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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대는 우리가 정신 건강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었다

셀러브리티들의 영향이 컸다

정신 건강을 긍정하고 오명을 씌우지 않는 사회가 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아직도 정신 질환을 암이나 당뇨 등 다른 질환과 같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치료를 받는데도 비용과 진료소 부족 등 극심한 장벽이 있다. 미국의 집권층은 툭하면 총기 난사 사건을 정신 건강의 탓으로 돌리고, 정적에 대해 이야기할 때 정신 건강에 관련된 경멸적 표현을 쓴다.

내가 처음으로 정신 건강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한 2013년의 상황은 지금과는 또 달랐다. 미디어에서 이런 이슈는 거의 다루어지지 않았고, 셀러브리티나 일반인의 ‘변덕스러운 행동’을 주로 다루며 ‘기이하다’거나 ‘재미있다’고 묘사했다. 자살에 대한 보도는 둔감했고 미화했으며 음란했다.

하지만 10년 동안 상당한 진전을 이루기도 했다.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상담을 받는다. 밀레니얼 세대와 Z 세대는 베이비 부머와 X 세대에 비해 훨씬 더 정신 건강에 대해 기꺼이 이야기한다. 느리긴 해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건 분명하다.

2010년 이후 있었던 비극적인 사건들, 긍정적인 사건들의 영향이 크다. 지난 10년간 우리가 정신 건강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방식에 영향을 준 사건들을 모았다.

 

로빈 윌리엄스 등 사랑받는 셀러브리티들의 죽음

ⓒDnHolm via Getty Images

2014년 8월,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에 모두 충격을 받았다. 로빈 윌리엄스, 안소니 부르댕, 케이트 스페이드 등 유명인들의 죽음이 지난 10년간 정신 건강에 대한 시각을 바꾼 가장 눈에 띄는 사건들이었을 것이다.

미시간 정신의학 회장이자 미국 정신의학 협회 총무인 그레고리 댈럭은 셀러브리티 자살의 공공적 성격이 보다 큰 규모의 대화를 일으킨다고 말한다. 이 비극들이 “정신 건강에 대한 오명의 의식을 높이고 도움을 구하는 것이 중요함을 일깨운다”고 댈럭은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또한 그들의 죽음은 정신 질환이 나이나 사회경제적 지위와는 상관없이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는 걸 일깨워주었다.” 댈럭의 말이다.

이런 사건들은 우리가 정신 건강에 대해 이야기하는 방식을 분명 바꾸었지만, 슬프게도 자살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았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의하면 미국에서는 매일 123명 정도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10위에 해당하는 사인이다. (한국의 경우 2018명 기준 인구 10만명당 자살자수가 26.6명이다.)

이중에는 유명인의 자살이 불러온 자살도 있다. 유명인의 죽음에 대해 세세한 내용까지 보도되면서 일어나는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로 인한 것이다.

SAVE(Suicide Awareness Voices of Education, 자살 인식 교육 협회)의 댄 라이덴버그는 “이러한 비극적인 죽음들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간 자살자 수는 매년 증가했다.”고 허프포스트에 말했다. “이게 대중과 정부에게 정말 중요하다면 훨씬 더 많은 조치가 취해졌을 거라고 믿고 싶을 것이다. 셀러브리티들이 많이 죽어서만이 아니라, 그들과의 연결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이다.”

 

2016년 대선과 뉴스에 대한 스트레스

ⓒAndy Cross via Getty Images

미국의 경우, 2010년대에는 모두가 정치적 혼란을 겪었음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다. 2016년 대선, 쏟아져 나온 부정적인 뉴스, 끊임없는 문화적 혼란은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방식에 큰 영향을 주었다.

“우리 환자들 중에는 정치 뉴스가 일상의 스트레스에 일조했다고 최근 말한 이들이 많다.” 댈럭의 말이다.

미시간 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2016년 대선, 2017년 취임 등 세 가지 정치적 사건이 의과 인턴들의 기분에 미친 영향의 정도는 힘겨운 의료 수련 첫 몇 주와 같았다고 한다. “이 연구는 정치가 사람들의 개인적, 직업적 삶에 영향을 준다는 전반적 경향을 보여준다.” 댈럭의 설명이다.

성폭력, 총기 난사, 인종차별, 기후변화 등에 대한 뉴스도 사람들의 정신 건강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최근 10년은 뉴스와 정치가 나쁘기만 한 기간은 아니었다고 라이덴버그는 말한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장관은 정신 건강과 자살을 공공 대화로 끌어냈다. 과거의 대선 후보들보다 직접적인 방식이었다. 건강보험개혁법(Affordable Care Act)은 적용 범위를 정신 건강과 물질남용장애까지 넓히며 이러한 질병에 대한 동등한 대우를 요구했다. 실제로 경험한 이들의 목소리가 최근 몇 년 간 훨씬 더 크고 끈질기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는 연구, 지지 운동, 치료, 지원, 교육, 훈련에 영향을 주었고 앞으로도 계속 영향을 줄 것이다.”

 

정신 건강을 다루는 TV 프로그램

루머의 루머의 루머
루머의 루머의 루머 ⓒNETFLIX

우리가 정신 건강에 대한 지식을 많이 모아가면서 TV에도 더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최근 10년간 정신 질환을 다룬 드라마들이 많았다. 정신 질환을 가지고 살아가는 복잡한 현실을 담은 ‘디스 이즈 어스’, ‘유 아 더 워스트’가 있었다. 리얼리티 TV 역시 상담을 플롯 장치로 쓰며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평범한 부분으로 보여주었다.

