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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성이 갑자기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 김수빈
  • 입력 2016.12.29 15:45
  • 수정 2016.12.29 18:56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25일 오후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 수사 특별검사팀' 서울 대치동 사무실에 소환되고 있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25일 오후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 국정농단 사건 수사 특별검사팀' 서울 대치동 사무실에 소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비선 실세' 최순실(60)씨에게 공무상 비밀 문서를 넘긴 혐의로 기소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 측이 29일 열린 재판에서 박근혜 대통령과의 공모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이 핵심 증거로 제출한 최씨의 태블릿PC가 증거로 쓰일 수 있는지를 따지면서 '증거능력'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지난 1차 기일에서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한다고 밝혔지만 열흘 사이에 입장이 바뀐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이날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정 전 비서관의 변호를 맡은 차기환(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거나 공모했다는 부분은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며 "부인한다"고 밝혔다.

19일 1차 준비기일에 참여했던 다른 변호인은 대통령과의 공모 부분을 포함해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전 비서관의 변호인으로 최근 선임된 차 변호사는 판사 출신으로 여당 추천 몫으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참여했다. 이후 작년 11월 특조위가 참사 당일 박 대통령의 행적 관련 조사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에 반발해 다른 여당 추천 위원들과 함께 사퇴했다.

이런 과거 경력 때문에 차 변호사가 정씨의 변호인으로 나선 것은 '대통령 공모' 고리를 끊어 특검수사와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을 앞둔 박 대통령을 보호하려는 것 아니냔 해석이 나온다.

차 변호사는 문건 유출 혐의도 해당 태블릿PC가 최씨의 것이라는 전제로 인정한다고 '단서'를 달았다.

차 변호사는 "검찰은 정 전 비서관에게 최씨의 태블릿PC라는 걸 전제로 질문했고, 정 전 비서관도 2012년 대선 캠프에서 최씨와 이메일을 일부 공유한 적이 있어서 '최씨 PC가 맞고, 거기에서 문서가 나왔다면 자기가 전달한 게 맞다'고 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JTBC가 해당 PC를 적법하게 입수했는지, PC 내 파일이 오염되지 않았는지 등은 정 전 비서관의 공소사실과 직접 관련된다"며 "PC 감정 신청을 안 할 수 없다"고 문제 삼았다.

정 전 비서관 측의 이 같은 주장에 검찰은 "정호성은 검찰에서 일체의 공소사실을 자백하고 대통령과의 공모 사실도 인정했다"며 변호인 주장을 반박했다.

검찰은 "지난 기일에서도 그런 취지로 말했는데 열흘이 지나 2회 공판준비 하루 전날 변호인이 교체된 상황에서 태블릿PC를 문제삼고 있다"며 "최순실 변호인과 동일한 입장을 취하고 있음에 다름 아니다"라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변호인은 기록을 파악하지 못했다거나 접견을 충분히 못 했다면서도 대통령과의 공모 부분은 부인한다"며 "이게 대통령 재판인가 정호성 재판인가"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에 차 변호사는 "정 전 비서관을 접견한 뒤 그 취지를 그대로 옮긴 것"이라며 "개별적인 대통령 지시가 있었다는 건 아니라고 말해서 그렇게 말씀드렸다"고 한 발 뒤로 물러섰다.

다만 "태블릿PC 입수 경위를 정확히 밝혀야 증거법칙을 적용할지 말지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며 "그 부분이 규명돼야 방어활동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증거 입수 경위의 적법성을 문제 삼는 '독수독과' 이론과 연결하려는 취지로 받아들여져 주목된다. 형사소송법상 위법한 절차에 의해 수집된 증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는 법칙(위법수집증거 배제법칙)을 적용할 때 근거로 흔히 '독수(毒樹)의 과실(果實)' 이론을 거론한다.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독수)에 의해 발견된 제2차 증거(과실)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이론이다.

즉 태블릿PC가 적법하게 입수된 것인지, 그 안의 자료에는 오염·가공 등의 문제가 없는지를 따져 혐의 입증의 증거로서 쓸 수 없다고 주장하려는 전략 내지 포석으로 보인다.

정 전 비서관은 박근혜 대통령과 공모해 '국무회의 말씀 자료', '드레스덴 연설문', '해외순방 일정표' 등 47건의 비공개 문건을 최씨에게 누설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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