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2020년 11월 05일 16시 36분 KST | 업데이트됨 2020년 11월 05일 18시 15분 KST

트럼프 재선 저지가 유력하지만 민주당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압승'으로 트럼프와 공화당의 기세를 꺾을 수 있기를 기대했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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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윌밍턴, 델라웨어주. 2020년 11월4일.

워싱턴 (AP) - 미국 민주당은 백악관을 되찾고 상원과 하원 다수당을 탈환하는 승리를 통해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이미지로 재탄생한 공화당을 의문의 여지 없이 거부했음을 보여주기를 기대하면서 선거에 임했다.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투표가 마감된 지 12시간이 넘게 지난 시점에서 바이든은 몇몇 경합주에서 개표가 진행 중인 가운데 근소한 리드를 달리고 있다. 일반투표(popular vote)에서는 넉넉히 앞섰다. 그러나 다음 날인 4일 오후 현재, ‘민주당 바람’은 잘 보이지 않는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탈환을 노렸던 주요 상원의석을 지켜냈고, 하원에서는 민주당의 다수당 지위 탈환을 노리고 있다. 또한 설령 트럼프가 결국 패배하더라도 대통령 선거가 접전으로 펼쳐진 탓에 바이든 정권이 진보적인 정책들을 추진하거나 트럼프 시대의 문화적이고도 당파적인 균열에서 빠르게 벗어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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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이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 후보와 함께 개표 이틀째인 4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바이든은 이 자리에서 승리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2020년 11월4일.

 

″트럼프 연합은 어쩌면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단단하고, 끈질기고, 유능할지도 모르겠다.” 버지니아의 민주당 6선 하원의원 제럴드 코놀리가 말했다. ”이 나라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양극화되고 분열되어 있다.”

트럼프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기대했던 ‘블루 웨이브(민주당 바람)‘가 전혀 나타나지 않은 것에 깊은 실망을 드러내고 있지만 바이든의 측근들은 정치권이 한 걸음 물러서서 큰 그림을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버락 오바마의 측근을 지냈던 댄 파이퍼는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담긴 글을 미디엄에 올렸다. 제목은 ‘바이든이 승리하고 있으니 그렇게 행동하라’였다.

″공화당은 바이든이 어떻게 이겼느냐에 대해 비난을 늘어놓음으로써 이미 그의 국정 운영능력을 무력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파이퍼가 적었다.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 걸려있는 게 너무나도 많다.”

트럼프가 패배한다면 그 격차가 어떻든 간에 그는 1992년 이후 처음으로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이 된다. 바이든은 4년 전에 트럼프가 차지했던 지역 중 이미 애리조나와 위스콘신, 미시간 등 세 개 주를 탈환했다. 바이든은 이른바 민주당의 ’블루월(Blue Wall, 민주당의 오랜 지지기반이었던 북서부주들) 재건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바이든 캠프의 오말리 딜런 선거대책본부장은 4일 기자들과 만나 ”오늘 (바이든 전) 부통령은 역사상 그 어느 대선후보보다 많은 표를 얻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우리는 치열한 선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왔다.”

그럼에도 선거일 직전까지 여론조사에서는 민주당이 곳곳에서 크게 승리할 것이라고 나왔지만, 정치적 성향을 불문하고 높은 투표율이 기록된 가운데 트럼프와 공화당 지지자들이 대거 등장할 것이라는 점은 짚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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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로 나섰던 제이미 해리슨.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팔' 린지 그레이엄 의원에게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제이미 해리슨(vs 린지 그레이엄)이나 켄터키의 에이미 맥그래스(vs 미치 매코널), 텍사스의 MJ 헤가르(vs 존 코닌) 등 한 때 희망을 걸었던 민주당 상원의원 도전자들은 전국에서 선거자금 후원이 쇄도했음에도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2018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탈환에 기여했던 초선 의원들 중 일부도 예상보다 강력했던 공화당 후보들의 도전에 쓰러졌다. 민주당은 도심과 교외지역에서 많은 표를 얻었지만 공화당이 작은 마을과 시골 지역에서 대거 표를 끌어오면서 우위를 잃었다.

민주당에게 우려스러운 신호도 있었다. 트럼프가 일부 흑인 및 라틴계 커뮤니티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린 것이다.

″텍사스 남부에서 트럼프에게 표를 준 라티노들이 분명 꽤 많았다.” 민주당 텍사스 위원장 질베르토 이노호사가 말했다. 그는 하원의원 선거구 몇 곳을 탈환하고, 텍사스주 하원의 다수당을 가져올지 모른다는 기대로 하루를 시작했다. 들 중 어떤 것도 벌어지지 않았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던 것과 실제 결과에서 이렇게나 큰 차이가 난 이유가 뭔지 이해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가 말했다. ”놀랐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전국적으로 공화당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을 것으로 거의 확실시되는 민주당으로서는 이처럼 변화하는 정치 지형이 난제가 아닐 수 없다. 현재 개표 흐름대로라면, 민주당은 지난 여덟 번의 대통령선거 중 일곱 번의 선거에서 일반투표 승리를 차지하게 된다. 유일한 예외는 2004년의 조지 W. 부시였는데, 그는 부친 (조지 부시)의 1988년 압도적 승리 이후 처음으로 일반투표에서 승리한 공화당 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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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개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스탠턴, 캘리포니아주. 2020년 11월3일. 

 

다양한 후보들이 출마했던 민주당 경선에서 바이든의 핵심 주장은 자신이야말로 민주당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것이었다. 고령층과 무당층은 물론, 중도 성향의 공화당 지지자들까지 끌어올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그는 다른 주요 인구집단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거나 적어도 트럼프의 지지층을 잠재우고 의회를 탈환할 만큼으로 외연을 확장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이 아이오와, 오하이오, 텍사스 같은 곳들에서 4년 전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보다 더 뛰어난 성적을 거둔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 역시도 승리를 가져오는 데에는 실패했다. 민주당은 바이든이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에서 신승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민주당의 베테랑 전략가인 제시 퍼거슨은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었던 ‘블루월(Blue Wall;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거둔 성적을 실패로 규정하는 것은 근시안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은 또 1990년대 이후로는 민주당 대선후보를 선택한 적이 없는 애리조나를 탈환했고, 조지아에서도 가능성을 엿보고 있다.

퍼거슨은 바이든이 근래 들어 ”그 어떤 민주당 후보보다도 진보적인 공약”을 들고 나왔음에도 이런 성과를 거뒀다고 강조했다.

″가장 최근에 현역 대통령이 패배한 게 28년 전이다.” 퍼거슨이 말했다. ”현역 대통령은 잘 패배하지 않는다. 이번 선거는 (현직 대통령의) 패배가 될 것이고, 완전한 패배일 것이다.”

퍼거슨과 이노호사는 이와 같은 엇갈린 선거 결과는 민주당이 근본적인 개혁을 시행해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노호사는 텍사스의 사례를 언급하며 트럼프가 공략에 성공한 라티노들이 공화당에 대한 장기적인 충성 지지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또 그는 코로나19 유행을 이유로 민주당이 몇 개월 동안이나 가가호호 방문 선거운동을 중단하는 동안 공화당 현장 선거운동원들이 유권자들을 직접 공략했던 것도 민주당의 발목을 잡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상황이었던 만큼 그게 잘못된 결정이었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영향이 있었다.” 그가 말했다. ”우리는 총싸움에 칼을 들고 나갔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