그러나 가장 많이 인구에 회자되고 영향력이 있었던 드라마는 넷플릭스의 ‘루머의 루머의 루머’였을 것이다. 이 드라마가 자살에 대한 대화를 이끌어 냈다는 시청자들의 평이 많았다. 그러나 정신 건강과 관련된 여러 이슈들과 자살을 생생히 묘사했다는 이유로 전문가들은 즉시 반발했다.

연구에 의하면 2017년에 이 드라마가 발표된 후 자살에 대한 인터넷 검색이 늘어났다고 한다. 올해 나온 연구에서는 이 드라마의 등장과 자살율의 소폭 상승 사이에 관계가 있음을 밝혔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 시즌 1은 정신 건강과 자살 문제를 다루는 TV 프로그램의 부정적 영향에 대한 보편적, 세계적 의견 일치가 일어난 최초의(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유일한) 사례다.” 라이덴버그의 말이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부상

ⓒAnatoliy Sizov via Getty Images

소셜 미디어는 2010년이 되기 전에도 있었지만, 우리의 일상에 미치는 영향은 최근 10년 동안 폭발적으로 커졌다.

소셜 미디어의 지나친 사용이 우리의 정신적 웰빙에 큰 부담을 준다는 연구들이 나왔다. 온라인상의 괴롭힘은 위험할 정도로 심각해졌다. 인터넷 접속을 끊고 과거의 삶에 다시 연결되어야 한다는 외침은 2010년대 중반에 정점에 달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소셜 플랫폼에서 자신의 정신 건강 경험을 이야기했고, 밈을 공유하고 슬픔에 대해 온라인에서 서로를 위로했다.

소셜 미디어는 우리가 지금 정신 건강을 말하는 방식에 대해 극도로 긍정적인 영향과 극도로 부정적인 영향을 동시에 주었다.

“지난 10년 동안 소셜 미디어와 그 영향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고, 사회적 고립, 사회적 비교, 우울증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연구가 상당히 나왔다.” 라이덴버그의 말이다.

“동시에 풍부한 자료를 제공하며, 예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정보를 접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소셜 미디어는 중요한 순기능도 한다. 소셜 미디어는 많은 사람들과 이어지게 해주어, 힘들 때에 이를 통해 지원, 안심, 도움, 돌봄을 얻게 해주기도 한다.”

 

자신의 정신 건강에 대해 털어놓는 셀러브리티들

데미 로바토
데미 로바토 ⓒRich Fury via Getty Images

셀러브리티들이 개인적 경험에 대해 솔직히 이야기한 것이 최근 10년간 정신 건강에 있어 가장 긍정적인 진전 중 하나였다고 할 수 있다. 영국 왕족, 뮤지션, 배우 등이 그 어느 때보다 자신의 정신 건강 상태, 상담, 자기 돌봄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했다.

데미 로바토와 해리 왕자 등의 공인은 옹호 단체와 반 오명 캠페인에 참여했다.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은 정신 건강 치료의 중요성에 대해 연설했는데, 특히 참전용사와 유색인종의 경우를 강조했다. NBA의 케빈 러브 등 운동 선수들이 스포츠계의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을 일으켰다.

대중을 향한 이런 개방성에 힘을 얻은 배우 카일러 리는 자신의 조울증 경험에 대해 이야기했다. ‘슈퍼걸’과 ‘그레이 아나토미’에 출연한 리는 최근 자신의 정신 건강에 대해 말하기를 격려하는 비 보컬(Be Vocal)과 손을 잡았다.

“용감하게 나서서 자신의 경험에 대해 말한 셀러브리티들이 정말 많았다. 비판을 받든 안 받든 나서서 자신이 겪는 어려움을 털어놓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고 나는 엄청나게 고무를 받았다.”

자신의 정신 건강에 대해 말하는 셀러브리티는 팬들이 서로 연결되는 것을 돕는다고 리는 말했다.

“팬들 사이에서 커뮤니티가 생겨나는 것을 보았다.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런 도미노 영향으로 알 수 있다.”

 

2020년대에 이루어졌으면 하는 것들

아직 이루어질 진전들이 남아있고, 전문가들은 2020년대에 개선되길 바라고 있다. 댈럭과 라이덴버그는 필요한 정신 건강 치료를 받게 하는 것을 첫손으로 꼽았다.

“2020년대에는 전국적으로 정신 건강 치료를 받기가 쉬워지길 바란다. 보험회사, 의사, 정치인들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들은 새롭고 비용 대비 효율적인, 테크놀로지를 사용하는 치료법을 만들며 혁신하여 외딴 지역, 시골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이용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 댈럭의 말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는 정신 건강 문제를 다른 질병과 똑같이 대한다는 의미다.

“넓게 보자면, 10년 안에 사람들이 정신 건강 관련 이슈가 신체나 뇌와 관련된 다른 이슈와 다르지 않다는 걸 이해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몸이 좋지 않다면 누군가에게 말해야 한다. 아픔의 근원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라이덴버그의 말이다.

나로서는 10년 동안 상황이 또 달라지길 바란다. 언젠가는 자살과 오명에 대한 글을 그만 쓰는 날이 왔으면 한다. 내 직업에 대한 열의가 없어져서가 아니라, 상황이 너무나 좋아져서 글 쓸 거리가 사라져서 펜을 놓길 바란다. 10년에 걸쳐 도전해 볼 만한 과제다.

 

* HuffPost US의 This Was The Decade That Changed The Way We Think About Mental Health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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