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세기말 감성 1990년대 탑골 드라마 7선

돌아온 '해피타임'

그때의 드라마를 사랑했다. 한 손엔 꼭 전공 서적을 들고 캠퍼스를 누비는 언니 오빠의 모습을 동경했고, 지하철에서 우르르 쏟아져나오는 넥타이부대의 힘찬 발걸음을 좋아했다. 뜀뛰기 걸음으로 ‘그대여~ 나의 눈을 봐요~’를 부르면 마치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된 것만 같던 시절이었다. 물론 전공 서적은 설정이고 넥타이 부대는 퇴근 중이라는 의심은 들지만, 여전히 재밌다. 시간은 조연을 스타로 성장시켰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방출시켰으니까. 세기말 감성 듬뿍 들어간 작품들로 7개를 골랐다. 캡처해서 소장하고 싶어질 테다. * 해당 콘텐츠는 약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햇빛속으로 (MBC. 1999)

주연 차태현, 김현주, 장혁, 김하늘 OST 조규만-다 줄거야, 더원-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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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햇빛속으로’

수찬이 아빠에게도 청춘은 있었다. 막 나가는 재벌 2세 남자와 평범한 여자의 사랑을 그렸던 ‘햇빛속으로’에서다. 그는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남자주인공 강인하 역할을 맡아 모성애를 자극하는 연기로 인기를 얻었다. 본래 차태현이 지닌 무심하면서도 자상한 츤데레 매력이 한껏 발휘돼 설렌다는 반응이 많았다.

1995년 데뷔 이후 첫 드라마 주연을 맡았던 작품으로 무려 3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후 차태현은 쭉 주연만을 맡았으니 기의 발판이었다고도 볼 수 있겠다. 또한 차태현을 비롯해 김현주, 김하늘, 장혁까지 당시에는 신인배우였던 이들이 현재는 모두 톱스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보기 드문 드라마다.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그들의 외모가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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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 (KBS. 1994)

주연_우희진, 김민종, 손지창, 이정재 OST 더 블루-그대와 함께

<strong><a href="https://www.wavve.com/player/vod?programid=K02_T1999-0090&amp;page=1"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KBS &lsquo;느낌&rsquo;</a></strong>
KBS ‘느낌’

1990년대 레트로 스타일의 실사판. 여주인공으로 나오는 우희진의 룩들이 다시 유행하고 있어 우희진을 비롯해 드라마가 새삼 주목받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우희진 얼굴에 매번 감탄하면서 본다”라거나 ”옛날 드라마 돌려보다 너무 예뻐서 놀랐다”는 코멘트들이 많다. 하지만 당시 그녀는 남다른 근무환경 때문에 질투를 받아서 인기를 누릴 새도 없었다. 삼 형제가 한 여자를 좋아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는데, 삼 형제로 손지창, 김민종, 이정재까지 꽃미남 배우들이 참여했기 때문.

자상하지만 플레이보이과의 ‘미대 오빠’ 손지창, 지적이지만 여자에게는 무관심한 ‘공대 오빠’ 김민종, 다혈질이지만 누구보다 순수하고 귀여운 ‘체대 오빠’ 이정재까지 제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 세 남자를 두고 이상형을 꼽는 게 여자들 사이에서 인기였을 정도였다. 손지창과 김민종은 드라마 이전부터 남성 듀오 ‘더 블루‘로 활동했었는데, 둘이 부른 드라마 주제곡 ‘그대와 함께’가 그야말로 메가 히트를 치면서 반짝스타를 넘어 국민 스타 반열에 오르게 된다.


미스터큐 (SBS. 1998)

주연_김민종, 김희선, 송윤아 OST 김민종-세상끝에서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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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미스터큐’

김희선은 사실상 드라마계 원탑이었다. 1990년대 트로이카를 꼽을 때 그녀는 한 번도 빠진적이 없다. 만 22세 때 ‘미스터큐’로 SBS 연기대상을 단독 수상하며 최연소 수상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10년 뒤 문근영이 역시 SBS에서 만 21세로 수상을 하면서 이 기록은 깨졌지만 그녀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는 결과다.

허영만 화백의 만화를 드라마화한 작품 ‘미스터큐‘는 란제리 회사인 ‘라라 패션’을 배경으로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이 능력을 발휘해서 성공한다는 스토리다. 신입사원 강토 역에 김민종, 디자인실 사원인 해원 역에 김희선, 둘의 사랑을 방해하는 디자인실 실장 주리 역에 송윤아가 등장한다. 특히 송윤아는 지적이면서도 도회적인 악녀로 분해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리는 계기가 된다. 평균 시청률 35.5%, 최고 시청률 45.3%를 기록했으며, 이 같은 인기는 직장인의 삶을 조명해 남성 시청자를 끌어모은 덕분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M (MBC. 1994)

주연_ 심은하, 이창훈, 김지수, 양정아 OST 최윤실-나는 널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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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M’

