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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먹고 운전대 잡았어도 사고를 막기 위해 운전했다면 '무죄'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A씨는 술 먹고 주차장까지 10m를 운전했다.

ⓒApriori1 via Getty Images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았더라도 교통방해와 사고위험을 줄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면 무죄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동부지법 형사6단독 손정연 판사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씨(40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지난 6월30일 A씨는 서울 성동구 한 도로에서 건물 내 주차장까지 약 10m를 술에 취한 상태로 운전했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32%로 면허 정지 수준이었다.

그가 직접 운전대를 잡게 된 경위는 이렇다. 당시 A씨는 일행 2명과 술자리를 한 뒤 노래방에 가기 위해 대리운전 기사를 불렀다. 

A씨가 둑방길에서 대리운전 기사 B씨에게 “과속방지턱이 많은데 밟고 서고 밟고 서고 하시니까 천천히 가달라. 급하신 거 있으면 다른 사람을 부르겠다”고 말하자 B씨는 “출발지로 돌아가겠다”며 말다툼이 시작됐다.

일행들이 다툼을 말려 기사 B씨는 계속 운전을 했다. 그러나 B씨는 노래방 건물 옆 주차공간으로 진입하려다가 차 바퀴가 도로경계석에 부딪치자 노래방 건물 앞에 차를 세워 놓고 내렸다.

차는 편도 2차 도로에서 2차로에, 버스정류장과 소화전으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정차된 상황이었다. 이에 A씨 일행은 차에 내려 지나가는 차가 없을 때 A씨가 차를 후진할 수 있도록 수신호를 했고, 다른 일행 1명은 주차장 앞쪽에서 수신호를 했다.

이 장면을 대리운전 기사 B씨가 동영상으로 촬영한 뒤 차 주인 A씨를 음주운전으로 신고했다.

ⓒNiroDesign via Getty Images

 

재판부 “차를 운전할 의사는 없던 것으로 보인다”

손 판사는 해당 위치에 차가 계속 있었으면 다른 차량의 정상적인 교통흐름을 방해하는 정도가 작지 않고 교통사고의 발생 가능성도 있다며 A씨의 행위를 형법 22조 1항의 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봤다.

손 판사는 “피고인은 교통방해와 사고위험을 줄이기 위해 약 10m 떨어져 있는 주차장까지만 차를 이동시켰을 뿐 더이상 차를 운전할 의사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당시 피고인의 혈중알코올농도와 차량 이동거리에 비춰보면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타인의 생명과 안전에 대해 발생하는 위험은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평가된다”면서도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확보되는 법익이 침해되는 이익보다 우월했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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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음주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