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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6월 14일 14시 08분 KST

"한 끼에 만 원은 기본" 숨 막히게 오르는 물가 상승률에 취업준비생·비정규직·1인 가구 청년들의 시름도 깊어진다

7천 원으로 한 끼 해결 가능한 백반집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뉴스1
서울 동작구 노량진 학원가 컵밥집.

“맛은 그대론데 ‘프리미엄’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서 만원을 훌쩍 넘기는 국밥집들이 많아졌더라고요. 저렴한 백반집보다 는 이제는 한 끼에 1만원∼1만5천원 하는 식당들이 거리에 줄지어 들어선 모습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오죠.”

서울에서 자취하는 취업준비생 박아무개(28)씨는 최근 끼니 해결 때문에 고민이 많다. 70∼80만원인 한 달 생활비 가운데 식비만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고 한다. 그는 “대학가 근처에서 5천∼6천원으로 끼니를 해결하곤 했는데, 불과 1~2년 사이에 7천∼8천원으로도 한 끼 해결 가능한 백반집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메뉴 하나당 만원이 훌쩍 넘는 식당들이 거리에 줄지어 들어선 모습 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식재료 등 밥상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취업준비생·비정규직 1인 가구 청년들의 시름도 덩달아 깊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정보서비스 제공
2021년 5월 대비 2022년 5월 기준. (서울)

서울 서대문구에서 홀로 사는 취업준비생 박경민(23)씨도 최근 식비가 감당이 안 돼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나 더 늘렸다. 박씨는 “올해 2∼3월 사이 물가가 너무 올라 한 달 80만원 생활비가 부족해져 과외 아르바이트를 더 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지난해 주로 식재료를 구입해 집에서 요리했다는 그는 이제는 외식이 더 저렴하다고 판단해 밖에서 주로 끼니를 해결하곤 한다. 박씨는 “버섯, 닭가슴살, 대파 등 계란 볶음밥을 자주 해먹는데, 지금은 재룟값이 다 올라 집 앞에서 저렴한 핫도그 등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사는 프리랜서 김아무개(26)씨도 “일하는 곳이 주로 강남 일대인데, 밖에서 끼니 해결하는 게 점점 힘들어진다. 집에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면 나눠서 냉장고에 넣어두기도 하고, 강남 쪽에서 불가피하게 밥을 사 먹어야 할 경우 무조건 편의점에 가서 삼각김밥이나 샌드위치를 사 먹는다. 밥값은 점점 오르는데 월급은 제자리다. 최근엔 쉬는 날 돈을 더 벌기 위해 보조 출연 같은 아르바이트도 시작했다”고 했다.

getty
기사와 무관한 자료 사진.

청년들의 식비 지출이 늘어난 데에는 최근 ‘가성비’ 메뉴들의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탓이 크다. 13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사이트 참가격을 보면, 서울 기준 지난달 자장면 1인분 가격은 6223원으로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15.6%(5385원) 상승했다. 김밥 가격도 한 줄 기준 2908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8%(2692원)가량 올랐다. 서민들이 가장 흔하게 즐겨 먹는 외식 메뉴 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소득 대비 식비 지출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의 경우 고소득층보다 물가 상승에 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전국 1인 이상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소득 5분위별 가구당 가계수지 자료(통계청 국가통계포털)를 보면, 지난 1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월평균 가처분소득(84만7039원) 가운데 식료품∙외식비로 지출한 비중은 42.2%(35만7754원)로 집계됐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식비 지출은 가처분소득의 13.2%(111만7565원)다.

 

한겨레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고병찬 기자 ki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