‘내 영혼이 아파오네’, OST 첫 소절만으로 소름이 돋는 드라마는 ‘M’ 이전에도 이후에도 찾기 어렵다. 10편으로 제작된 드라마는 1994년 8월 1일부터 30일까지 꼬박 한 달간 방영되었으며, 최고 시청률 52.2%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다. 이후 매해 납량 특집극들이 제작되었지만, ‘M’이 레전드로 기억되는 데에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낙태수술로 죽은 태아가 자신을 죽인 사람들에게 복수를 자행한다는 이야기로 남아선호 사상, 집단 강간, 성폭행으로 인한 자살, 동성애 등 사회적 문제를 담아냈었다. 더불어 주인공인 심은하는 본래의 자신인 박마리와 악마로 지칭되는 ‘M’사이에서 지속적인 인격 변화를 겪는데, 이를 ‘녹안(눈 색깔이 초록색으로 변함)‘으로 상징화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과거엔 심은하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볼 수조차 없었는데 다시 보면, ‘왜 이렇게 예쁘지?’라는 말이 매 장면마다 튀어나온다.

파파 (KBS. 1996)

주연_배용준, 이영애, 정찬, 최윤영 OST 뱅크-이젠 널 인정하려해

<strong><a href="https://www.wavve.com/player/vod?contentid=K02_PS-T2000-0451-1-000.1&amp;onair=n&amp;order=old&amp;page=1&amp;programid=K02_T2000-0451" target="_blank" rel="noopener noreferrer">KBS &lsquo;파파&rsquo;</a></strong>
KBS ‘파파’

일본과 중동의 한류 열풍을 만들어낸 두 배우가 약 30년 연기 인생에서 딱 한 번 만났던 드라마다. 배용준과 이영애가 이혼 후 오해를 풀고 사랑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로 20대 중반에 불과했던 두 배우가 역할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딸바보로 분한 배용준이 너무 멋지게 그려져 싱글파파에 대한 환상을 낳았다는 풍문도 있었다.

‘파파‘는 느낌을 비롯해, ‘광끼‘, ‘이브의 모든 것‘, ‘가을 동화‘, ‘겨울연가‘, ‘러브레터‘, ‘웨딩‘까지 트렌디 드라마의 정석을 써내려나갔다는 평가를 받는 오수연 작가의 작품이다. 고정관념에 구애받지 않는 설정과 톡톡튀는 캐릭터, 작위적이지만 만화같은 스토리로 사랑을 받았다. ‘파파’ 또한 자꾸만 두 사람을 엇갈리게 만드는 통에 시청자 모두가 재결합을 기원했더랬다. 마치 프랑스 여자를 떠오르게 하는 이영애의 패션이나 조연으로 등장하는 차태현, 이혜영, 이제니, 윤손하가 보는 재미를 더한다.

프로포즈 (KBS. 1997)

주연_김희선, 류시원, 이창훈, 조은숙 OST 홍지호-프로포즈, 너를 향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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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프로포즈’

드라마 OST 속 가사가 이야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넌 언제나 나에게 우정 이상도 아닌 이하도 아닌 편안한 친구로만 대했지, 하지만 이제는 이 말은 꼭 해야겠어 사실은 널 사랑한다고~’. 오래된 친구 사이인 김희선과 류시원, 그리고 새로운 남자 이창훈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우정과 사랑사이의 미묘한 감정을 잘 그려냈다.

‘느낌‘, ‘컬러‘, ‘웨딩드레스‘, ‘순수‘, ‘가을동화’부터 계절시리즈를 연출한 윤석호 PD의 작품으로 1997년도 KBS 우수프로그램상을 수상했다. 윤 PD 특유의 아름다운 화면과 풋풋하지만 꾸밈없는 청춘들의 사랑이 잘 어우러졌다는 평이었다. 물론 지금 와서 보면 성차별적 언행임이 분명한 대사들이 불편함을 자아내지만, X세대의 상징이 된 여주인공 김희선 특유의 발랄함과 솔직함이 이를 상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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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SBS. 1997)

주연_김남주, 장동건, 한재석, 염정아 OST Various artists-나, Ebba Forsberg-Hold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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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모델’

드라마 모델은 스타 배우의 산실이었다. 김남주, 한재석, 장동건, 염정아, 소지섭, 송선미, 장혁, 단역으로 등장하는 류진과 원빈까지 지금은 한 드라마에서 모으기가 불가능한 캐스팅이 볼거리를 제공한다. 김남주를 사이에 둔 한재석과 장동건의 전형적인 삼각관계 이야기이지만 모델들의 고뇌와 숙명 등 업계의 명암을 그려내면서 뻔하지 않은 결말로 이어진다.

당시 ‘굳이 이런 사치스런 소재를 다뤄야 하냐’는 반응과 더불어 기자들이 뽑은 97년 최악의 드라마 2위로 선정되기도 했다. 3위는 MBC ‘별은 내 가슴에’였다. 드라마 방영 시점이 IMF 외환위기 직전이었기 때문에 이런 날선 반응을 이해 못할 것은 아니다. 경제 호황기에서 불황기로 이어지는 급변 속에서 나타나는 퇴폐적인 분위기, 불안한 사회상이 드라마 속에서도 드러나 또 다른 의미의 세기말적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