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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 탄 모델, 다운신드롬 모델' 구찌, 모스키노, 오프화이트 등 명품 브랜드들이 장애인 모델을 적극 기용하고 있다 (화보)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15%가 장애를 안고 살고 있다.

오프화이트 운동복 광고에 등장한 장애인 모델 '헤일리 로사'
오프화이트 운동복 광고에 등장한 장애인 모델 '헤일리 로사' ⓒOff White

최근 구찌, 오프화이트, 모스키노 등 유명 패션 브랜드들이 장애인 모델을 기용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패션 업계에서 장애인은 철저히 소외됐다. 패션 브랜드들은 ‘아름답고 건강한 몸‘을 추구한다며 특정한 미의 기준을 ‘전시’해 왔다. 또 장애를 갖은 모델은 좋은 기회를 얻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런 패션 업계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15%가 장애를 안고 살고 있다. 즉 장애인은 소수자 중 가장 큰 그룹이라는 걸 보여주는 수치다. 하지만 2016년 로이드 은행의 연구에 따르면 영국 광고 중 장애인이 등장하는 비율은 단 0.06%에 불과했다. 이는 영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CNN에 따르면 2017년 로라 존슨과 조 프록토는 장애를 가진 모델을 위한 ‘제비디 에이전시’를 설립했다. 현재 유럽과 미국에 걸쳐 약 500명의 모델이 소속되어 있다. 이 에이전시의 직원 도미닉 브라우닝은 ”패션 광고에서 장애인 모델이 등장하는 비율이 더 높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애가 있다고 해서 아름답지 않거나 럭셔리하지 않는다는 편견을 깨고 싶다.”

장애인 모델 세실리아 아다무는 ”장애인은 더 이상 ‘다르다‘라거나 ‘소외된 사람’이라는 사회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여전히 장애인을 가진 사람을 보면 불편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장애인에 관한 교육 부족 또는 장애인을 실제로 만나거나 미디어에서 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다무는 심장 및 신장 이식 수술 후 몸에 흉터가 남아 있다. ”흉터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힘과 회복력의 상징‘으로 보여주고 싶다. 장애는 사람들에게 불편한 모습으로 보이거나 ‘미안한 감정’이 들게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편견 역시 깨고 싶다.” 아다무의 말이다. 

 

흉터를 그대로 드러내며 포즈를 취한 모델 세실리아 아다무
흉터를 그대로 드러내며 포즈를 취한 모델 세실리아 아다무 ⓒSophie Mayanne

 

최근 패션 업계는 흑인 인권 운동인 ‘블랙라이브스매터’ 등의 영향을 받아 기존보다 ‘다양성을 가진 모델’을 선보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고객들도 패션 브랜드에 다양성을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에 따라가지 못하면 고객을 잃기 쉽다. 

구찌, 모스키노, 오프화이트 등 럭셔리 브랜드들이 먼저 이런 변화를 주도했다.

구찌는 다운신드롬을 가진 모델 엘리 골드스테인과 화보를 촬여했다. 다운신드롬 모델은 기존 패션 업계에서 볼 수 없었다.  

다운신드롬 모델 엘리 골드스테인의 구찌 화보
다운신드롬 모델 엘리 골드스테인의 구찌 화보 ⓒGucci Beauty/Vogue Italia

 

구찌의 새로운 시도는 큰 환영을 받았다. 구찌가 공식 인스타그램에 이 화보를 공개한 후 85만 명 이상이 좋아요를 눌렀다. 

모스키노는 흑인 트랜스젠더 장애인 모델 아론 로즈를 기용했다.  

흑인 트랜스젠더 장애인 모델 아론 로즈가 등장한 모스키노 화보
흑인 트랜스젠더 장애인 모델 아론 로즈가 등장한 모스키노 화보 ⓒGetty Images for Moschino SS22 s

 

오프화이트 역시 휠체어를 탄 장애인 모델 헤일리 로사를 운동복 화보에 기용했다. 이 외에도 여러 패션 브랜드들이 장애인 모델을 기용하는 데 동참하고 있다.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모델 라이언 자만(25)은 최근 퍼펙트 매거진을 위해 케이트 모스와 함께 모델로 화보를 촬영했다. 

뇌성마비를 앓는 모델 라이언 자만
뇌성마비를 앓는 모델 라이언 자만 ⓒPerfect Magazine

 

CNN에 따르면 자만은 ”나는 장애인 모델로 좋은 기회를 잡았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최선의 방법으로 장애인에 관한 대화의 장을 열고, 인식을 높이고 싶다. 다른 장애인도 나와 같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자만은 퍼펙트 매거진 화보 촬영 현장에서 모든 사람이 그의 장애를 미리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촬영 현장에서 다른 사람이 내 장애를 인지하는 게 도움이 됐다. 어떤 일에 도움이 필요하거나 잠깐 앉아있기 위해 나 자신을 정당화하거나 설명하지 않아도 됐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패션 브랜드들은 화보에 장애인 모델을 등장시키는 변화뿐만 아니라 더 많은 장애인 직원을 고용하기 위한 노력도 동시에 하고 있다. 이는 사회적 요구이며 다양성을 중요시하는 브랜드 가치를 보여주는 일환이다. 

프라다 매장
프라다 매장 ⓒSOPA Images via Getty Images

 

프라다는 올해 1월부터 장애인 고용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사업인 ‘더발류500’ 사업에 합류했다. 명품 브랜드 중 첫 참여다. 프라다는 이에 따라 더 많은 장애인 직원을 고용할 예정이다. 프라다는 이탈리아 매장에 장기적으로 다운신드롬을 가진 직원들을 대폭 고용할 방침을 발표했다. 

또 2020년 럭셔리 대기업 LVMH는 장애인의 채용을 촉진하는 ‘국제 노동 기구 글로벌 비즈니스 및 장애 네트워크’ 헌장에 서명했다. LVMH 산하 브랜드 중 하나인 뷰티 전문 브랜드 ‘세포라’는 소매업체 유통 센터 인력의 9%를 장애인으로 채용하고 있다. 또 세포라의 미국 미시시피 센터에는 약 30% 이상의 인력이 장애인으로 이루어져 있다.  

러시아 패션 디자이너 타티아나 말치코바의 패션쇼에 선 휠체어 탄 장애인 모델 
러시아 패션 디자이너 타티아나 말치코바의 패션쇼에 선 휠체어 탄 장애인 모델  ⓒvia Associated Press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패션쇼나 매장에 장애인을 위한 편의 시설 확보도 중요한 과제다. 온라인 쇼핑이 가능한 브랜드 웹사이트에서 아직 시각 장애 고객을 위한 적절한 화면 판독 기능을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경우도 많다. 

뉴욕 파슨스 디자인 스쿨 ‘오픈랩스타일’의 최고 브랜드 책임자 크리스티나 말론은 ”패션 브랜드들이 장애인 모델을 화보에 기용하는 건 혁신적인 변화다. 하지만 장애인을 위해 실질적인 접근성 개선을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안정윤 에디터: jungyoon.ahn@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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