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30세 청년이 한 노래를 듣고 11년 전 사고로 잃었던 기억을 되찾은 사연을 소개한다. 사건의 주인공은 19살 때 교통사고를 당했던 토머스 리즈다.

BBC에 따르면 그는 길을 건너다 차에 치여 큰 사고를 당했고, 이후 후유증으로 이전까지의 기억을 모두 잃었었다고 밝혔다. 

사고를 낸 차의 지붕까지 올라갔다가 머리로 추락한 리즈는 외상이 적어 다음날 퇴원할 수 있었지만, 이후 어지럼증을 겪어 다시 찾은 병원에서는 뇌에 혈병(혈액이 응고하며 생기는 덩어리)이 고여 죽음의 직전까지 가 있었다는 충격적인 진단을 받았다.

혈병 제거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난 듯 보였지만, 이후 그는 ”아기처럼 두려움을 느끼지 못하는” 수술 부작용을 겪었다. 심지어 그의 병문안을 온 이들을 잘 기억해내지 못했다고. 퇴원 이후엔 유년시절부터 살던 집에 대한 기억까지 온전하지 못했고, 리즈는 사실상 사고 전까지의 기억을 모두 잃었다. 심지어 그에겐 안면인식 장애라는 새로운 병마저 생겼다.

사고 이후 인터넷을 통해 한 여성을 만나고,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한 리즈는 아내 소피의 노력 덕에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 소피가 빨간색으로 머리를 계속 염색하여 리즈가 그를 알아볼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감에 따라 성격마저 변했던 리즈가 11년만에 기억을 찾은 방식은 다름 아닌 80년대 유행했던 영국 그룹 ‘더 워터보이즈‘의 곡 ‘더 홀 오브 더 문(The Whole of the Moon)’을 듣고 난 후다.

″(기억이 돌아온 순간은) 마법 같은 경험이었다”고 밝힌 리즈는 ”파란 바닥에 앉아서 라디오를 듣고 있었다. 그러더니 곧 다른 장소에서 어떤 사람의 손을 잡았던 기억이 나더니, 다른 기억까지 떠올랐다”고 밝혔다. 어렸을 적 자신 앞에 놓여 있던 크리스마스트리를 떠올린 그는 ”한 여성이 내 앞에 웃으며 서 있었다. 젊었을 적 어머니였다”며 되돌아온 기억에 대해 말했다.

갑자기 되살아난 기억에 대해 콜린 쉬프 의사는 기억은 향, 맛, 감촉 등의 ”화학적인 반응들”로 이루어져 있기에 이 일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큰 기억을 소환하기 위해서는 작은 요소만 있으면 된다. 그 요소가 곧 기억을 발현하도록 작용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 

심지어 리즈는 치료의 목적이 아니라, 그저 본인의 30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80년대 노래 리스트를 재생했다는 점이 더욱 인상적이다. 

놀라운 경험은 끝이 아니었다. 리즈가 노래로 기억을 되찾은 지 몇 년 후 유튜브를 통해 영화 ”더 스노우맨”을 보던 와중, 또 다른 기억이 되살아난 것이다. 독특한 이미지와 사운드트랙이 리즈에게 학교 식당에서의 점심시간에 대한 추억을 불러왔다.

아직 완전한 기억을 되찾진 못했지만, 어린 시절의 자신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리즈는 최근 어린아이들을 위한 판타지 동화를 쓰기도 했다.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는 회고록 대신 치유적인 동화를 쓰며, 어려울 수도 있는 일을 ”새롭고 흥미로운 일”로 바꾼 것이다. 

이제 자신 인생의 다음 장이 궁금해졌다고 밝힌 그는, 여전히 과거 기억을 되찾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사고 이후 18년이 지났고 현재 내 모습이 나를 만든다. 내가 과거 어떤 사람이었는지 조금이나마 기억을 되찾은 것은 다행이지만, 지금 내 모습도 온전한 나다”라며 소감을 밝혔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보냈던 크리스마스에 대한 기억을  소중히 간직한 채, 리즈는 ”예전 내 모습에 대한 약간의 기억이 미래를 맞설 수 있게 돕는다”며 앞으로의 삶에 대한 기대감 또한 내비쳤다.

토머스 리즈에 대한 소식은 그의 트위터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혜준 기자: huffkorea@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