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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프 뇌피셜 어워드] 치명적이고, 촌스럽고, 날카롭고, 잔잔했던 2020년 네 편의 드라마들

2020년 8월부터 12월까지, 첫 방송부터 지켜 본 네 편의 드라마들.

  • 라효진
  • 입력 2020.12.30 17:19
  • 수정 2020.12.31 09:21

 

[허프 뇌피셜 어워드]

‘허프 뇌피셜‘은 ‘드라마는 4회 승부’라는 드라마 팬들의 말에서 출발했습니다. 주목받는 작품들의 첫 주 방송을 보고 앞으로 흥할지, 망할지를 점쳤는데요. 온전히 ‘드덕(드라마 덕후)‘의 관점으로 지켜 본 드라마들이 tvN ‘악의 꽃’, SBS ‘앨리스’, tvN ‘비밀의 숲’ 시즌2,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등 올해 총 네 편이었습니다.

1회부터 마지막회까지 보는 동안 우려스러웠던 부분, 기대된 부분들을 되짚어 가며 최종 허프 뇌피셜 지수를 매겨 보았습니다.

아, 올해 안에 끝날 줄 알았던 SBS ‘날아라 개천용’은 촬영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주연 배성우가 물의를 빚고 하차하며 종영까지 미뤘는데요. 대타로 배우 정우성이 출연한다니, 내년 상반기 어워드에서 다시 만나 보도록 하겠습니다.

(각 드라마의 내용과 결말이 일부 담겼습니다.)

 

1. ‘악의 꽃’ [최초 허프 뇌피셜 지수 : 50]

공식 커플 밀었는데 사약 한 사발 마시고 시작하는 드라마

tvN '악의 꽃'
tvN '악의 꽃' ⓒtvN

첫 주 평균 시청률 3.15% -> 마지막 주 평균 시청률 5.4% (이하 전국 기준, 닐슨코리아)

 

배우 이준기와 문채원이 각각 연쇄살인마 남편과 형사 아내로 등장한 ‘악의 꽃‘은 이들이 2년 만에 선보이는 안방극장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앞서 OCN ‘크리미널 마인드’에서 호흡을 맞춘 두 사람이었지만, 당시 처참한 시청률을 기록했었는데요.

‘악의 꽃’은 처음부터 조금 독특한 길을 가기로 합니다. 서스펜스 스릴러는 맞는데, 멜로가 8할이라는 것이 제작진과 출연진의 설명이었습니다.

첫 주 방송에서는 이러한 ‘악의 꽃’만의 특색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다소 난잡하게 던져진 떡밥들이 많았고, 멜로는 ‘한 줌’ 뿐이었습니다. 이대로 괜찮을까? 그래서 최초 허프 뇌피셜 지수는 낮았습니다.

그러나 회를 거듭하며 제작발표회에서 문채원이 했던 ”멜로가 8, 서스펜스가 2″라는 말이 점점 납득되기 시작합니다. 첫 주 평범한 사이코패스(?) 이상의 인상을 주지 못했던 희성(이준기) 캐릭터의 불안정함이 서사에 녹아나며 지원(문채원)과의 로맨스도 치명적 매력을 발했기 때문이죠. 분명히 14년을 사랑해 온 현 부부인데, 새로운 애정 관계가 생겨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마지막회까지 계속된 희성-지원 커플 ‘사약길’ 역시 괴롭기 보다는 ‘꽃길’로 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는데요.

여기에 진짜 희성 역으로 등장한 배우 김지훈의 파격 변신과 연기력은 압권이었습니다. 사실상 ‘악의 꽃’ 화제성을 가져간 건 ‘찐 연쇄살인마’ 김지훈이었죠.

다만 처음 예상처럼 멜로가 서스펜스에 이용된 것이 아니라 그 반대였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결말까지 스릴러 장르물의 긴장감을 기대하신 분들에게는 다소 허술한 전개로 보일 수 있겠습니다.

수목 오후 11시 자리인데다가 목요일에는 올 상반기를 점령한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과 맞붙었음에도, 시청률은 꾸준히 올랐습니다.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 최종회에서는 자체최고시청률을 경신하기도 했죠.

독자 여러분... 사과 드립니다... 확실히 최초 허프 뇌피셜 지수 50점은 좀 짰네요. 상투적이지 않았지만 장르의 완급조절에 다소 실패했고, 뻔한 연기력 감상 드라마에 남을 뻔했지만 김지훈이라는 조커를 등장시켰다는 점에서 [최종 허프 뇌피셜 지수 : 75]로 매겼습니다.

 

 

2. ‘앨리스’ [최초 허프 뇌피셜 지수 : 75 ]

77년생 김희선이 87년생 주원 엄마 되는 SF

SBS '앨리스'
SBS '앨리스' ⓒSBS

첫 주 평균 시청률 7.65% -> 마지막 주 평균 시청률 8.05%

 

고백하자면 저는 아직도 ‘앨리스‘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설정은 많은데 이를 끝까지 잘 마무리지었냐고 한다면 아니라고 말 할 수밖에 없습니다.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세계관이 꼬여 가는데 이걸 극 중 ‘양자 얽힘 현상’으로 눙친 부분들이 안타깝습니다.

사실 ‘앨리스‘는 태이(김희선)가 진겸(주원)을 낳지 않으면 끝나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만일 그랬다면 드라마가 1회에서 종영됐을 테니까 태이는 진겸을 출산해야만 하죠. 이 이야기의 근간이자 생명력인 태이의 선택에 ‘모성애‘보다 더 나은 이유가 있지 않다면 ‘앨리스’는 그저 김희선과 주원의 연기력을 보기 위해 시청하는 드라마 이상의 가치를 갖지 못합니다.

