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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누른 이낙연, 차기 대선 가도 굳혀갈까?

‘대세론’ 확산에 필요한 고개 하나를 넘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방송을 시청한 후 발언하고 있다. 2020.4.15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21대 국회의원선거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방송을 시청한 후 발언하고 있다. 2020.4.15 ⓒ뉴스1

이변은 없었다. 15일 방송 3사의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선거 출구조사 결과 이낙연(68) 더불어민주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이 53%를 얻어 44.8%에 그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를 여유 있게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출구조사 결과대로라면, 대선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는 그로선 ‘대세론’ 확산에 필요한 고개 하나를 넘은 셈이다. 이 위원장은 투표 전 실시된 모든 여론조사에서 황 대표에게 한차례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낙연 위원장은 출구조사 결과가 나온 뒤 “저희는 선거기간 중에도 코로나 위기의 조속한 극복을 이루라는 국민의 막중한 주문을 절감하며 선거에 임했다. 선거 이후에도 저희들은 국난 극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서 혼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에게 이번 승리는 국회의원 선수를 하나 늘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에서, 대선주자 선호도 2위를 지켜온 제1야당 대표에게 넉넉한 표차로 승리했다는 것은 여권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대선 카드라는 인식을 지지층 사이에 각인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선거기간 종로 지역구에 매이지 않고 전국 각지로 지원유세를 다닌 것도 그에겐 중요한 정치 자산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그는 선거기간 초반 각종 여론조사에서 큰 폭의 차이로 1위 자리를 지키며 ‘적장’인 황 대표를 종로 지역구에 묶어버렸고, 자신은 경기·부산·경남·충남·충북·경북을 돌며 경합 지역 판세를 바꾸는 데 힘을 보탰다. 수도권 경합지역의 한 선거캠프 관계자는 “전국적 인지도를 지닌 이 총리가 지원유세를 펼쳐준 게 선거 분위기를 바꾸는 데 큰 힘이 됐다. 우리로선 큰 빚을 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다음 목표는 민주당의 당권 레이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총선 결과에 따라 앞당겨질 수도 있지만,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당의 간판이 누가 되느냐가 결정되는 자리다. 대선 가도를 탄탄히 다지기 위해 당내 세력 구축이 절실한 이 위원장은 직접 당대표에 출마하거나, 당내에 우호 세력을 만드는 기회로 전당대회를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 위원장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전국 각지에 출마한 민주당 후보 40여명의 후원회장을 맡았다. 별다른 당내 세력기반이 없었던 이 위원장에게 총선 때 그의 도움을 받은 후보자들은 당선 여부와 무관하게 민주당 내 이낙연 우호 세력으로 남아 있게 될 공산이 크다.

당의 열성 지지층인 친문재인 세력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도 남아 있는 과제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총리로 낙점되기 전까지는 문 대통령과 인연이 깊지 않았다. 한동안 민주당 안에선 ‘손학규계’로 분류되어온 그가 총리로 발탁된 것도 문 대통령의 ‘호남 민심 다독이기’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그는 행정부 2인자로서 내각을 큰 잡음 없이 이끌며 친문 세력의 인정을 받았고 이를 기반으로 대선주자 선호도 1위까지 올랐다.

문제는 차기 주자로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 자기 업적을 만들면서 독자적 목소리를 내려고 할 경우, 문 대통령과 정치적 거리두기가 불가피해진다는 점이다. 친문 세력의 ‘용인’ 아래 문 대통령의 후원을 업고 영향력을 키워온 이 위원장으로선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정치적 시험대에 서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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