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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고위직들이 승진을 오히려 무서워 하는 까닭

먹구름이 낀 문체부 건물
먹구름이 낀 문체부 건물 ⓒ연합뉴스

요즘 문화체육관광부의 국장급 간부들이 좌불안석이다. 내달 예정된 고위직 인사에서 자칫 1급으로 승진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공직사회에서 승진보다는 정년퇴직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경향성이 일반화된 것은 이미 오래 전이지만 일반직 공무원으로서 올라갈 수 있는 최고위 직위인 1급 자리마저 마다하는 문체부 내부 분위기는 현 정국 상황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통상 '물갈이 인사'가 뒤따르는 새 정부 출범이 불과 1년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마당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나 하야 등 비상시국에 따른 거국내각이 구성될 경우 '인사 회오리'가 조기에 몰아닥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문체부는 '최순실 국정농단'의 현장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처지여서 이번 1급 승진자는 '단명'이 될 소지가 높다는 게 문체부 내부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27일 문체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유동훈 국민소통실장이 제2차관으로 임명된 데 이어 23일 박영국 문화예술정책실장이 국민소통실장으로 전보 발령 남에 따라 현재 문화예술정책실장이 공석인 상태다.

또 일부 고참 1급들의 명예퇴직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져 1급 공석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내달 중 단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1급 승진 인사의 대상이 되는 국장급 간부들은 문체부 본부와 산하 기관을 합쳐 20여 명이지만, 이들 대부분은 공무원 생명이 단축될 것을 우려해 승진하길 꺼리고 있다.

대학생·고등학생 두 딸을 둔 50대 초반의 한 국장급 간부는 "학교에 다니는 애들이 있어 아직 더 벌어야 하는데…"라며 "앞으로 1년 하다 그만둘 수도 있어 승진이라고 마냥 좋아할 게 아니다. 이번에 승진되지 않길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새 정부가 들어서면 1급을 대상으로 전원 일괄 사표를 받은 뒤 선별 수리를 하는데 한참 고참인데도 후배를 위해 길을 열어주지 않거나, 정부와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들이 그 대상이 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1~2급 등 간부들 사이에 '우리는 비정규직 공무원'이라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또 다른 한 간부는 "아무리 1급이 일반직 공무원으로서 최고의 영예직이라고는 하지만 재직기간이 기껏 1년 또는 이보다 더 짧을 수도 있는데 누가 그 자리에 가려 하겠느냐"며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50대 초반에 공무원 하다가 잘리면 요즘과 같은 불경기에 어디에 재취업하겠느냐"면서 "앞서 나간 차관과 실장급 선배 중 일부는 대학에서 강의하기도 하지만, 별 하는 일 없이 지내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체부는 2년 전인 2014년 10월 김종덕 장관 취임 직후 1급 간부 6명이 일괄 사표를 냈다가 그중 3명이 사표가 수리되면서 공직을 떠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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