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2일 국회의원 선거구제 개편의 필요성을 시사한 것은 의외다. 대통령 탄핵 정국과 개헌 논의 등의 빅이슈에 가려져 근래에는 별다른 논의가 없었던 사안이기 때문이다.
현행 선거구제는 1개 선거구에서 단 1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소선거구제 방식. 중대선거구제는 이와 달리 1개 선거구에서 2~3명의 국회의원을 뽑는다. 조선일보는 중대선거구제에 대해 야당은 "소수의사가 반영돼 사표를 방지하고 다당제에 맞는다"며 찬성해온 반면 새누리당은 "분열돼 있는 야당에 유리한 제도"라며 반대해 왔다고 설명한다.
보다 흥미로운 것은 중대선거구제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대표적인 공약이라는 사실. 반기문은 심지어 안철수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맞는 말 아니냐"고 말했다 한다.
염불보단 잿밥(?)이라고, 정치권에서는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논의 자체보다는 반기문이 안철수의 대표 공약에 깊은 공감을 표시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신년 여론조사에서 문재인에게 1위 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반기문은 여전히 강력한 차기 대선주자. 안철수에 대한 공감을 표하면서 '제3지대'로의 행보를 저울질하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