하지만 ‘앨리스’는 마지막회 엄마를 구하러 온 늙은 진겸에게 ”자신을 낳지 말라”는 소리를 듣고도 태이에게 ”내가 이 아이의 엄마다. 내가 잘 키우면 돼”라는 고집스런 대사를 시키고야 맙니다. 진겸과 태이가 서로를 알아보는 결말에서 풍기는 멜로 냄새도 묘한 찜찜함을 남깁니다.

시청률은 동시간대 전작들에 비해 높습니다. 자체최고시청률은 10.1%까지 나왔죠. 추이를 보면 월요일에 떨어졌다가 화요일날 오르는 현상이 반복됩니다. 짝수 회차에 주요 내용들이 나와서였을까요?

작가의 능력을 벗어난 세계관과 SF라는 장르를 서사의 허술함에 대한 변명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앨리스’의 [최종 허프 뇌피셜 지수 : 45 ]입니다.

 

 

3. ‘비밀의 숲’ 시즌2 [최초 허프 뇌피셜 지수 : 80]

서론이 길지만 아직 지쳐서는 안 된다

tvN '비밀의 숲' 시즌2
tvN '비밀의 숲' 시즌2 ⓒtvN

첫 주 평균 시청률 7% -> 마지막 주 평균 시청률 8.85%

 

3년 전 수많은 마니아들을 남기고 종영했던 ‘비밀의 숲’ 시즌2가 제작된다는 소식은 이 작품을 2020년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등극하게 했습니다. 특히 시즌2의 화두인 ‘검경 수사권 조정’은 방영 당시 약 30년 간 이어진 논의가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시점이었기에 더욱 주목됐습니다.

여기에 시즌 1에서 공조했던 황시목(조승우)와 한여진(배두나)이 각각 검찰과 경찰 대표로 맞설지도 모른다는 점도 흥미로웠죠.

‘비밀의 숲’ 시즌2는 첫 주 분량을 이 검경 수사권 조정의 역사를 설명하는 데 할애했습니다. 16부작 드라마에서 이 정도면 상당한 파격이죠. 하지만 설명을 어중간하게 하고 넘어갔다가는 이해가 안 돼 손절하는 시청자들이 적지 않을 터였습니다.

‘살을 내 주고 뼈를 치는’ 심정이었을 선택은 시청률로 나타났습니다. 1회에 비해 2회 시청률은 1.2%p가 빠졌기 때문이죠. 이후 시청률은 안정적으로 6~7%대 유지하다가 막판 4회에서 급상승했습니다. 서동재(이준혁) 실종사건으로 다소 밋밋하던 전개에 긴장감이 더해지면서 나타난 상황으로 보이네요.

이번 시즌은 ‘비밀의 숲‘이라는 콘텐츠가 시리즈로 안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했습니다. ‘한 방’ 없이 소소하게 흘러가는 전개로도 꽤 기본 시청률은 잡았으니까요. 누가 봐도 시즌3을 염두에 둔 것 같은 마지막 회까지, 다음은 황시목과 한여진이 어떤 사회적 외피를 뒤집어 쓴 비밀 사건들을 파헤칠 지 궁금해지네요. [최종 허프 뇌피셜 지수 : 85]

 

 

4.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최초 허프 뇌피셜 지수 : 85]

서른 즈음에 만나는 클래식 멜로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주연 배우 박은빈, 김민재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주연 배우 박은빈, 김민재 ⓒ김민재 인스타그램

첫 주 평균 시청률 5.15% -> 마지막 주 평균 시청률 5.8%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오랜만에 만나는 클래식 소재 드라마였습니다. 다채로운 영상미와 다소 자극적인 스토리의 장르물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상황에서 이 드라마는 ‘정통 청춘 멜로’로 출사표를 내밀었습니다. 동시간대에도 지명도 높은 배우들의 장르물이 포진한 터라 대진운도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크게 오르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시청률 추이를 유지하며 월화극 1위를 공고히 지켰습니다. 달고 짜고 매운 음식들이 가득한 일상에서 가끔은 슴슴한 평양냉면이 생각나는 이치인 걸까요?

처음 예상처럼 이 드라마는 시종일관 ‘촉촉한’ 감성으로 시청자들을 찾았습니다. 스물아홉 경계에서 인생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클래식 음악 학도들이 주인공인지라 감성이 다소 ‘축축‘해질 수도 있었지만, 송아(박은빈)와 준영(김민재)가 어긋나고 또 다시 만나는 장면과 대사에서는는 강신재 ‘젊은 느티나무’의 비누 냄새가 납니다.

갈등의 방향은 예측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송아와 준영이 만나기 전부터 좋아했던 사람들과의 관계,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의 차이가 씨실과 날실로 얽혀 두 사람의 서사로 거듭났습니다. 이 이야기가 너무 심심하지만 가슴을 울렸던 건 송아와 준영이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에 각자의 꿈을 존중하는 부분을 반드시 넣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최종회에서 준영이 바이올린을 포기한 송아의 오른손 네 번째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 주는 대목이 화룡점정이었죠. 드라마는 바이올리니스트들이 결혼 반지를 왼손이 아닌 오른손에 끼운다는 이야기를 이미 했으니까요.

여러 사람이 감정으로 관계돼 있는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고구마‘를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지만 사랑과 삶을 아직 어린 ‘청춘’의 이름으로 그린다는 어려운 과제를 수행했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오랜 여운을 남겼습니다. [최종 허프 뇌피셜 지수 : 90]

 

라효진 에디터 hyojin.ra@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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