든 경우 또는 대부분의 경우 합법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임신중지 선택권을 합법화한 획기적인 연방대법원 판결인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는 걸 반대한다.

노트르담 대학이 지난 7월 발표한 미국인이 갖고 있는 임신중지에 대한 신념에 대한 심층 연구결과에는 신자들의 이런 ‘미묘한’ 의견이 드러났다. 인터뷰에 응한 가톨릭 신자 중 절반은 도덕적인 이유로 반대한다고 했고, 나머지는 도덕적인 이유로 인한 반대가 없거나 ‘상황에 따라 다르다’로 나뉜다고 이 연구는 말했다. 신자들 중에서는 임신중지 합법화에 반대(pro-life)한다는 사람보다는 찬성(pro-choice)한다는 사람이 근소하게 더 많았다.

젊은 가톨릭 신자들은 임신중지를 정치적 신념에 따라 선택되어 온 복잡한 도덕적 질문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가톨릭포초이스’의 제이미 맨슨은 전했다. 이 단체는 교회의 가르침은 임신중지에 대한 자유로운 입장을 내고 지지할 여지를 남겨둔다고 강조하는 입장이다.

″특히 가톨릭 대학교에는 그러한 도덕적 복잡성에 대해 이야기할 안전한 공간이 없다”고 그는 말했다. ”가톨릭 전통은 이성과 선택과 양심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에 그건 안타까운 일이다.”

 

대표성을 위한 투쟁

세인트메리 대학은 노트르담 대학과 제휴를 맺어 학생들은 두 학교 모두 교차 수강이 가능하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사망으로 생긴 연방대법원의 빈자리를 메우기로 한 배럿은 이 노트르담 대학교에서 강의를 했고 여러 해 동안 낙태 반대 학자들의 모임인 ‘패컬티포라이프(Faculty for Life)’ 회원으로 활동했다.

지난 8월, 킹과 친구들은 임신중지 합법화를 반대하는 ‘벨스포라이프’ 클럽에 정면으로 맞서는 ‘벨스포초이스(Belles for Choice)’의 소셜미디어 페이지를 개설하고 동아리 운영진을 모집하는 것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인디아나주 노트르담 세인트메리 대학교
인디아나주 노트르담 세인트메리 대학교 ⓒEvan Cobb for HuffPost

 

생식건강에 대한 정확한 정보는 성관계는 하고 있지만 아직 가정을 꾸리고 싶지 않은 대학생 나이 때의 여성에게 매우 중요하다. 구트마허 연구소에 따르면 2014년에 낙태를 한 여성의 42%가 18~24세였다. 여성 4명 중 1명꼴로 45세가 되기 전 임신중지를 경험한다.

″우리는 사람들을 모아서 안전한 섹스와 선택, 그리고 이전에 이야기되지 않았던 모든 것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돼 매우 즐겁고 기대된다”고 그는 말했다.

이 클럽은 아직 대학교로부터 공인받지 못했다. 그는 ”대학 행정부에서 연락이 왔다”면서 ‘벨스(Belles)‘라는 명칭이 대학과 관련된 만큼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이 클럽은 현재 ‘스믹스포초이스(Smicks for Choice)’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 (‘스믹스’는 세인트메리 대학의 학생들을 뜻하는 비공식 별명이다) 학교의 공식 동아리로 인정 받으려면 이 클럽의 고문으로서 기꺼이 봉사할 수 있는 교수를 찾아야 하는데, 이는 중대한 장애물이 됐다.

″가톨릭 대학교에서 일하는 교수진에게 임신중지 합법화 찬성 클럽을 위해 일해달라는 건 사직서를 제출하라는 것과 같다”고 킹은 말했다. ”교수님들은 지지하든 경멸하든 조심스럽게 거리를 유지해 왔다.”

현재 클럽에 고문이 없어 정식 인가는 신청하지 않고 있다. 글로리아 젠킨스 임시 학생생활 부총장은 성명에서 ‘그럴 경우 이 제안은 신중하게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이 클럽의 목적, 소개된 임무와 활동 목표를 고려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176년 역사의 세인트메리 대학은 로마가톨릭 교회에 뿌리를 두고 있는 기관”이라고 말했다. ”그와 동시에, 우리는 학생들에게 지적 활력과 사회적 책임감을 주는 삶을 제공한다는 우리의 사명을 소중히 여긴다. 우리 학생들이 안전하고 포용적인 환경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발견하도록 격려한다.” 

 

가톨릭 학교에서 임신중지 합법화 찬성을 주장하는 학생들이 겪는 위험성은 크다”

ⓒEvan Cobb for HuffPost

 

미국에는 200개가 넘는 가톨릭 계열 대학이 있지만, 임신중지 합법화 찬성 클럽(프로-초이스)이 존재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그러한 클럽의 첫 번째 알려진 예는 1990년대 초 조지타운 대학에서 시작됐다. 원래는 ‘GU Choice’라고 불렸으나, 지금은 ‘H*yas for Choice’로 불리며 학교로부터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이와 비슷한 클럽들이 미네소타주 세인트토머스대, 시애틀 대학교, 로욜라 대학교 뉴올리언스, 산타클라라 대학교, 드폴 대학교, 로욜라 대학교 시카고, 노트르담 대학교 등에 존재한다.

가톨릭 대학에서 임신중지 권리와 관련 명분을 위해 싸우는 학생들을 지원하는 ‘생식정의실천학생연합’의 공동창업자 크리스티나 프라직은 이런 학교들에서 임신중지 합법화 찬성을 주장하는 학생 조직자들이 겪는 위험은 크다고 말했다.

″많은 학생 조직원들이 대학교에서 일자리를 잃고 장학금 기회를 잃는 것을 두려워 해왔다.” 그의 설명이다. ”그들은 이 주제에 열정이 있기에 기꺼이 클럽 활동을 할 용의가 있지만, 그로 인해 미래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마음 한구석에 항상 존재한다.”

 

엇갈린 학생들의 반응

새 클럽에 관해 세인트메리 대학의 학생들의 반응도 엇갈렸다.

임신중지 합법화 찬성 클럽을 만들자마자 선배들이 접촉해와서는 과거에 공개적으로 그리고 자랑스럽게 임신중지 찬성 토론을 장려하는 것은 좋지 않은 시선을 받아왔다고 알렸다고 킹은 말했다.

″모든 게 너무 ‘쉿 쉿’ 비밀스럽게, 이 학교에서 임신중지에 찬성하는 의견은 너무 오랫동안 숨겨지기만 한 것처럼 느껴졌다.” 그가 말했다. ‘스믹스포초이스(Smicks for Choice)‘는 클럽을 나타내는 문 장식용품을 인쇄해 학생들에게 나눠주었다. 이에 일부 학생은 ‘임신중지 반대(안티 낙태)’ 포스터를 직접 만들어 붙이며 거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클럽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은 압도적으로 긍정적이다.

″많은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도 대변되고 있다고 느꼈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많은 다른 학생들도 우리만큼 이 클럽의 탄생에 흥분했다”고 두가스는 말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여성이 우리와 같은 신념을 공유하고 있는지 알게 됐다.”

킹과 두가스
킹과 두가스 ⓒEvan Cobb for HuffPost

서로 교육하고 배우려고 노력하며, 이 대학교에 있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

 

최근 이 클럽은 사람들이 필요할 때 가져갈 수 있도록 콘돔이 담긴 바구니를 기숙사 방 밖에 놓았다. 그리고 내놓자마자 전부 사라졌다. 현재까지 약 60명이 이 클럽에 가입했다.

″보통 가톨릭 학교를 다니면 임신중지에 합법화에 찬성하는 이들은 소수라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여기서 여성에게 임신중지 선택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소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킹은 말했다.

″정말 좋은 게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많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런 걸 보고 싶었어! 이런 커뮤니티에 속하고 싶었어’라고 표현하는 사람이 많다.”

아직 학교로부터 공식 승인은 받지 못했지만 계속 공인 클럽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학교가 이를 거부해도 그는 이해한다고 전했다.

″우리는 학생들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클럽이다. 우리는 서로 교육하고 배우려고 노력하며, 이 대학교에 있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목표들은 이 대학의 목표와도 일치한다.” 

 

 

*허프포스트 미국판 기사를 번역, 편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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